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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건 약속
최정철 목사(모든민족교회)
풍몽룡(馮夢龍)의 유세명언(喩世明言)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과거에 응시하러가던 수재 범거경이란 젊은이가 도중에 동상에 걸려 얼어죽게 되었다. 이때 과거에 응시하러가던 또 다른 수재 장려가 범거경을 보게 되었다. 장려는 그와는 초면이었지만 정성껏 돌보아 범거경을 구했다. 두 사람 모두 시험 날짜를 놓쳤지만 서로 의기투합하여 의형제를 맺었다. 그리고 내년 9월 9일 중양절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이듬해 중양절 장려는 집을 치우고 닭을 잡아 음식을 만들고 범거경을 기다렸다. 그러나 날이 다 가도록 범거경은 오지 않았다. 장려의 어머니는 지난 약속은 잊어버리라 했다. 장려는 “거경은 신의를 아는 선비입니다. 틀림없이 약속을 지킬 것입니다.“ 라며 계속 기다렸다. 밤이 얼마나 깊었을까? 누군가가 바람을 타고 장려가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바로 거경이었다. 그러나 거경은 먹지도 마시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말도 못했다.
사정은 이러했다. 범거경은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약속 날짜를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다. 중양절이 되어 주위 사람들이 부산을 떠는 모습을 보고서야 약속이 생각났다. 장려가 있는 곳까지는 천리 먼 길, 하루만에 갈 수 있는 길이 아니었다. 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다 문득 귀신은 하루만에 천리를 갈 수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거경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귀신이 되어 순식간에 날아와 장려와의 약속을 지켰다.
봄이면 교단마다 목사 임직식이 있다. 목사 임직식은 하나님과 하나님이 세우신 목사가 언약을 맺는 자리이다. 기독교를 언약의 종교라 한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님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하물며 목사로 세움을 받는 이들에게는 생명을 걸고 지킬 약속이 있다.
흔히 목회자가 평생 조심하며 통과해야하는 세 가지 관문(關門)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명예관문(名譽關門)이다. 정약용은 천주교 신자였다. 그런데 동부승지 벼슬을 임명 받았을 때 사직서를 올리면서 자신은 천주교인이 아니라하였다. 하지만 그의 형 정약종 당당히 자신이 천주교 신자임을 밝혔다. 그 기세가 얼마나 당당했던지 사형집행 하던 망나니가 헛칼질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카톨릭은 순교자 정약종보다 정약용을 앞세운다. 정약용의 유명세 때문이다. 목회자도 이런 실수를 범할 때가 있다. 세상의 명예 좇다가 신앙의 도리에서 벗어나 하나님 영광을 가릴 때가 있다. 목사로 임직을 받는 이들은 세상의 명예를 흔들리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만 바라보고 나아가겠다는 약속을 해야한다.
두 번째는 조심하며 통과해야할 관문은 화류관문(花柳關門)이다.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쌍벽을 이룬 대학자 조식(曺植)이 산청에 머물고 있을 때 여행을 하던 황진이가 그의 명성을 듣고 만나기를 청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조식은 ‘천하의 가장 통과하기 힘든 관문이 화류관문인데 이는 무쇠도 녹이고 돌도 녹인다’고 하면서 거절하였다. 목회자도 공인이다 보니 이성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므로 목회자의 길을 걷기로 작정한 이들은 이성문제에 깨끗하겠다는 약속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금전관문(金錢關門)이다. 성경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근본’이라고 했다. 많은 교회들이 금전문제로 곤경에 빠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목회자로 헌신하는 이들은 평생 물질에 초연하는 약속을 해야한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가이샤라 빌립보에 도착하셨다. 가이샤랴 빌립보는 분봉왕 빌립이 로마황제 가이샤에게 받친 도시다. 이를 위해 도시를 화려하게 재건축하고 거주자도 선별하였다. 이 도시에 도착한 예수님 일행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이샤에게 제사 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누가 참 신인지 혼란마저 느끼게 되었다. 그런 제자들을 보면서 예수님이 물으셨다. ‘너희들은 나를 누구라 하느냐?’ 그때 베드로가 대답하였다.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 이 말은 가이사랴와 같은 세속적인 영광을 멀리하겠다는 베드로의 약속이다. 가난하지만 명예도 없지만 그래도 예수님을 따르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이에 예수님 크게 감동하시며 ‘이 신앙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고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는 축복’을 약속하셨다.
새로 목사 임직을 받는 이들만 아니라 모든 목회자들이 처음 하나님과 약속 맺든 때를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을 위해 명예도 버리고 물질도 버리고 모든 것을 버려서라도 하나님께 헌신하겠다던 약속을 되짚어보아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새롭게 하여 목숨을 걸고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하나님께서 크게 기뻐하시고 모든 목회자들의 사역에 복을 주실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교회에게도 큰 부흥을 주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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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04.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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