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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 시대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가 1974년에 쓴 모모는 동화이지만 어른들에게 오히려 더 많이 읽혀진 책입니다. 이 소설을 소재로 한 노래도 만들어졌었고 지금은 우리나라의 중학생 필독서로 지정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동화에 나오는 모모라는 소녀는 고아입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들이 친절하게 그녀를 도와 줍니다. 그러나 실제로 도움을 받는 쪽은 오히려 마을 사람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무슨 일만 생기면 모모에게 찾아가서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는 모모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단지 그 이야기 하나 하나를 귀 기울여 정성스럽게 들으며 반응해주는 것 뿐입니다. 하지만 이 소녀에게 마음을 털어놓으면 금방 마음이 가벼워 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모모가 가진 힘이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 ‘토크쇼의 여왕’ 그녀는 누가 뭐래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중 한명입니다.
그녀가 진행하는 TV쇼는 수많은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릴 뿐 아니라 진한 여운이 있는 감동을 선사합니다.
그 비결은 물론 그녀의 독특한 매력과 재치, 말솜씨 등에 있지만 무엇보다 오프라 윈프리의 가장 큰 강점은 출연자와 함께 깊은 공감대를 이루어주는 그녀의 태도에 있다고 생각됩니다. 출연자들은 윈프리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치 윈프리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진정으로 함께 울고 웃어주는 그 모습에 감동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토크쇼에 나온 출연자의 마음이 열리게 되고 그 속에서 알토란같은 이야기들을 쏟아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자연히 그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높은 시청률과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오프라 윈프리의 힘은 그녀의 말솜씨보다는 오히려 듣는 솜씨(?)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메스미디어가 발달할수록 말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집니다. 그래서 시청률, 또는 청취률로 나타나는 들어주고 봐주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 지 여부가 말하는 사람들을 울고 웃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듣는 사람의 시대입니다. 잘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시대입니다.
가정의 달을 맞이했습니다. 좋은 부모는 자녀에게 자기 이야기만 하는 부모가 아니라 자녀가 부모에게 무슨 이야기든 할 수 있도록 진정으로 들어주는 부모가 자녀를 잘 이끌어가는 부모일 것입니다.
자녀의 속마음을 이야기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우리의 두서없고, 염치없고, 이기심에 가득한 기도조차도 “시끄럽다 너 행동이나 잘 하고 다녀라...” 이렇게 하지 않으시고 무엇이든 다 들어주시는 주님의 인내와 관용을 배워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연세드신 부모님들은 말씀을 하고 싶어하십니다. 아니 당신들의 말씀을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하십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부모에게 효도하는 방법 중 첫 번째라고 생각하는 것은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라고 한답니다. 효도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어쩌면 부모님의 말씀을 모모처럼, 오프라 윈프리처럼 정성스럽게 경청해 드리는 것은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용돈을 넉넉히 드리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 더 값어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하지 못하는 것이 이것일 것 같습니다. 잘 듣는 부모, 그리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들어드리는 자녀들이 되면 좋겠습니다. 잘 듣는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 가는 리더가 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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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5.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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