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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여름을 생각한다
여름은 생각의 숲을 연상케 한다. 특히 부산의 여름은 특별하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 어느 때보다 금년은 더 풍요로운 부산의 여름이 될 것 같다. 푸르름이 짙게 물든, 나무 사이를 걷노라면 환경오염이 극심한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자연과의 대화가 통하는 듯싶다. 그리고 부산의 해변을 걷노라면 여름을 사는 오늘의 응답도 된다.
여름은 우리를 살찌게 한다. 싱싱한 계절이 여름이다. 어느 누가 겨울에 산책을 즐긴다 할까. 깡마른 나뭇가지를 보노라면 어느새 겨울은 인생의 슬픔을 안겨다 준다. 내일이 없는 핏기 없는 팔과 다리를 보는 듯 싶다. 그런데 여름은 그렇질 않다. 계절 자체가 풍성하다. 가슴이 꽉 찬 여인의 마음을 생각게한다. 풍요롭다. 싱싱하다. 모든 자연이 다 그렇다. 서울이나 부산같은 도심생활에서 찌든 연인들이 가까운 수목림이나 해운대로 가서 수영을 하고 왔다는 말에 무슨 얘길 하는가 싶었는데, 얼마 전 직접 그곳에 가서 맘껏 호흡을 하고 왔더니 삶의 욕구가 솟구친다. 싱싱한 여름은 삶의 원기를 북돋아 준다. 여름은 청년의 계절이라고 누군가가 시로 읊었다. 무한한 미래를 약속시키는 것을 뜻한다. 청년은 뻗어가는 고동소리다. 여름이 그렇다. 초록으로 갈아입은 싱싱함은 곧 열매를 기약하는 웃음이라 할 수 있다.
겨울을 가리켜 내향적 계절이라고 한다면 여름은 외향적인 계절이라 할 수 있다. 겨울은 집안으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짜게 하지만 여름은 산으로, 바다로 프로그램을 끌어낸다. 그러므로 여름은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좋아한다. 인생은 속으로 끙끙 앓는 식의 삶보다 밖을 바로 향하는 외출이 멋져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여름은 삶을 명랑화 시키는 계절이다. 이런 방식의 삶은 긍정적임을 입증한다. 여름은 희망이다. 부정적인 요소를 씻어주는덴 시원한 여름이다. 사람들의 마음도 활짝 열리는 관용이 생겨난다.
옹졸하고 이기주의적 심사가 느긋해지고 베푸는 마음으로 바뀌어진다. 여름은 창공을 나는 새의 날개와 같다. 하늘 높은 자리에서 좁은 세상을 내려다본다. 갑갑한 삶이 확 트이는 삶으로 바뀐다. 그러니 여름은 얼마나 좋은가!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분명한 것은 여름을 돋보이게 만끽할 것을 비교시키기에 더욱 좋다. 화살처럼 스쳐가는 시간을 앞에서 꽉 붙잡아 여름을 얼싸안고, 보람차고, 뜻있는 나날을 즐겨봤으면 한다.
여름은 자연이 저마다 옷을 입는다. 가지각색이다. 그들의 모습은 사람들이 본받을 일이다. 인간들은 자신의 독창성에 쉬 싫증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남을 모방하길 좋아한다. 유행이란 미명으로 자신의 좌표는 어디로 팽개치고 남의 것을 더 선호한다. 여기에 속임수가 난무하고 거짓이 판을 친다. 자연은 그렇질 않다. 특히 여름은 그것을 웅변처럼 가르친다. 자연은 모방이 아니다. 독창적인 자기 자신이다. 나름대로 아름답고 조화로 어울린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참나무는 저 나름대로, 그리고 작은 풀 한포기라도 남을 흉내 내질 않고 자신의 모습을 돋보여서 풍요롭게 분위기를 만든다.
여름은 전진이다. 다른 계절은 움직이는게 느리거나 보이질 않는다. 여름은 너무도 뚜렷하다. 하루가 다르게 더 풍성한 전진으로 발을 옮긴다. 울창한 숲속에서 여름을 한번 읊노라면 저절로 마음도, 생각도, 앞으로 전진한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모든 미물들까지 초청해 내는게 여름이다. 하나도 땅속이나 굴속에 있지 못하게 한다. 나와서 알을 낳거나 새끼를 낳게 한다. 짝짓기를 주선하고 무언가 활동케 한다. 여름은 살아 있는 생물에겐 움직여 준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여름을 가리켜 생산케 하는 모성애라고 했다.
집안에 갇혀있는 친구를 향해 ‘바다로 가자’, ‘산으로 가자’ 끌어당기는 노래도 여름에 부르는 노래 가사이다. 물결 넘실넘실 춤추는 바다가 우릴 오라고 손짓을 하는게 이 여름이다. 어느 누가 여름을 슬프다 하겠는가. 아니면 고독이라고 부를 수 있으랴. 그 정반대이다. 여름은 너와 내가 한데 어우러지게 하는 계절이다. 쉬 연인을 찾게 하고 헤어진 사람을 이해하고 화합시키는 하모니 계절이다. 여름이 부른다. 지금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 항도 부산은 여름을 싱싱케 하는 멋진 도시이다. 이 여름에 부산에서 손짓하면 전국 국민들이 이끌릴 것이다. 좋은 여름을 부산에서 구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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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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