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의 참상을 보면서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는 창세기 1장 1절의 말씀에는 존재케 하심과 건설하심과 질서 있게 하심의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 오늘 내가 여기 있음에 대한 의미를 새삼 생각하고, 오늘도 내일도 나의 모든 일을 하나님이 주관하심을 깨닫고, 인간생활의 범사가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운행되고 있음을 느끼면서 무한하신 하나님 앞에서 유한한 인간의 존재의미를 자각한다.
하나님과 인간이 본래 아름다운 조화의 삶이었으나 죄를 범함으로 부조화, 무질서, 불균형의 상황으로 바뀌게 되었고,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 자연과의 관계, 동식물과의 관계도 그렇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2011년 3월 11일 금요일 오후 2시 46분에 일본 동북부 지역에 규모 9.0의 강진과 쓰나미가 강타한 이후 벌써 세 주간이 지났다. 한 순간 자연의 분노처럼 느껴진 일본 대지진 쓰나미 대재앙을 돌아보면서 인간이 쌓아 올린 문명의 자취라는 것이 한 줌 먼지와 같은 것임을 우리 모두는 생각했다. 감히 역사를 섭리하시고 자연을 섭리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 앞에 맞설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이 있겠는가?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재앙을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한다. 세계경제 1위국인 일본의 자존심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님을 경험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붕괴 현상과 지진과 해일 피해예방의 완벽이라는 일본의 자존심이 휴지조각처럼 되어버린 현실의 언론보도를 보면서 인간이 쌓아올린 과학과 문명은 또 다른 바벨탑임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실종 사망자 수가 5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되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따른 방사능 오염 우려도 일본은 물론 전 세계의 심각한 현실이 됨을 언론은 연일 보도하고 있으며, 지진과 원전 사고의 가장 큰 흔적은 사람들 마음속에 각종 우려와 불안으로 남아 있다.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후유증은 정신적 공황 현상이 되고 있으며 아기에게 먹일 물을 구하기 어려워 발을 동동 구르면서 젖은 눈으로 안타까워하는 아이 엄마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아리게 한다. 불과 몇 분 만에 그 엄청난 해일로 인한 피해는 사람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한 마디로 기막힌 자연재해였다. 폼페이 화산 폭발, 필리핀 화산 폭발, 일본 고베 화산 폭발, 몇 년 전 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 지역에 한 순간에 일어난 지진과 해일, 그리고 이번에 일어난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를 보면서 새삼 마태복음 24장을 묵상하고 읽었다.
지금 일본의 상황은 그야말로 카오스 현상이다. 불안, 초조, 근심, 걱정이 뒤엉킨 혼돈의 상황이다. 계속되는 여진(餘震)으로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불안 심리는 정신적 공황(恐惶) 현상으로 황폐해 지고 있다. 이러한 때 지금 전 세계는 지진 해일로 가히 폐허가 된 듯한 일본에 다양한 지원정책을 경쟁하듯 한다. 이는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다. 지구촌이 한 가족이라는 말이 구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호혜(互惠)의 관계에서 진정한 가족개념이 성립되고 있음을 새삼 생각하게 한다. 한국에서도 국가, 사회단체, 종교단체 등 다양한 지원정책이 발표되고 있는 가운데 기독교에서도 각 교단 사회부를 통해 전국교회에 지진 해일로 재난을 당한 가장 작은 자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러할 때 우리가 깊이 묵상할 것이 있다. 일본 돕기의 사랑의 운동 상황을 구경하기 위한 구경꾼이 되면 안 된다. 자기 생각만 하는 개인주의가 되어서도 안 된다. 생명 살리기 운동은 이유를 불문한다.
인간다운 삶은 One Another 의 관계 안에서 가능한 것이다. ‘너의 유익을 위한 행동하는 나의 삶’에서 우리는 ‘서로’라는 말의 의미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는 마음이 One Another이다. 네가 아프면 나도 아프고, 네가 기쁘면 나도 기쁜 마음이 One Another이다. 이것이 교회의 정체성이다.
그래서 교회는 죄인들을 위한 병원이 되어야 하고,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서로 돕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어야 한다. 마음의 상처도 용서라는 약품을 통하여 회복되는 것을 경험하는 곳이어야 한다. 눈이오나 비가 오나 항상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방법을 가르치고 경험케 하는 사랑의 가정이 되어야 한다. 우리 한국 교회가 이런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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