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만 목사의 칼럼

수도권은 두뇌고 지방은 지체인가?

몇 해 전의 일이다. 대전에서 열리는 그 지역 기독교기관장회 창립총회의 초청으로 축사를 하기 위해 간 일이 있다. 호텔 연회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제1부 예배를 드리는데 대전의 대표격인 목사님이 나와서 설교를 했다. 말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한국을 인체로 비유하자면 서울은 두뇌, 대전은 가슴, 대구는 다리, 부산은 발바닥이다. 가슴부분인 대전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곳이다. 아무리 다른 부분이 성하더라도 가슴이 멎으면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목사님은 자기고장의 중요성을 말하기 위해 가슴부분을 강조한 것으로 충분히 이해하지만 필자로서는 씁쓸했다.
필자는 축사를 하기위해 연단에 올라가서 <발바닥에서 올라왔습니다>하고는 정보화시대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가를 설명함으로 축사를 대신했다.
정보화시대는 어느 지역에서든지 발신할 수 있음을 말한다. 서울이 두뇌고 그 외 지역은 인체의 하체부분이라는 봉건적 인식이 아직도 남아있다면 정보화시대에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이번에 동남권의 신공항을 건설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정부가 보여준 형태는 수도권이 두뇌고 지방은 지체라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수도권에 인천국제공항 하나만 있으면 되지 지방에 무슨 국제공항이 필요한가 하는 식이다. 두뇌가 하는 일에 따라만 오면 된다는 이야기다.
한번 생각해보자. 미국을 예로 든다면 LA국제공항, 시카고 국제공항, 뉴욕 국제공항 등이 있는데 부산사람들이 부산 -LA, 부산-시카고, 부산-뉴욕에 직행할 수 없고 그곳 사람들이 이곳에 직행할 수 없게 돼있다. 반드시 인천공항을 경유해야 된다. 그것도 인천에서 화물을 찾아서 그 무거운 짐을 들고 김포공항까지 와서 국내선을 타야한다. 부산에서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고통을 겪어야하는가. 우리는 우리라고 치자. 외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이 과정을 겪으면서까지 부산을 찾아오겠는가. 지방을 차별화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있는 이 현실을 서울에 있는 권력자들이 알고나 있는가. 만일 가덕도에 허브공항이 건설된다면 이 지역 사람들이 불편 없이 세계 어느 곳이든지 직행할 수 있고 또 저가항공시대가 온다면 관광객들이 앞을 다투어 이곳으로 몰려올 것이고 따라서 수도권 이상으로 동남권이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정보화시대는 어느 지역도 예외 없이 모두가 두뇌다. 소위 말하는 지방도 정보발신의 주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 사람들이 발바닥 신세를 면하려고 하면 이 곳이 정보의 발신지가 되어야한다. 발바닥이 느끼는 현장체험을 발신하고 발바닥이 겪는 아픔을 소리높혀 외쳐야한다. 침묵하고 있는 것만이 미덕이 아니다. 성경에 나오는 발람이 잘못된 길을 갈 때 나귀를 말하게 한 일이 있는데 이를 명심해야한다.
필자는 대통령의 공약 이행여부와 관계없이 반드시 신공항이 건설돼야한다고 생각한다. 공항 하나를 세우는데 10년 이상 걸린다고 하는데 그때가 되면 김해공항이 포화상태가 되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백년대계를 세워야하는 정부로서 10년앞도 내다보지 못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정부는 좀 더 긴 안목으로 공항문제를 봐야한다. 실기하지 말기를 바란다.

2011.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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