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 교육 똑바로 해, 임마”
오래 전에 필자는 황당하면서도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준 일을 경험한 적이 있다. 밤늦은 시간에 목사관에 전화벨이 울렸다. “목사님, 죄송합니다. 생각날 때 질문하고 싶어서 이 시간에 전화를 했습니다.”
약간 혀가 꼬부라진 듯한 느낌을 주는 술 취한 전화 목소리로, 그는 목사의 마음을 당황케 하는 질문을 건네기 시작했다. “술 마시는 교인도 천당 갑니까?”, “사기 치는 교인도 천당 갑니까?”, “돈 쓰고 승진하는 교인도 천당 갑니까?”, “남을 불행하게 하고 자기는 행복하다고 하는 예수쟁이, 그것이 정말 복입니까?” 영문도 모른 채 질문을 받던 목사가 대답할 겨를도 없이, 처음 말할 때의 예의는 금방 사라지고 “교인들 교육 똑바로 해, 임마!”라는 큰 호통소리와 함께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미 끊어진 수화기를 들고 목사는 그렇게 한참 있었다. 그리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참 이상한 사람이네.” 그런데 그 순간 이상한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말한 그 교인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다 떠올랐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자기 유익을 위해 남을 불행하게 하는 사람, 주일을 성수하지 않고, 십일조 봉헌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요, 교회 지도자를 향해서는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온갖 아픈 행태를 일삼으며, 세상의 상식과 윤리 수준에도 한참 모자라는 극도의 이기주의에 빠져 일그러진 행동을 일삼으면서도, 버젓이 신앙인이라고 자처하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이상한 모습이다.
돈 봉투 들고 오는 사람을 축복한답시고 머리에 손을 얹고 고래고래 고함치는 축복기도, 건전한 교회생활을 비판하고 기성교회를 증오하게 하면서 이상한 신앙으로 유혹하는 이단 사이비 단체들, 또 그들에게 너무나도 쉽게 넘어가는 사람들, 은사 받게 해 준다고 멀쩡한 사람 실신하게 하는 안찰 기도, 교회를 이용해 개인의 이익 챙기는데 전문가가 되어버린 사람, 자칭 예수라고 명함까지 돌리는 희한한 사람, 돈이면 안 되는 것 없다는 종교계 선거풍토, 교회를 마치 개인 기업처럼 생각하고 해괴망측한 언행을 일삼는 지도자, 거짓과 위선이 공공연히 용납되는 비참한 현실 등도 또한 이상하기 그지없다.
인간의 행도(行道)는 정도(正道)이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진리이다. 그러나 진리의 선봉에 있어야 할 교회가 정도를 가르치지 못하고, 정도를 행보하지 못하는 그리스도인으로 인해 이 땅의 복음화가 점점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언젠가 은퇴하신 노(老) 목사님을 찾아뵙고 그 분의 평생 목회사역에 존경을 표했을 때, 내 손을 지긋이 잡으신 채 눈가에 이슬이 맺히시면서 들려주신 말씀이 기억난다. “나는 곁길로 가는 교인을 정도로 행하도록 말씀의 회초리로 치지 못했어. 그렇게 바보 같은 목회를 했기에 한 교회에서 30년 이상 목회 했는지도 몰라. 그건 존경받을 일이 아니라 주님 앞에 책망 받을 일이야. 그게 내 목회의 아픔이지.” 회한에 젖은 눈으로 그리스도인의 삶의 기본인 섬김과 희생을 가르치지 못함을 아파하시던 그 노(老) 목사님의 말씀에,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 뒤엉켜 정리되지 못한 마음을 추스르는데 오래 힘들었던 때가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인 ‘레오 버스카글리아’의 저서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라는 책에서 읽었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서로를 어루만지고, 서로 안아 주고, 상대에게 미소를 지어 주고, 서로를 생각하며, 서로를 돌보는 것으로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는 삶의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사도바울은 빌립보서 1:20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 분명한 지표를 제시한 바 있다. “아무 일에든지 부끄럽지 아니하고 오직 전과같이 이제도 온전히 담대하여 살든지 죽든지 내 몸에서 그리스도가 존귀하게 되게 하려 함이니 이는 내가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 이니라”, “살든지 죽든지 오직 주님만을 위한 삶”,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라는 말은 참으로 감격스런 말이다. 그렇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은 ‘주님 중심의 삶’이어야 한다. 그럴 때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주님 중심의 삶을 살아갈 때 물질관계도, 인간관계도, 나아가 하나님과의 관계도 부끄럽지 않는 삶이 될 수 있다.
하루를 살아도 역사 앞에 부끄럽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것, 그보다 아름다운 삶은 없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 하라”는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 모두 이 사순절 기간에 ‘오늘도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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