겉푸름 보다 속푸름에 살자
푸름의 계절이 절정이다. 자연의 더 없는 푸름을 자랑하는 7월이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의 현장은 메마른 겨울처럼 메마른 현상임을 느낀다. 정치도 경제도 윤리도 도덕도 학원도 종교도 어느 분야에도 순수함도 건강함도 신선함도 찾아 볼 수 없는 의심과 대립과 갈등과 불안과 염려와 미움과 불평과 나약함으로 가득 메워진, 마치 에스겔이 보았던 마른 뼈들로 골짜기마다 가득한 것 같은 현상임을 생각해 보면 가슴이 싸늘해진다. 외적으로는 모든 것이 세계 선진국 수준인데 내적으로는 소비와 사치와 낭비와 걷잡을 수 없는 어두움으로 깔려 있음을 본다. 그것이 언론이 보도하는 오늘의 현실이다.
미국의 법률학자 ‘잉거솔’이 말했듯 “현재는 필연적인 과거의 결과이며, 필연적인 미래의 원인이다”는 말은 그래서 명언이 된 것이다. 오늘의 상황은 어제의 결과다. 그리고 기억할 것은 또 오늘은 내일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더욱 우리가 기억할 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이 나라의 내일은 오늘의 모습으로 말미암아 엄청난 비극의 결과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겉푸름 보다 속푸름에 살아야 한다. 그것이 어떤 삶인가?
사울 왕도 겉푸름으로 살다가 멸망했다. 삼손도, 엘리도, 발람도, 바리새인들도, 서기관들도, 제사장들도 모두 겉푸름의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다윗은 속푸름의 삶을 살았다. 바울도, 루디아도, 디모데도, 선한 사마리아인도 모두 속푸름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겉푸름은 때가 되면 낙엽 지는 삶이다. 그러나 속푸름은 항상 푸름이다. 겨울에도 푸름이 있고 가을에도 푸름이 있다. 죽은 것 같아도 살아 있다. 끝난 것 같은데 다시 시작이다. 이것이 속푸름의 특징이다. 그것이 어떤 삶인가?
겉푸름은 알맹이 없는 허(虛)이지만 속푸름은 충실한 실(實)이다. 가정생활도 학교생활도 사랑하는 것도 신앙생활도 알맹이 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훗날에 주님 앞에 설 때 아무것도 내 놓을 수 없는 껍데기 신앙인의 모습을 생각해 보라. 얼마나 비참한가?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이름값을 하는 것이며 그것이 실(實)의 삶이며 속푸름의 삶이다. 없으면서 있는 체 하는 것이 허(虛)다. 속은 비었는데 겉으로 꽉 찬듯한 것이 허다. 신앙도 인생도 정치도 경제도 지식도 마찬가지다. 알맹이 있는 실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속푸름의 삶이다.
겉푸름은 외(外)이지만 속푸름은 내(內)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겉치장에 신경을 쓴다. 없으면서 있는 것처럼, 알지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으면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외형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쓰는지 모른다. 이것이 바로 비극이요, 불행이다. 속 푸름의 삶은 내적인 충만의 삶이다.
겉푸름은 거짓(untruth)이지만 속푸름은 진실(truth)이다. 속푸름은 언제나 늘 푸름이다. 늘 푸름은 어느 환경, 어느 장소, 어느 시기를 가리지 않고 동일하다. 다시 말하면 항상 진실이다. 거짓은 자기 위주, 자기 기분, 자기 기준이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진실은 항상 용서가 있고, 이해가 있고, 화해가 있고, 인내도 있고, 관용이 있고, 자비도 있다. 그래서 진실은 사랑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역사에서 거짓은 승리하는 것 같았지만 사라졌다. 진실은 항상 약자 같고 실패자 같지만 항상 마지막 승리의 월계관을 쓰게 했다.
우리는 한국 정치사를 보면서 그것을 경험했다. 한국 기업을 보면서 그것을 느꼈다. 믿음의 선배들의 삶을 통하여 그것을 체득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변함없이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속푸름에 살아야 한다.
우리는 인생의 광산에서 광맥을 찾는 광부다. 진실하고 알맹이 있는 믿음의 광맥을 찾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일평생 광부 생활을 하면서 하나의 광맥도 찾지 못하고 일생을 마치는 이가 있다. 인생이라는 대리석이 우리에게 주어졌다. 내가 이 대리석으로 무엇을 만드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이는 예술 가치도 없는 졸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이는 굉장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걸작품을 만들기도 한다. 우리는 인생의 삶이라는 땅에서 행복의 우물을 판다. 일생 동안 탁하고 더럽고 추한 거짓의 우물만 파는 이도 있고, 진실하고 아름답고 맑은 우물을 파는 이도 있다. 진실의 우물에 행복이 있고, 거짓의 우물에 불행이 있다.
우리는 속푸름에 살아야 한다. 속푸름에 살아가는 사람은 원망과 불평이 없다. 현실에 대하여 항상 감사한다. 생각을 하되 창조적이며, 긍정적이며, 적극적인 생각을 한다. 행동을 하되 감사함으로 충만한 행동을 한다. 말 한마디라도 항상 진실 되고 이해와 용서와 사랑이 담긴 언어를 구사한다. 속푸름에 사는 사람은 누림으로서가 아니라 베풀고 봉사함으로 살아간다. 자기만을 위하여 사용함이 아니라 너를 위하여 사용하는 삶을 실천한다. 잘살기 위함이 아니라 잘 죽기 위한 삶을 살아간다. 우리 모두 겉푸름이 아니라 속푸름으로 살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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