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이 수단이 될 때
최근에 온 국민을 분노케 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제 겨우 13살 된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 예정인 한 여학생을 무참히 짓밟고 살해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희생되었던 여학생이 두 살 때 교회 앞에 버려져 양부모 밑에서 자랐던 상습 성 범죄자에게 희생된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을 때 우리는 모두 분노와 안타까움을 함께 느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 범인이 검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검거된 날 주요 방송 뉴스에서는 그 검거과정을 거의 10분 이상을 할애할 정도로 국민적 분노공감대를 이룬 사건이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그 사건이 대통령이 범인의 검거를 특별지시를 할 만큼 흉악 범죄이었기도 하였지만, 필자에게 더욱 가까이 와 닿았던 것은 같은 거주 구역 내에서 일어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살고 있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 내부에 실종 여중생의 사진과 범인(김길태)의 사진이 며칠 동안 나란히 붙어있어서 하루에 최소한 두 번 이상은 그 사진들을 보며 지난 일주일 이상을 지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실 성범죄는 남녀가 함께 섞여 사는 한, 시대와 문화를 초월하여,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범죄입니다. 더구나 오늘날의 인터넷문화의 급속적인 보급으로 이제 성(sex)을 다룬 내용들은 모든 사이트를 망라하여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음은 이미 오래전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성을 상품화하고, 도구로 사용하고, 이제는 점잖은 대화에서 조차 마치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는 것처럼, 이전에는 상상도 못한 성에 관한 이야기들을 주요 주제로 하여 주고받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남자와 여자는 하나님께서 “사람들이 생육하고 번성을 위한” 뜻을 이루기 위해 만드셨습니다. 그래서 이를 위해 먼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사랑하도록 하시고 그 사랑의 과정(수단이 아니라)으로 서로 다른 생식기관을 가진 남녀 간의 성관계를 은총으로 허락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타락한 인간들은 이 거룩한 목적을 가진 성을 쾌락의 도구로 전락시켜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즉 목적을 수단으로 바꾸어 버리게 된 것입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이며 신학자인 자크 엘룰의 저서 “세상속의 그리스도인”에 의하면 지금 우리 문명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모든 것이 ‘수단화’ 되고 있다는 것이며, 더는 목적이 존재하지 않고 거대한 수단만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남녀 간에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아름다워야 할 성이 쾌락의 수단으로, 그리고 상품으로 바뀌기 시작하면서부터 원래의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그 원래의 목적은 갈수록 퇴색되어가며(오늘날 저출산도 상당부분 이런 영향), 많은 경우 단지 내가 즐기기 위한 수단으로 상대를 이용하면 된다고 생각하기에 그 진정한 목적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채 결국 쾌락을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러다 보니 사람들, 특히 일부 남자들은 그 쾌락을 위한 수단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여성의 성을 폭력으로 빼앗아 오든지 아니면 정당하게(?) 매매라는 절차를 거치든지 하여 소유하려는 것입니다.
크리스천들은 세상 속에 살지만 유별난 목적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이 먼저 선한 목적들을 세우시고 우리들을 통해 그것을 이루시는데 이때 우리는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님의 수단(도구)이 되는 것입니다. 리차드 포스터의 책 ‘돈 섹스 권력’에서 말한 것처럼 성은 관계성속에서만 이루어져야 하나님의 목적을 이루게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성은 더 이상 영성의 적이 아니라 친구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성은 우리의 쾌락의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하나님의 수단임을 올바르게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서 바른 성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이제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합니다. 그것만이 더 이상 세상에 만연된 성의 오용과 그와 관련된 범죄를 막는 가장 궁극적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