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대의 두사람
김은태 목사(엄궁교회)
서양 고전영화 중 한국인에게도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영화 몇개를 꼽아보라고 한다면 아마 1951년에 제작된 ‘쿼바디스‘가 ‘벤허‘등과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영화일 것이라고 하는데는 큰 반론이 없을 것 같습니다. 원제 ‘쿼바디스(Quo Vadis)’는 베드로의 유명한 대사 ‘주여 어디로 가십니까‘를 원제목으로 하여 폴란드의 노벨상 수상 작가 헨리크 에비치가 쓴 베스트 셀러가 원작입니다.
그 영화는 네로 황제당시의 로마를 배경으로 로마군 장교(로버트 테일러)와 노예로 끌려온 기독교인 처녀(데보라 카)간의 사랑을 기본 줄거리로 하면서 그 속에서 피어나는 신앙, 사랑, 권력의 무상을 다루면서 그리스도인에 대한 박해와 네로의 몰락을 그린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이렇게 유명하게 된 이유는 아마 네로황제라고 하는 희대의 폭군이 그 영화의 중심축에 있었던 것이 아닐가 생각됩니다.
네로는 로마 제국의 제5대 황제(AD 54~68 재위)로서 주후 54년 로마제국 역사상 처음으로 17세의 나이로 즉위하자 제임 초에는 황제 앞에서 열리는 비밀재판의 폐지와, 당시 유행하던 경기장에서의 잔인한 경기 금지, 세금인하와, 사형을 금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은 노예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등 선정을 베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네로는 59년 황제자리를 빼앗길까 두려워 친동생을 살해하였고 권세욕이 강한 어머니도 귀찮다는 이유로 죽였습니다. 그의 스승 세네카는 반역을 도모했다는 혐의로 자살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국정을 돌보기 보다는 음악, 연극, 스포츠에 시간과 돈과 정열을 쏟아 부었으며, 이 밖에도 그의 사치와 향락은 일일이 다 열거 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무엇보다 사도바울을 비롯한 기독교인들에 대한 박해는 그를 폭군으로 만든 가장 큰 원인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64년 로마를 휩쓸었던 대화재로 도시가 파괴된 것을 이용해 네로는 기독교들에게 그 화살을 돌렸으며 이 때를 전후하여 바울을 포함한 많은 기독교인들이 순교하였습니다. 그는 화재 후 로마를 그리스식으로 재건했으며, 로마 시 전체의 1/3 크기인 궁전 ‘황금저택‘을 짓기 시작했지만 완성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는 결국 쫓겨 궁궐을 빠져나와 그의 신하집에 피신해 있다가 그에게 충성했던 신하들의 자살권면을 받아들여 자결함으로 31세의 짧은 생애를 마감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와 같은 시대에 살았던 또 한사람 바울이 있었습니다.
그는 네로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네로가 호의호식하며 모든 영화를 다 누리는 동안 바울은 좋은 음식도 잘 먹지 못하고, 추운 겨울 외투도 하나 변변치 않았습니다(딤후 4:13 참조). 더구나 셀수도 없이 구타당하고, 많은 시간을 감옥에 갖혀 있어야 했으며, 두 차례 감옥에 있는 동안은 여러교회의 성도들이 힘을 모아 보내주는 선교비(구제금)로 겨우 연명하였습니다. 어디를 보아도 같은 시대의 네로에 비해서는 불행하기 그지 없는 삶이었습니다.
그러나 평생을 불안과 두려움과 망상속에 살다가 간 네로와 감옥에서도 기쁨과 평안과 긍정이 넘쳐 이렇게 당당히 “내게 능력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고 고백했던 바울. 이 둘 중 누가 진정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까?
행복은 소유에 있지 않습니다. 권력의 크기에 좌우되는 것도 아니며, 외모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행복은 내 안에 누가 함께 있느냐가 가장 결정적이며 궁극적 변수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살았던 바울이 진정 승리자였던 것입니다.
우리와 같은 시대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지만 예수와 함께 사는 사람들만이 진정 행복자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