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임중 목사의 칼럼


포항중앙교회 서임중 목사

고난의 철학

비가 많이 쏟아지는 곳에서는 식물들도 더욱 푸르게 자라난다. 안개가 짙은 섬은 에메랄드가 생성되기에 알맞아 에메랄드의 섬이 된다. 우리 인생에도 고난과 슬픔의 안개가 짙을수록 에메랄드 같은 아름다운 심령을 얻게 될 것이고, 하나님의 사랑의 깊이를 깨닫게 된다.
우리는 제비가 겨울 동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어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겨울 동안에 꽃나무가 죽어서 꽃이 피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구름이 태양을 가리우고 먹구름이 소나기를 내리게 하며 사방이 어두워 캄캄해진다고 해도 우리는 태양이 사라졌다고 말하지 않는다. 봄이 오면 제비는 다시 오고, 봄이 오면 꽃은 다시 핀다. 이 땅에 새 생명을 키우기 위해 잠시 비가 내렸을 뿐이지 태양은 언제나 하늘에 떠 있다.
우리가 살아가노라면 제비 없는 겨울 같은 날을 맞이할 때도 있다. 꽃이 없는 앙상한 나뭇가지가 떨며 찬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것처럼 우리는 고난의 날들을 맞이하기도 한다. 언제나 태양빛 아래 아름다움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소낙비 맞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날들이 있기 때문에 다음에 오는 날들이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다가온 고난의 날들을 견뎌 내지 못했을 때 우리에게는 어쩌면 영원토록 이듬해 오는 봄 같은 삶을 누리지 못할 것이다.

한 물리학자가 벌레가 어떻게 고치를 만들고 고치 속에서 어떻게 나비로 탈바꿈하는가를 관찰하고 있었다. 벌레가 힘을 다해 고치를 짓고 그 속에 들어가더니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그 벌레가 버둥거리며 고통 하는 모습은 마치 잔인한 고문에 못 이겨 버둥거리는 인간의 모습과 같았다. 이것을 관찰하던 과학자는 너무나 괴로워하는 벌레를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고치를 깨고 벌레를 밖으로 꺼내 주었다. 그런데 밖으로 나온 벌레는 버둥거리는 고통은 멎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 버리고 말았다. 고치 속에 들어간 벌레는 죽은 것이 아니다. 지금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당하지만 그 고통 속에서 나비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은 한 마리의 벌레와도 같다. 나비 되어 훨훨 나는 기쁨의 날을 위하여 고치 속의 고통을 겪지 않으면 안 된다. 인생이라는 것, 그 삶은 그냥 아름답고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다. 고난의 날들을 맞이할 때 그 고난을 피할 것이 아니라 그 고난 가운데서 새로운 비전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영국의 위대한 문학가 ‘사무엘 죤슨’ 은 “고난과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 데 인간 최고의 기쁨이 있다”고 했다. 그 자신이 가난과 아내의 죽음으로 많은 고난을 겪으면서도 1947년에서 55년까지 단신독력(單身獨力)으로 영국 최초의 영어 사전 편찬 대업을 완성하였고 18세기의 영국 문단의 거장(巨匠)이 되었다. 인간이 산다는 것은 고난과의 싸움이다. 싸우면 이겨야 하고 싸움에서 이길 때 영광이 있고 희열이 있고 감격이 수반된다. 영광은 고난과 비례한다. 고난이 크면 클수록 영광도 크고, 고난이 작으면 작을수록 영광도 작다.
사순절 기간이 이어지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고난 받으신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오늘의 그리스도인으로서 삶의 고난을 극복하는 능력과 삶의 지혜를 통해 부활의 아침을 기다리는 삶이되어야 한다.
사순절 기간이라 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유별나게 행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을 가다듬고 경건과 절제의 생활에 힘쓰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기간에 그 이름 예수 그리스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고난의 현장에 있는 이웃을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본 훼퍼(Dietrich Bonhaeffer)는 ‘하나님을 위한 죄수’ 라는 저서에서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은 참 인간이 되는 것이고 이 세상에서의 삶에서 주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 사순절 기간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생활이 어떠해야 할까? 주님의 고난에 참여하는 삶이란 어떤 삶인가? 우리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 물음에 진솔한 자기 성찰과 함께 부끄럼 없는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2009.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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