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의 전성기(全盛期)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와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은 미국 내 10억 달러(약1조2000억원)이상 재산을 가진 400여명의 부자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자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 운동의 첫 모임에 록펠러 가문의 데이비드 록펠러, 블룸버그 창업자이자 뉴욕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투자가 조지 소로스 등이 참석하였다. 이중 마이클 블룸버그는 180억 달러, 조지 소로스 140억 달러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 부동산 재벌 엘리 브로드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재산(약57억 달러)의 75%를 생전 또는 사후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우리는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한 카네기의 지혜에 공감한다’며 ‘기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보상을 해준다’고 하였다.
많으면 많을수록 더 가지고 싶은 것이 사람의 욕심이다. 그런데 이들은 어떻게 이런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서양사회 저변에 흐르고 있는 성경적인 가치관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일찍이 귀족의 사회적 의무를 강조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정신이 있었고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 ‘필랜쓰로피(Philanthropy)’ 정신이 되었다. 이 말은 헬라어로 사랑을 뜻하는 ‘필로스(Philos)’와 인류를 칭하는 ‘앤쓰로포스(Enthropos)’의 합성어로 ‘인류사랑’이란 뜻이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은 선상(船上)에서 “어디에 있든지 얼마나 성공하든지 새로운 사회를 위해 우리의 시간, 땀, 수입의 일부를 바치자”고 약속하였다. 이런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주권’에 대한 신앙이 있었기 때문이다.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간다’(롬11:36)는 하나님 주권을 인정하는 ‘필랜쓰로피스트(Philanthropist)’로 살았기에 자신들만 아니라 후손들까지, 생애의 한때만이 아니라 전생애를 통해 전성기를 누리게 된 것이다.
성경의 인물들 중 야곱만큼 철저하게 인간 중심으로 산 사람도 많지 않다. 장자의 축복을 차지하기 위해 눈 먼 아버지와 형을 속였다. 그러나 그의 인간적인 노력은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부모와 이별하고 형제와는 원수가 되었다. 삼촌에게 속아 사기 결혼을 당하였다. 사랑하는 딸은 강간을 당하고 아들들에게 속아 피묻은 요셉의 옷을 붙잡고 오열해야 했다. 나중에 요셉을 만나 애굽의 바로왕 앞에 섰을 때 ‘내 나그네의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며 험악한 세월을 보냈다’고 하였다. 야곱은 왜 이렇게 엄청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했을까? 그것은 자기의 힘만 의지하여 인생의 성공을 일구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패로 마감했어야할 야곱에게 역전의 기회가 찾아왔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들 요셉을, 그것도 애굽의 총리가 된 아들을 만났다. 가뭄 때문에 죽음의 위기에 처해있던 가족들은 고센 땅에서 평안하게 살게 되었다. 그토록 쟁취하려했지만 얻을 수 없었던 생애의 전성기를 비로소 누리게 되었다. 이런 기막힌 인생역전, 생애의 전성기를 야곱은 어떻게 맞이할 수 있었을까? 곡식 구하러 갔던 아들 시몬이 애굽에 볼모로 붙잡혔을 때 집에 남아있던 베냐민을 데려오면 풀어준다고 했지만 야곱은 ‘하나 남은 라헬의 아들까지 잃을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러나 결국에는 인간적인 방법을 내려놓고 하나님께 모든 것을 맡겼다.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사 베냐민을 돌려보내게 하시기 원하노라. 내가 자식을 잃게 되면 잃으리로다’(창43:14)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하나님의 손에 맡겼을 때 예상치 못한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야곱은 이집트왕 바로를 만나 두 손 들고 축복하였다. 어떻게 초라한 시골 할아버지가 대제국의 왕에게 축복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모든 복이 하나님께로부터 내려옴을 확신했기 때문이다. 야곱이 가진 하나님 주권에 대한 이 믿음을 보시고 인생역전, 생애의 전성기를 허락하신 것이다.
우리도 야곱처럼 우리의 힘과 지혜를 의지하며 살아가려고 할 때가 많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없다. 노년의 야곱처럼 과감하게 ‘나’를 버리고 ‘하나님 절대주권’을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의 힘으로 얻을 수 없는 야곱의 인생역전, 놀라운 생애의 전성기를 우리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계속해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미국의 ‘필랜쓰로피스트(Philanthropist)’처럼 말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