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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평채(蕩平菜) 생각
한식 요리 중에 탕평채(蕩平菜)라는 음식이 있다. 녹두 전분으로 묵을 만들고 계란, 미나리, 숙주, 고기 등을 준비한 후 초장을 넣어 무친 것으로 영양도 풍부하고 단백한 맛이 일품이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이 음식의 유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조선왕조 중엽에 영조가 당쟁을 뿌리 뽑기 위해 탕평책을 실시하였는데 이것을 논하는 자리에 탕평채를 내어놓았다. 검은색, 흰색, 푸른색, 붉은 색의 음식 재료가 고루 섞여 훌륭한 맛을 내듯 각 당파들이 당쟁을 벌이지 말고 화합하라는 뜻이다.
탕평이라는 말은 <<서경(書經)>>의 <홍범조(洪範條)>에 나오는 ‘무편무당왕도탕탕(無偏無黨王道蕩蕩) 무당무편왕도평평(無黨無偏王道平平)’이라는 글에서 유래했다. 당시 당파 싸움이 치열하여 한 쪽에서 정권을 잡으면 상대 당파를 숙청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치열한 정쟁의 와중에서 왕위에 오른 영조는 당쟁의 폐단을 지적하고 탕평의 필요를 역설하는 교서를 내렸다. 자신의 옹립에 공이 컸던 노론(老論)의 강경파 영수 민지원과 소론(少論)의 거두 이광좌를 불러 양파의 화목을 권하는 한편 노론의 홍치중을 영의정, 소론의 조문명을 우의정에 임명함으로 당파를 초월하여 인재를 등용하였다.
탕평책의 핵심은 파트너쉽(Partnership)이다. 아무리 생각이 다른 상대 당파라 할지라도 적으로 간주할 것이 아니라 국정을 함께 이끌어가는 파트너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나만 옳은 것이 아니라 상대당의 주장도 옳을 수 있다. 이렇게 서로 견제하면서도 협력하는 가운데 효과적으로 국정을 운영해 갈 수 있었다.
성경에서도 탕평의 자세로 나라를 다스려 성군이 된 임금이 있는데 바로 다윗이다. 다윗은 자신을 죽이려는 사울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두 번이나 있었지만 포기하고 용서와 화해를 실천하였다. 블레셋과의 전투에서 사울이 전사하자 기뻐하기는커녕 금식하며 애가를 지어 사울의 죽음을 진심으로 애도하였다.
유다의 왕으로 추대된 뒤에도 무력으로 이스라엘을 점령하기보다 7년을 기다리며 민족의 분열을 막고자 노력하였다. 사울 왕가의 실세였던 아브넬 장군이 다윗에게 투항하자 자신의 위치가 흔들릴 것을 염려한 요압이 다윗 몰래 아브넬을 암살한다. 평화롭게 통일을 이루려던 다윗에게 큰 위기가 찾아왔다. 이에 다윗은 아브넬을 위하여 애가를 지어 부르며 친히 상여를 따라가며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분열의 위기를 수습하였다. 이런 노력을 끝에 다윗은 12지파 모두의 지지를 받으며 평화롭게 통일 이스라엘 왕국의 왕좌에 오른다.
다윗이 왕권에 욕심이 앞섰다면 화합의 길보다는 폭력을 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윗은 더디지만 모두가 화합할 수 있는 길을 택했다.
우리 사회는 너무 흑백(黑白)논리에 젖어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내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은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생각들이 교회 안에도 들어와 있다는 것이다. 많은 성도들이 세상 사람들처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은 나를 반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상대방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내가 지는 것이고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상대방이 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러다보니 공동체에서 사소한 의견 차이가 감정 싸움으로 이어지고 이것이 빌미가 되어 큰 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조화와 균형을 보여주어야 할 성도의 공동체가 분열과 분쟁을 일으켜 서로에게 큰 상처를 입히는 것이다.
우리는 같은 신앙을 고백을 하는 한 공동체이다. 아니 우리는 하나님을 한 아버지로 모신 한 가족이다.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일을 추진하는 방법이 다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결코 적이 아니다. 다양성 속에서 조화를 강조했던 영조의 탕평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목숨을 노리는 적까지도 끌어 않았던 다윗의 포용력을 배워야 한다. 우리가 이런 마음을 가질 때 우리의 교회와 우리가 속한 공동체가 조화와 균형을 갖춘 아름다운 공동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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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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