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권 목사의 칼럼

성탄절과 목회자들

성탄을 맞는다. 이맘때가 되면 이런 생각을 머리에 떠 올리곤 한다. 옛날 명절을 맞으면서 목회자에겐 부모의 마음과 같은 것이다. 명절이 가까워 올수록 부모는 걱정이 태산이다. 애들의 옷은 무엇으로 해 입히고 음식 장만은 또 어떻게 해야할지 마음을 놓지 못한다. 그래서 명절이 온다고 아이들은 좋아서 야단들인데 부모의 마음은 그렇질 못하다. 명절준비에 골몰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크리스마스는 세계적인 명절임에 틀림없다. 남녀노소, 모두들 흥분한다. 그러나 목회자들만은 제일 바쁘고 어딘지 마음 한구석 빈 공간들을 갖고 있다. 그런 것이 잔치를 준비하는 중에 찾아오는 고독인지 모르겠다.
목회자는 그런중에 주님의 사랑을 누구보다도 더 가까이 받는 성탄절의 축복을 받게 된다고 본다.
왜냐하면 예수께서 베들레헴에 태어날때도 들판에서 양을 지키던 목자들이 제일 먼저 그 소식을 들었다. 목자들은 하늘의 별을 벗삼고 요란한 세상과는 거리가 멀었었다.
성탄을 맞는 가장 크고 값진 선물은 고독한자에게 찾아 온다는 사실이다.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산다는 현대인들이야 말로 저마다 ‘외로움’이 마음속에 자릴 잡고 있다.
독일의 시인 라이너 M. 릴케의 시 「고독」에 보면 “고독은 비와 같다”고 했다. 비가 오는 날 고독은 더욱 진해 오듯이 바람처럼 날아다니다가 누구에게나 닥치는대로 마음의 통로를 따라 들어온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고독했던 실존주의 철학자 킬케골은 「고독에 이르는 병」에서 현대인들의 심리는 잘 묘사해 주었다. 성탄절의 값진 선물은 소외된 이웃을 찾아보는데 있다고 본다. 목회자도 진정한 하나님의 선물을 받아야 한다. 외롭기 때문이다.
둘째로 성탄의 선물은 용서를 통한 화해의 기쁨이다.
현대인들은 관계문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복잡하리만치 저마다 관계를 갖는다. 관계성을 지니고 사는 인간은 나름대로 피해망상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손해를 보았다고 하지만 어쩌면 남에게 손해를 입히고 살아왔다는 논리다. 그리스도가 이 땅에 성육신하심도 한마디로 ‘임마누엘’ 즉 화해이시다. 죄로 말미암아 심판을 받아 마땅한 우리 인간들에게 하나님의 사랑을 화해 차원에서 보내 주신 것이다. 그런고로 성탄절에 가장 강조될 말은 ‘화해’이다. 현대인들은 각박한 세상에서 모두 컴퓨터같은 생활을 꾸려 가고 있다. 그런중에 많은 관계를 갖다보니 불편한 일이 더러 있다. 그 불편한 관계속에 생겨난 불화(不和)들을 용서라는 행위로 바꿔야만 한다. 목회자들은 그런 메시지를 자신부터 실천하면서 강조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사람들은 용서하지 못하는 공포심을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편리한 기계문명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더욱 그러하다. 옛날에는 삶의 방식은 좀 지금만치 편리하진 못했어도 상호 대인관계는 지금보다 원만했었다. 인정도 깊었고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 주었고 남이 없으면 자신이 못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이웃간의 울타리는 있었어도 매우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은 벽을 사이에 대고 아파트 생활인데도 너무나 이웃간에 대화가 없다. 사촌만 되어도 서로 멀리 느껴지는 때가 되었다.
이런 현대인들에게 성탄의 참뜻이 심어져야 한다. 더 나은 내일이 밝아오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소란스런 크리스마스가 되지 않아야만 되겠다. 그렇게 되도록 홍보하고 이끌 필요가 목회자들에게 있다. 차분한 마음가짐이다. 흥분하다가 사고가 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탄절에는 목회자들에게는 이렇게, 저렇게 부담을 준다.
잔치 기분은 내고싶지만 의미를 잃지 말아야 되니 어깨가 무겁다. 여하튼 큰일을 잘 치루고 볼 일이다. 이래서 지금은 목회자들이 더 고독해지는 건 아닌가!

201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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