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태 목사의 목회자 칼럼

무소유가 행복은 아닙니다


얼마 전 법정이라는 법명을 가진 한 스님이 사망하였을 때 우리나라에서의 반응은 가히 신드롬 수준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고 매스컴도 덩달아 그의 삶을 미화하며 청빈한 삶의 한 표상으로 추켜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그의 저서들은 거의 없어서 못팔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끈 책은 ‘무소유’라는 저서였습니다.
그 책에서 말하기를 집착은 괴로움이며 모든 것이 집착이 되면 그 집착이 주인이 될 수 있음을 말하면서 인간의 모든 괴로움은 무엇이든 손에 꼭 쥐고 있는 것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결국 소유에 대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 우리 인생의 참 자유를 찾는 것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마지막 그의 저서들을 다 절판하라고 유언한 것은 그 자신에게는 무소유를 실천하는 액션일지는 모르겠지만 불교계로서는 아쉬운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에게 만약 가족이 있었다면 그렇게 하였을는지...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법정으로 인해 애꿎은(?) 개신교 목사들이 비난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무소유를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진 불교승려들에 비해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불교계가 무욕, 무소유를 주장하면서도 사찰들이나 종단들이 가진 재산이 엄청난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성경의 가르침은 소유자체를 나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성경에는 축복받은 부자들도 많이 나옵니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욥, 아리마대사람 요셉..... 등 경건한 사람들 중 부자들이 상당수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물질관은 그들의 무소유와는 차원이 다른 것입니다. 세상의 재물이 무조건 악하다고 하는 사고방식은 성경적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 개혁주의 기독교는 소유를 포기하고 사는 것이 거룩한 경건생활이라고 믿지 않으며, 참된 그리스도인들은 ‘깨끗한 가난뱅이‘가 되는 것을 자기 인생의 목표로 하여 살도록 가르치지도 않습니다. 그 대신 사람이 재물에 대하여 어떻게 판단하고 그것을 어떻게 열심히 벌고 어떻게 잘 써야 할지를 정확하게 가르치고 실천하려 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물질의 소유주는 하나님이시기에 하나님이 맡기시면 누구든 감사함과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그 물질을 잘 관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물질을 소유하고 하지 않고의 여부를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맡기시는 하나님의 뜻에 순종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브라함이 거부가 되는 과정에서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하였습니다. 아내 사라를 바로왕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었지만 하나님의 극적인 개입으로 바로왕으로 부터 아내를 되돌려 받을 때에는 많은 재물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때 아브라함은 그 재물을 거부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것은 하나님이 바로왕의 것을 아브라함에게 옮기시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버는 돈은 사실은 우리의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명의로 저금통장에 들어 있는 돈도 결코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그 돈의 주인은 오직 하나님이시며,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그 돈을 잘 관리하며 사용해야 할 사명과 함께 여러 가지 기회와 특권을 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재물에 대해 소유여부의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관리의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즉 내가 가지고 싶지 않다고 해서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 마치 세상에서 가장 욕심없고 아름다운 삶이라는 생각은 크게 잘못된 편견인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잠시 맡겨진 하나님의 것을 바르게 사용하는 청지기들인 것입니다. 만일 ‘무소유’를 주장한다면 그 순간부터 이미 역으로 재물의 종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의 유무나 다소가, 그리고 소유욕으로부터의 자유가 인생의 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어느 정도를 가졌던 그것은 하나님의 것을 잠시 위임받았음을 아는 사람들이 지혜로운 청지기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물질의 종이 되지않고 물질을 잘 관리하고 다스리며 사는 힘있는 성도가 되는 것입니다. 좋은 관리자로 살기바랍니다.
201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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