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철 목사의 목회자 칼럼

행복의 시작


시인 천상병은 1930년 일본에서 태어나 해방 후 가족과 함께 귀국하여 마산에 정착하였다. 1951년 서울대에 입학하여 수학하던 중 시인으로 정식 등단하게 된다. 그러다가 1967년 동백림 사건에 연류 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였고 고문 후유증으로 중증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석방 후에 종적이 묘연해지자 지인들 사망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유고 시집을 출간하였다. 그런데 몇 년 후 정신병원에서 발견되었다. 길가에 버려졌다가 도움의 손길로 병원에 가게 된 것이다. 1972년 43살에 결혼하여 20년간 지내다가 1993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앞날이 창창했던 청년이 하루아침에 고문 후유증으로 장애인이 되었다면 얼마나 억울했을까? 또 그 후의 삶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러나 ‘귀천(歸天)’이라는 시에서 그는 인생을 ‘소풍과 같다’고 노래하였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어떻게 자기의 억울한 삶을, 고통스러운 삶을 아름다웠다고, 소풍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 만약 시인이 인생이 자신이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자기 소유라고 생각했다면 눈을 감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며 이 땅의 삶이 나그네의 삶임을 알았기에 이런 아름다운 시를 남길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땅에서 복을 누리며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이 땅에서 누리던 어느 것 하나도 관 속으로 가져 갈 수 없다. 알고 보면 진짜 우리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우리 생명도 우리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태어나는 날도, 죽는 날도 우리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한다. 자기 부모를, 민족을, 나라를 선택할 수도 없다. 우리 자녀도 우리 소유가 아니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것이 자식이라고 한다. 물질도 내 것이 되지 못한다. 단 한 푼도 다음 세상에 가져가지 못한다. 내 것처럼 여겨져도 진짜 내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이것이야 말로 진리다. 행복은 이 진리를 깨달음에서부터 시작한다.
유대인들이 총독 빌라도를 찾아와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사형을 허가할 권리는 로마 총독에게 있었다. 빌라도는 유대인들 속셈을 알았기에 사형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자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못 박지 않으면 가이샤의 충신이 아니라고 협박하였다. 당황한 빌라도가 예수님께 말했다. ‘내가 너를 놓을 권한도 있고 십자가에 못 박을 권한도 있는 줄 알지 못하느냐’ 그러나 과연 빌라도에게 진짜 그런 권한이 있었을까?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위에서 주지 아니하셨더라면 나를 해할 권한이 없었으리라’ 사실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로부터 온다. 그런데 빌라도는 그것이 자기 권세인 줄 착각했다. 결국 예수님을 죽이려했던 사람은 유대인이었지만 그 불명예는 빌라도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자신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내 것 아닌 것을 내 것이라 착각했기 때문에 이런 불행이 닥친 것이다.
지구라는 땅 덩어리는 원래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었다. 흑암이 가득하고 땅이 공허하고 혼돈했다. 무질서와 혼란이 가득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혼돈한 세상을 ‘품으셨다( , hover).’ 암탉이 온도에 맞추어 알을 굴리며 품듯이 혼돈한 세상을 품으셨더니 아름다운 지구가 창조되었다. 흙으로 사람을 만드시고 코에 생기를 불어 넣으셨더니 걸작품인 사람이 만들어졌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렇다면 이 세상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인가? 세상 모든 것의 주인은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이 주인이시라면 우리는 하나님만 전적으로 의지해야 한다. 더 이상 우리 뜻이 아니라 하나님 뜻대로 살아야 한다. 우리 힘을 의지할 것 아니라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 하나님께서 모든 것의 주인임을 인정하고 우리는 그의 청지기임을 고백할 때 하나님께서는 놀라운 은혜를 베풀어주신다.
한 여성도가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서 대수술을 하게 되었다. 살아날 가능성이 희박했다. 그러나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렇게 기도했다. ‘하나님! 이 세상에 소풍 나왔다가 아름답고 즐거운 경험 많이 하고 돌아갑니다. 한 남자 만나 가정을 이루어 죽도록 사랑한 것을 비롯해서 모든 것이 감사한 일뿐입니다. 만약 수술을 받고 깨어나게 된다면 예전보다 더 아름답게 살겠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맡겼더니 하나님께서 큰 은혜를 베풀어주셨다. 의사도 놀랄 정도로 성공적인 수술을 하고 건강하게 회복되었다.
우리는 빌라도처럼 하나님의 것을 자기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왔으며 하나님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제가 가진 물질도, 제가 가진 자녀도, 제가 가진 지위도 하나님 것이다. 저는 다만 청지기에 불과 합니다.’ 이런 고백을 하는 성도에게 하나님께서는 큰 은혜를 베풀어주신다. 이런 믿음을 가진 성도에게 행복의 문이 활짝 열리게 될 것이다.

201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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