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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삶
종교인의 죽음에 온 매스컴이 대서특필로 연일 보도하는 것을 보고 우리로 하여금 무엇인가를 생각케한다.
김수환 추기경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 법정스님이 별세했을 때도 아낌없이 지면을 할애해 보도했다.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말은 ‘사랑하세요?’라는 한마디였고 법정스님은 ‘마음을 비우시요?’라는 단순한 말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말들이고 우리가 흔히 접하는 얘기들이다. 그런데 왜 그분들의 말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감동을 주고 울려오는 것을 느끼게 할까. 그것은 그분들의 삶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말과 삶이 하나였다는 데 있다. 한 분은 ‘사랑하세요?’라고 말만한 것이 아니고 사랑하면서 살았다는 것이다. 또 한분은 ‘마음을 비우라?’는 말만 한 것이 아니라 무소유(無所有)를 실천한 것이다.
말과 삶이 일치되었을 때 감동이 오고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말은 쉽고 삶은 어렵다. 어려운 것을 수행했으니 박수를 받게 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종교인의 삶이 그 종교 안에서만 귀감으로 남을 수 있을 법한데 왜 온 사회, 온 나라가 계층과 종교를 초월하여 긴 줄을 지어 애도의 물결을 이루고 있을까.
김수환 추기경은 단순히 카톨릭이라는 성(城)안에서만 종교 활동을 하지 않고 그 벽을 넘어서 민중과 함께 사랑을 공유한 분이다. 또한 법정스님은 심심산골에서 수도를 하는 스님이었지만 그의 생각을 많은 글로서 세상 사람들과 소통을 함으로서 공감을 불러낸 것이다. 그러므로 그 분들은 백성들과 단절된 공간에 있었지만 그 공간의 담벽을 넘나들며 민중과 함께 호흡하면서 지내신 분들이다.
개신교에서도 순교자 손양원 목사님을 비롯하여 한경직 목사님 그리고 최근에 소천하신 김준곤 목사님등 이들 못지않게 삶의 귀감이 된 하나님의 종들을 우리가 갖고 있음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이분들의 삶이 깨끗하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날리는 삶이었음을 알진데 우리들은 본받고 따라야 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가서 나환자들을 위하여 일생을 바친 슈바이쳐 박사나 인도에서 행여병자를 수발하느라고 전생애를 바친 테레사수녀 등 그들의 삶은 사랑의 실천이 스며있었기에 감동적이다. 말과 삶이 별개가 아니고 하나였다는 말이다. 본받아야 할 생애요, 삶이다.
아직도 잎만 무성하고 열매가 없는 무화과나무 같은 한국교인들을 보신다면 예수님은 무엇이라 하실까 염려된다. 말은 많다. 옳은 말도 있고 좋은 말은 너무 많다. 그런데 삶이 없다. 말과 삶이 하나가 되지 못한다면 헛말일 수밖에 없다. 약속을 했으면 지켜야하고 좋은 말을 했으면 정직함을 행동으로 보여야한다.
더욱이 한국교회는 매주일 강단에서 수많은 말씀이 선포되고 있다. 감동적인 설교도 많고 은혜 받았다는 교인들도 수없이 많다. 설교 한마디 한마디에 아멘으로 화답하며 열심히 듣고 기도한다. 하지만 그 감동과 은혜와 아멘이 교회 안에서만 맴돌고 있다면 주님이 기뻐하시겠는가. 그 메시지가 교회 담벽을 넘어서 백성들의 가슴에 도달 할 수 있어야 한다.
카톨릭교회의 폐쇄성에 대항하여 개혁의 깃발을 들고 나섰던 개신교회들이 개방과 소통을 외면한다면 종교개혁 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싶다.
민중과의 거리를 좁히고 교회의 문을 활짝 열어 ‘말씀’이 온 백성들의 가슴에 와 닿도록 소통하는 교회라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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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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