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6월이 되면 6·25의 상흔(傷痕)이 가슴을 다시 아리게 한다. 순국선열들이 목숨을 바쳐 대한민국을 지킨 것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늘의 현실은 그 어느 곳에서도 자유민주주 질서의 아름다움이 보이지 않는다.
언론은 날마다 총체적 난국이라 하는데 이 나라 정치 지도자는 국민의 당면한 생업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는 듯 개인적 정치 야욕을 불태우는 서글픈 현실을 우리는 보고 있다. 저축은행 사건이 이해관계 당사자들 뿐 아니라 온 국민의 가슴에 분노의 불이 타오르게 했다. 믿었던 정권에서 일어나는 일들마다 서민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들만 터져 나오는 것을 본다. 어느 때보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계층 간의 갈등, 지역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이 심각한 현상이다. 정부는 연일 국태민안과 사회 안녕질서에 관한 안을 내 놓지만 왠지 그 모든 정책이 허구인 듯 느껴지는 것은 공자가 우려했던 정부와 국민의 신뢰가 메마른 사막 같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제 치하의 역사적 아픔을 겪는 가운데 애국을 앞서서 부르짖던 사람들이 먼저 나라를 팔아먹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저질렀다. 공산 치하에서 자유 민주주의를 외치면서 애국을 부르짖던 사람들이 공산주의 앞잡이가 되어 동족을 고통스럽게 했다. 패망한 월남 난민의 아픔과 슬픈 현실의 교훈이 주는 것은 애국을 부르짖던 지도층 사람들이 월남 패망을 앞당겼다. 요즈음 이 나라 지도층의 행태를 보노라면 지난 아픈 역사의 상흔이 더욱 우리들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88올림픽 때 ‘손에 손 잡고’를 부르며 하나 된 감격과 월드컵 축구 경기 때 ‘아~ 대한민국’의 뜨거운 외침은 어디로 갔는지 흔적도 찾기 힘든 오늘이다. 누가, 무엇이 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아가고 있는가?
5·16 혁명을 일으킨 박정희 대통령을 지금도 이를 갈면서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는 당시 유엔에 등록된 120여 개국 가운데 맨 끝으로, 인도 앞에 자리매김을 했던, 국민소득 겨우 76불 대한민국을 1964년 국민소득 100달러로 올라서게 하였다. 1965년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했을 때 세계가 놀랐다. “저 거지들이 1억 달러를 수출 해?” 하며 ‘한강의 기적’이라고 전 세계가 경이적인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봤다. 우리가 올림픽을 개최하고, 월드컵을 개최하고, 세계가 우리 한국을 무시하지 못하도록 국력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요즈음 걸핏하면 수구 보수 골통이라고 폄훼하는 그 때 그 광부, 간호사, 월남전 세대가 있었음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말이 국민에게서 나왔든 정치권에서 나왔든 그것을 논하기 전에 우리는 그것을 극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나부터 불의를 배격하고 의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건강한 개혁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질서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소돔과 고모라 성읍이 멸망한 것은 의인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인의 수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인도에는 타골이 있었고, 간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인도는 그처럼 어려운가? 대한민국도 4·19도 있었고, 광주의 핏 소리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저마다 애국자라 자처하는 299명의 국회의원이 있고, 233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있다. 그리고 교회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계(敎界)는 왜 이리도 시끄럽고, 나라는 왜 이리 평안한 날이 없고, 사회는 불안한가? 의인의 수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불평만하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우리 모두가 심기일전으로 일어서야 한다. 골통 보수라고 비판했던 그 옛날 새마을 운동과 수출전략을 위한 온 국민적 운동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초월하여 국가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 노사분규는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종교계는 백번 천번 자숙하면서 회개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다음세대에게 물려 줄 오늘의 세대에 선행되어야 할 일이다. 역사를 거울로 볼 줄 아는 혜안(慧眼)을 열고 우리 모두가 심안(心眼)으로 너와 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오늘 우리가 역사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인간다운 삶은 One Another 의 관계 안에서 가능한 것이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마음이 One Another이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네가 기쁘면 나도 기쁜 마음이 One Another이다. 나라가 있어야 너도 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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