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리고 그림자
서임중 목사(포항중앙교회)
옛날, 최희준씨의 ‘빛과 그리고 그림자’란 유행가가 있었다. 감미로운 목소리에 눈을 지그시 감고 표정 하나에 메시지를 담고 노래하던 그 모습이 새삼 생각난다. 어느 나라를 무론하고 경제개발과 관련해서는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아직까지도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한 한국경제의 성장에 대해 찬반론이 전개되고 있지만, 그런 경우도 딱 부러지게 ‘이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역사다. 중국의 베이징, 천진, 상하이, 홍콩 등을 보면 날로 새롭게 탄생되는 마천루와 함께 그 아래 낡은 오두막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빛과 그림자를 생각하게 한다.
대형 할인마트가 들어서면서 소규모 슈퍼마켓과 구멍가게 등 소위 재래시장이 죽는 현상 또한 빛과 그림자의 단면이다. 재래시장을 살려야 하는 필요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대형 마트를 없앨 수도 없다.
60년대의 한국은 절박할 정도로 극한 상황이었다. 지하자원도 없고 생활수준은 아프리카만도 못한 상황이었다.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면 돈을 빌려야 했고 그래서 일본으로부터는 전쟁 배상금 문제를 해결하는 조건으로, 독일에서는 광부와 간호원들을 담보로 차관을 들여왔다. 그리고 포항제철소와 고속도로를 만들었다. 다닐 차도 없는데 그런 도로를 만들 일이 뭐가 있느냐는 반대도 극에 달했다. 반대 때문에 중단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대국은 하나의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를 두고 독재정권의 망령이라고 차갑게 비판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물론 있다. 맞다. 독재정권 분명하다. 비판받을 정권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 독재정권의 경제정책은 이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킨 빛이었다. 하지만 그 빛 때문에 고통당하고 억울했던 어두운 그림자가 있게 되었다. ‘경제 발전이면 다냐? 인권이 유린당했는데’라는 논리를 비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인권도 경제적인 바탕이 있어야 가능한 것 또한 빛과 그림자의 관계다.
벌써 사회적 가정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조기 유학에도 빛과 그림자의 관계가 현실로 다가왔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 오늘의 아버지 어머니는 기러기 아빠와 엄마가 되었고 그 후유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 또한 빛과 그림자다.
빛과 그림자......! 빛은 반드시 그림자를 나타낸다. 인간 생활에는 자신의 행위에 따라 함께 행동하는 그림자가 필연적으로 있게 마련이지만, 그러한 보편적 삶의 교훈을 우리는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빛 없는 어둠에서는 그림자가 없다. 그림자는 빛이 있을 때에만 보이는 것이다.
사도 바울은 빛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기 전에는 자기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 자신이 고백한 것처럼 엄격한 율법의 교훈을 받고 성장했고, 예수님을 이단의 괴수로 알았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을 사이비라고 핍박하고 괴롭혔다. 그러던 어느 날 바울은 다메섹 길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리고 눈을 떴다. 예수님이 빛으로 그에게 다가왔을 때, 비로소 자신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어둠에서 살아갈 때는 그림자를 발견할 수 없었는데, 예수님을 만나 빛 가운데로 나아오면서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교회가 주님의 몸으로 보였고,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이 하나님의 자녀로 보였고, 세상에서의 가치관이 변했고, 벌레 같은 자기를 하나님이 사랑하심을 알았고, 예수님을 믿는 것이 구원의 길임을 알았고, 새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자기의 지금까지의 삶이 어두움이었음을 깨달았다. 전에는 자신이 빛이니 자신의 그림자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교만했고 자고했으며 나 외에 다른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빛 되신 주님을 만난 후 자기의 그림자를 보았다. 그야말로 추하고 더럽고 볼품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빛을 보기 전에는 자신의 그림자를 보지 못했는데, 자신의 그림자를 보았을 때 바울은 놀랐다. 히브리인의 혈통, 베냐민의 족보, 가말리엘의 문하생, 율법으로 완전한 자, 세상적인 명예와 권세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더러운 배설물 같음을 보았다. 그것을 붙잡고, 그것이 최고라고, 그것을 잃지 않으려고 예루살렘의 귀족들과 타협하고 의논하고 술수를 쓰면서 살았음을 깨달았다. 그것이 얼마나 추한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분토처럼 버리고 빛 되신 주님께로만 나아가는 삶을 살았다.
오늘날도 예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사울처럼 살아가는 교인들이 많다. 사울처럼 세상의 것을 얻으려고, 불의와 타협하고 육신적인 소욕을 충족하려고 몸부림을 한다. 그러면서 출세하고 돈 벌고 부귀영화를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위장된 저주를 자랑한다. 그것의 마지막이 멸망인데도 그것을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것은 자신의 그림자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 볼 수 있다. 그 빛은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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