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권 목사의 칼럼

생각 다듬기

김순권 목사(서울 경천교회,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하고 싶은 얘기를 함부로 내뱉는건 말의 공해가 되듯이 글도 잘 다듬어서 쓰는 습관이 필요하다.
생각을 씹고 또 씹어 새김질을 하면 한결 맑아지기 마련이다.
요사이는 환경보존 얘기가 모든 분야에 오르내리고 있다. 시(詩)를 가리켜 ‘아름다운 글’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가장 간결하면서도 내용이 알차고 생각과 생활을 즐겁게 해주는게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시를 쓰면 쓸수록 마음이 깨끗해진다. 수양을 하는 기분이다. 새벽시간, 새소릴 들으면서 시를 짓는 순간이야말로 마음이 흡족하다. 오늘도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새벽이다. 곧 이어 시 한 수를 또 지을 참이다.
나를 문단에 데뷔시켜 주신 서정주선생님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마음을 잘 다듬어야 좋은 시가 나온다고 강조하고 있다. 마음이 어수선하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남을 미워하면 글도 독풀처럼 읽는 이에게 상처를 준다. 요사이 각종 책이 마구잡이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어떤건 상품처럼 함부로 팔린다. 정서적으로 해를 주는게 참 많다. 한마디로 다듬지 않고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말초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드는 것들이다. 그런건 사회를 어지럽힌다. 위험하다. 우리 앞에 부닥치는 생계만 중요한게 아니라 이렇게 우리의 맑은 문화를 흙탕물을 만드는건 바뀌어야 한다. 이런 판에 외국의 도색잡지도 상륙하려고 기웃기웃 눈치를 보고 있는 모양이다. 어느 때, 어느 사회나 이런 때는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포기해선 아니된다. 좋은 글 쓰는 운동이 필요하다. 시와 같은 것들로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서정이 흐르도록 해야한다. 나는 물의 가르침을 통해서 진리를 찾는다. 물은 계속 흐르고 있을 때 맑아진다. 우리들의 생각도, 사상도 부단히 흘러가야 한다고 본다. 한곳에 정체되면 물은 썩는다. 우리네의 마음도 꼭 그와 같다. 마음의 문을 닫아놓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 사람은 숨은 쉬지만 속은 죽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간에 맑은 생각을 교환하도록 만드는게 ‘글’이다.
그 글중에서도 ‘시’가 우리 가운데 더 많이 읽혀지고 함께 하도록 새 바람이 불었으면 한다. 얼마 전 일본엘 갔더니 전차 안에 가득찬 승객들은 조용히 책을 들고 있었다. 절반이상이 그랬다. 내 옆좌석에 앉은 중 늙은이에게 말을 건넸다. 무슨 책을 읽느냐고 했더니 그분 왈(曰), 고전(古典)에 나오는 시를 읽는다고 했다. 나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존경을 했다. 차안에서 잠시라도 시 한 구절 읽을 수 있는 여유야말로 그 사회를 더욱 안정시키는 듯 싶었다.
우리는 너무 각박한 듯하다. 투쟁, 투쟁법석이고, 뛰고 뛰는 긴장의 연속이다. 좀 여유를 갖는 문화를 만들순 없을까? 우리도 이제 살만한 실력도, 사회, 경제 문화적으로 갖고 있다. 이런걸 정서적인면으로 삶의 맛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전쟁처럼 흑백 논리식이 아닌, 좀더 부드럽고 따뜻한 문화 창출이다. 시를 짓고, 읽는 바람을 사회 저변에 불게 하여 내일이 있는 여유를 갖게 했으면 좋겠다.
부산에서 매주 내는 기독신문도 독자들로 하여금 신앙을 맑게 다듬고 생활과 대인관계를 잘 인도하는 신문이기를 바란다.

2010.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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