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은 언제 오실까?
언제부터인가 한국 기독교인의 의식 속에서 종말론 사상과 예수님 재림신앙이 희석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동안 ‘이장림 사건’과 같은 잘못된 종말론 사상들이 마치 쓰나미(tsunami)처럼 몇 차례 휘몰아치고 지나간 탓에, 이제는 너나없이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이야기에 식상해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이비 이단 종파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잘못된 종말사상을 퍼뜨리고 있고 건강한 교회에서는 그러한 악영향을 차단하느라 영적소모현상이 가중되다보니, 점차 그리스도인의 의식에서 재림이나 종말론에 관한 설교와 강의들이 식상한 종교적 수사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아픈 현실이다.
지난 여름에 필자는 일본 선교사대회 강사로 섬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기간 중 동경에서 저녁식사를 안내받은 곳은 아주 특별한 곳이었다. 식당 이름은 ‘고시래(高矢來),’ 업주는 ‘욘사마’씨라고 하였다. ‘고시래’라는 이름에서 한국 음식이 주 메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식당의 분위기도 아주 특별한 아이템의 집합체라는 느낌을 받았다. ‘고시래’라는 단어 속에는 우리 한민족의 더불어 사는 마음이 깃들어 있다. 산에 가서 식사나 간식을 할 때, 들에 나가 일을 하다 새참이나 점심을 먹을 때, 또는 야외에서 식사를 할 때 첫 숟가락을 떠서 들판에 던지며 ‘고시래’라고 말하던 풍속을 아련히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식당에서 한 끼 식사를 예약하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그리도 유명한 식당이냐고 반문하였더니, 다름 아닌 ‘욘사마’씨의 이름값 때문이라고 했다. 놀랍게도 한국에서는 대개 5천원이면 되는 김치찌개 한 그릇, 또는 비빔밥 한 그릇이 3,500엔(원화로 약 5만원)이나 하는 것이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값비싼 식당인데도 낮이나 밤이나 예약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늘 손님이 가득 메우고 있고, 그들 손님의 99%가 일본 여성이라는 사실이다. 무엇 때문에 그처럼 비싼 음식을 먹으려고 그렇게도 손님이 밀려드느냐고 질문하자 고소(苦笑)를 금치 못할 대답이 돌아왔다. 한 마디로, “그 분은 언제 오실까?”라는 기다림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분>은 바로, ‘욘사마’ 배용준씨였다. 하지만 직원의 말로는 “2년 전에 오시고 아직 한 번도 식당에 안 오셨다”고 했다. 물론 욘사마의 명성과 그와 연관된 다양한 상황의 체험 욕구로 식사 한 번 하는 경우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여성들의 마음에는 “그 분은 꼭 오신다.”는 기다림과 “그 분은 언제 오실까?”라는 설렘, 그리고 언젠가는 “그 때”가 자기 자신이 식사를 할 그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어서 늘 식당은 만원이라는 것이다. 그것이 일본 동경에서 경영되고 있는 <고시래> 식당의 현주소였다.
일본에서 본격적인 한류(韓流) 열풍은 ‘겨울연가’ 방영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겨울연가의 주인공 배용준씨의 연기에 매료된 일본 시청자들의 열풍이 급기야 ‘욘사마’(배용준씨의 일본식 높임 이름) 열풍이 되면서 한류의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속에 대한민국 브랜드의 가치를 높인 ‘욘사마’의 명성을 ‘고시래’ 식당 하나만으로 이야기 할 수 없지만, 비빔밥 한 그릇 시켜놓고 <그 분은 언제 오실까?>라며 기다리는 손님들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특별한 경험이었다. 누군가 말한 것처럼 각국 대사 한 사람이 대한민국을 알리는 것보다 수십 배 수백 배의 효과를 내는 분들이 한류스타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비빔밥 한 그릇을 시켜놓고 내 마음은 나의 그 분 <예수님> 생각으로 목에 메이기 시작했다. 필자가 담임하는 교회 1만 여명의 성도들의 마음에, 이 땅의 1천만이 넘는 기독교인의 마음에, 아니 이 글을 쓰는 내 마음에 고시래 식당의 손님들이 욘사마를 기다리는 그 마음처럼 예수님을 기다리는 설렘이 있을까? 눈시울이 젖으면서 숟가락을 쉽게 들 수 없었다. 무서울 정도로 현세와 세속적 축복에 함몰된 오늘 우리들의 변질된 신앙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는 ‘고시래’에서의 비빔밥 한 그릇 5만원은 비싼 것이 아님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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