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태 목사의 목회자 칼럼

뱀같이 지혜롭게

최근 모 찬양인도자 학교 소속의 한 그룹에서 그들의 훈련 커리큘럼 중의 일환으로 봉은사라는 절에서 “땅밟기 기도”를 한 것이 불교계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사찰 내부에 들어가 바닥이나 불상 등에 손을 대고 이곳이 무너져서 이 땅이 회복되어야 한다고 기도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그것이 종교적인 갈등으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리스도인들이 어디서든 이런 “땅밟기 기도”를 할 수 있는데도 유독 그 장소가 불교의 사찰이라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봅니다. 결국 이 사건은 관련된 단체의 장이 회원들과 함께 봉은사를 방문하여 무릎 꿇고 사죄함으로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기독교는 배타적인 종교라는 이미지가 부각되었고 교계에서도 이들의 행동을 바람직한 선교활동이라기보다는 일부 소영웅주의적인 부적절한 행동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인 것같습니다.
좀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진보적이라고 알려져 있는 H신학대학에서 사월 초파일에 ‘부처님 오신날’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많은 언론에서 이것이 진정한 기독교의 모습이며 종교간의 갈등을 넘어 새로운 화합을 시도한 일이라며 칭찬 일색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의 세계는 세계화의 영향으로 문화상대주의와 종교다원주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전통문화 알리기와 함께 불교와 유교의 세계화가 활발히 시도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뉴욕에서 열렸던 할로윈 축제에서는 한국의 귀신 케릭터, 즉 처녀귀신과 저승사자가 한국의 전통문화의 상징으로 부각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거는 것이 상징하는 다문화 시대의 종교다원주의적인 패러다임이 옳은 것인지 혹은 불교의 사찰에서 ‘땅밟기’ 기도를 하며 하나님나라의 확장에 대한 갈망을 영적전쟁의 상징적 행위로서 이해하는 것이 옳은 지에 관해 어느 것이 더 옳은가에 대한 논쟁을 한다면 끝이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한국교회 젊은이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이 ‘땅 밟기’ 기도를 계속해야 하는 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밟는 땅을 우리에게 주소서’라는 기도를 하며 하나님나라 확장을 위해 악한 영의 세력들에게 영적 전쟁을 선포하는 이런 기도는 어떤 면에서 교회가 새로운 신축부지를 확보한 후 그 현장에서 ‘부지 확보감사예배’를 드리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봅니다. 이 때 대부분 교회의 지도자들은 ‘우리가 밟고 서 있는 이 땅이 모든 악한 영들을 이곳에서 몰아내며 하나님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전초기지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할 것입니다.
그러나 금번 봉은사 땅밟기 파문에서 보듯이 그 전략이 좀 더 지혜로워야 할 것입니다. 즉 자기과시적이나 다른 종교를 타도의 대상으로만 보고 그 상징물에 모욕적인 행동을 하는 것과 같은 지혜롭지 못한 과격한 행위는 지양하고 보다 지혜를 모아 그 목적에 맞게 전략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필자는 그 사건이 종교간의 갈등으로 비화되어지자 그 땅밟기에 참여했던 지도자와 신도들이 봉은사에 다시 찾아가서 무릎을 조아리고 사죄하는 모습의 사진은 너무도 안타까웠습니다. 타종교의 승려앞 에서 크리스챤들이 마치 벌을 서고 있는 듯한 모습은 어쩌면 기독교가 불교앞에서 무릎을 꿇은 것과 같은 치욕스러운 일로 느껴졌습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렇게 굴욕적인 자세로 사과를 해야 일이었으면 처음부터 차라리 하지 말았으면… 아니면 이런 결과를 미리 예측하지 못한 단견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우리는 주님이 다시 오실때까지 복음 전하는 사명을 계속해야 합니다. 이것은 거룩한 명령입니다. 그러나 “뱀같이 지혜롭게” 전략을 잘 세워서 우리의 수고가 하나님께 영광이 되며 시대적인 흐름도 잘 선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201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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