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권 목사의 칼럼

한(恨)과 文學과 목회

작자 미상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우리의 ‘춘향전’이야말로 달콤한 사랑의 얘기로만 접어두어선 아니된다. 당시 탐관오리들이 선량한 민중을 짓밟는 세태에 대한 저항의 문학작품이다. 뿐만 아니라, ‘홍길동전’만 해도 그렇다. 속시원히 한(恨)이 맺혀있는 음지에서 신음하던 사람들의 분풀이를 슈퍼맨으로 그려준 작품이다. 김소월의 시(詩)도 일제하에서 짓눌려진 아픔을 서정적으로 엮어낸 노래들이다. 그래서 우리 민족은 한 맺힌 사연이 참 많다. 문학이라고 예외일 순 없다. 우리의 역사를 더듬어 보면 그야말로 한 맺힌 얘기로 가득차 있다. 정치적인 역사는 항상 남의 나라에 짓밟히고 빼앗기고 억압된 것이었고 사회적으로도 양반과 상전(쌍놈)으로 엄격히 구분을 지어놓고 소외시키는건 보통이었고, 남자들에 의해서 무시되는 삶을 숙명으로 알고 살아 온 여성들의 아픔 역시 ‘한’으로 남게 되었다. 그래서 문학작품은 그 소재를 그러한 아픔으로부터 도피해 보려는 주인공을 등장시키곤 했다. 한편, 독자층은 자신의 처지와 견주면서 통쾌감을 얻곤 했다. 대중을 휘감는 노래도 그와 비슷하다. 어딘지 어둠이 깔린듯한 맑은 음색보다는 탁해 보이면서도 낮은 목소리로 아픔을 긁어주는 호소형의 노래가 큰 인기를 끌었다. 어쩌면 그런 상태가 더 진실의 표현일 수는 있다. 그런 점에서 서양풍은 주로 밝고 외향적이며 진취적이라 한다면 우리는 내향적으로 자신을 숨죽이며 학대시키는 운명론적 ‘한’을 여러갈래로 묘사해 주는 것이라고 본다. 나는 스위스와 관련을 맺고 있다. 벌써 29년째이다. 신앙적으로 박해 받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있다. 마침, 본부를 취리히에 두고 있는 CSI(국제 기독교 공동선교회=Christian Solidarity International)활동이다. 그런데 세계 곳곳에는 신앙의 자유를 잃고 숙명처럼 죽어가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공산주의가 그 범인이더니 지금은 이슬람권이 큰 범행을 만들고 있다. 몇 년 전까지 남아프리카도 흑인을 학대하는 백인들의 채찍을 바꾸기 위해 여러면으로 힘을 썼다. 여기에서 그들의 ‘한’을 풀어준 셈이다. 신학적으로 잘 정리를 해서 ‘한의 신학’(Theology of Han)도 나왔다. 그러나 엄격히 구분할게 있다. 무속신앙에서 볼 수 있는 ‘한풀이’, ‘살풀이’ 식으로 해석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민중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 둘을 혼동하는 분들이 있다. 문학은 쟁취가 아니라 아픔을 함께 나누는 ‘한’을 묶음으로 엮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신음하는 소리들을 한데 모아가는 진솔한 표현이 글로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상보훈에서도 예수께서는 ‘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했듯이 무언가 마음이 고독하고 아파할 때 머리에 스치는 진실한 영상들이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자연을 읊어내는 작가들의 글표현을 보노라면 대화가 단절된 복잡다단한 분위기 속에서 속 깊은 속삭임을 자연과 나누는데 멋진 작품을 탄생시킨다. 그것이 곧 ‘한’이 깔려있는 형이상학적이며 유토피아적 승화라고 본다. 2011년 한해동안 한맺힌 일을 만들지 말고 특히 남에게 스트레스를 주어 한을 만들어 주지 말라는게 솔직한 제언이다.
목회도 짓눌려 있는 성도들을 치유해 주는 치유목회(Healing ministry)가 어떨까!

201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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