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철 목사의 목회자 칼럼

역사관(歷史觀)

초나라의 한 상인이 창과 방패를 팔고 있었다. 그는 창을 들고 ‘이 창은 어떤 것도 다 뚫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리고 방패를 들고서 ‘이 방패는 어떤 창도 막을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어떤 사람이 ‘그 창으로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냐’고 물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했던 상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여기서 비롯된 고사성어가 바로 창‘모(矛)’에 방패 ‘순(盾)’을 쓴 ‘모순’이다.
우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 사건이나 말을 모순이라고 한다. 우리는 삶속에서도 종종 모순을 경험한다. 1961년 박정희 전대통령이 군사 쿠테타를 일으켜 성공을 거두자 사람들은 구국의 혁명이라고 칭송했다. 본인은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고 측근들도 권세를 누렸다. 그러나 만약 이 쿠테타가 실패로 끝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혁명이 아니라 반란이 되었을 것이다. 당사자는 사형에 처해지고 주변의 사람들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거나 감옥에 갇혔을 것이다.
이런 모순은 역사를 바라보고 평가하는 역사관(지날 역(歷), 사기(史記) 사(史), 볼 관(觀))에서 두드러진다. 똑같은 사건이지만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을 따라서 평가가 달라진다. 왕조사관은 지배자의 입장에서 기록한 역사이고 민중사관은 피지배자의 입장에서 슨 역사이다. 지배계층에 있는 사람은 민중사관을 이해할 수 없고 스스로 민중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왕조사관을 이해할 수 없다. 이와 비슷하게 황국사관을 가진 사람은 식민사관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반대로 황국사관을 가진 사람은 민족사관을 가진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똑같은 사건인데도 어떤 관점을 가지느냐에 따라 선이 되기도 하고 악이 되기도 하는 이 사실도 모순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모순이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세상의 역사관이 인본주의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인본주의는 ‘사람’ 중심이다. ‘내가’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된다. 자기 기준에 맞으면 선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악이 된다. 이렇게 모두가 자기중심적인 시각으로 역사와 사건을 바라보고 평가하다보니 모순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나만 선이 되고 다른 사람의 주장은 악이 되다보니 서로 간에 갈등이 조장되고 큰 다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인본주의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인본주의가 아니라 신본주의를 채택해야 한다. ‘인간’ 중심 ‘나’ 중심이 아니라 ;‘하나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바울 사도는 비시디아 안디옥의 회당에서 설교하면서 하나님께서 역사의 주관자이심을 선포하였다. 그는 이스라엘의 역사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에서 불러내셨고, 광야에서 40년 동안 지켜주셨고, 가나안땅을 정복케 해주셨다. 그리고 사사 세우셔서 나라를 다스리셨고, 때가 되매 사울을 왕으로 세우셨다. 그러나 결국 하나님은 다윗을 왕으로 세우시고 그를 통해서 인류를 구원할 메시야를 보내셨다.’ 바울의 설교에서 모든 주어는 하나님이시다. 모든 것을 하나님이 하셨으며 여기에 인간이 끼어들 틈이 없다. 개인의 역사든 세계의 역사든 하나님께서 주관하신다는 이 믿음이 바로 신본주의이다. 우리가 이런 신본주의 관점을 가지고 하나님 중심으로 살아갈 때에 하나님께서 우리 삶에 들어오시고 놀라운 능력을 베풀어주신다.
우리는 인간의 역사가 history가 아니라 History 즉 His story임을 기억해야 한다. 인간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역사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하나님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성경이 말하는 신본주의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나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직접 세우신 기관은 교회와 가정이다. 신본주의는 나보다 교회를 사랑하는 것이며 나보다 가족을 더 사랑하는 것이다. 나 중심의 삶을 내려놓고 가족중심, 성도중심, 교회중심으로 살아갈 때 하나님이 우리 삶에 역사하시고 우리에게 영원히 지속될 큰 복을 경험케 하실 것이다.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했을 때 모두가 비웃었다. 하비(William Harvey)가 혈액이 심장에서 나와 순환한다고 주장하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놀렸다. 심슨(James Simpson)이 클로로포름으로 마취제를 만들었다고 했을 때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들의 발견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가 신본주의로 살아갈 때 세상 사람들이 비웃을 수도 있다. 우리가 보기에도 곧 실패할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신본주의를 채택하면 하나님이 도우신다. 우리 개인과 가정과 교회에 들어오셔서 놀라운 부흥을 주시고 영원히 지속될 하늘의 신령한 복을 내려주실 것이다.

201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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