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위가강(神爲家綱)
서임중 목사(포항중앙교회)
유교의 도덕률에 있어서 기본이 되는 3강 5륜이 있다. 삼강(三綱)은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자강(父爲子綱), 부위부강(夫爲婦綱)으로서 임금과 신하가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어버이와 자식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남편과 아내 사이에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다. 오륜(五倫)은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으로서 부자지간의 친애, 임금과 신하간의 의리, 부부간의 분별, 어른과 아이의 차서(次序), 친구간의 신의가 있어야 함을 가르치는 교훈이다. 이와 같은 도덕률이 지켜질 때 가정의 행복은 물론 국가의 질서, 사회의 안녕 질서가 지켜지고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문제점들을 안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가정 붕괴 현상은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혼율이 높아 가고 가출하는 자녀가 늘어나며 소년 소녀 가장이 늘어간다. 부자지간의 윤리도, 부부간의 사랑도, 가족간의 평화도 없는 삭막한 광야 같은 가정들이 많아져 가는 모습이야말로 가장 큰 위기라 할 것이다.
해결 방법은 없는가? 필자가 목사이기 때문에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같은 가정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성경에는 그림처럼 그려져 있다. 그것을 한 마디로 함축하면 ‘기독교 가정의 강령’이라고 할 수 있다. 강령(綱領)이란 일의 으뜸 되는 줄거리, 혹은 단체의 기본 입장이나 방침을 말한다. 그렇다면 기독교 가정의 가장 으뜸이 되는 내용이 무엇이며 기독교 가정의 기본 입장이나 방침은 무엇인가?
그것은 신위가강(神爲家綱)이 이루어지는 가정이다.
시편 128:1은 의로운 사람의 가장 주요한 특징을 간략하게 묘사하고 있다: “여호와를 경외하며 그 도에 행하는 자마다 복이 있도다.” 즉 감사와 존경의 마음으로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것이 곧 의로움이요 복이라는 것이다. 가정은 하나님의 허락하심 속에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함으로서 비로소 출발하는 최소한의 공동체이다. 이처럼 가정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시는 가장 큰 축복이라는 확고부동한 믿음에서 출발되어야 한다. 이것이 가정의 견고성이다.
그런데 오늘날 이 가정의 견고성이 흔들리고 있다. 세상적인 환난은 우리들의 가정에 끊임없이 밀려온다. 그런데 가정의 견고성이 흔들리니 그 밀려오는 환난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없다. 믿음의 가정이라고 해서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누가복음 1장의 사가랴는 제사장이었고 그의 아내 엘리사벳 역시 아론의 자손이었다. 제사장의 가정으로서 좋은 문벌을 타고 났으며 또한 규례와 계명을 잘 지켜 의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었지만, 이 가정에는 자식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와 같은 어려운 문제 속에서도 사가랴와 엘리사벳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의 견고성으로 가정의 주권자는 오직 하나님이심을 확신하면서 생활하였고, 결국 세례요한이라는 역사의 광명한 빛의 아들을 얻었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우리도 때때로 밀려오는 환난의 폭풍우로 가정이 흔들릴 때가 있지만,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믿는 믿음과 소망을 가지고 나아갈 때 기적과도 같은 축복의 역사가 펼쳐지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 가정의 신위가강(神爲家綱), 곧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은 그 믿음의 가정을 축복하시는 관계개념이다.
이 관계개념을 파괴하고서는 결코 가정이 행복해질 수 없다. 인간생활의 모든 근간이 여기서 시작되는 것이다. 가정 없이 인간생활이 가능할 수 없다. 그래서 시편 127:1은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경성함이 허사로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 말씀은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는 가정은 그 구성부터 인위적이며 인간의 허약한 약속과 제도에 의하여 지속될 뿐이기에, 가정의 내적 유기적 흐름과 연대성은 결코 찾아볼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
오늘의 시대에는 집(house)은 있으나 가정(home)이 없다는 말을 흔히들 한다. 그것은 하나님이 함께 하시지 않는 가정은 참된 가정이라 할 수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수 있다. 기독교인의 가정은 언제나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지고한 복이다. 누구든지 복된 가정을 원한다면, 여호수아처럼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만 섬기겠노라.”(수24:15)는 확고한 믿음의 결단 위에 선 가정이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기독교 가정의 첫 번째 강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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