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철 목사의 칼럼


진짜 친구

춘추시대 제(齊)나라에 관중(管仲)과 포숙아(鮑叔牙)라는 절친한 친구가 있었다. 나중에 관중은 제나라 왕자 규(糾)의 측근이 되었고 포숙아는 규의 이복동생 소백(小白)의 측근이 되었다. 그때 제나라에 반란이 일어났는데 관중은 규를 따라 노(魯)나라로 망명했고 포숙아는 소백을 따라 거(?)나라로 망명했다.
이듬해 반란이 평정되자 규와 소백은 서로 먼저 귀국하여 왕이 되려하였다. 노나라의 망명했던 규는 노나라의 관습을 따르느라 귀국이 지연된 반면 소백은 작은 나라인 거에 있었기 때문에 신속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먼저 제나라에 돌아와 왕이 된 소백은 군대를 이끌고 노나라로 갔다. 거기서 규를 죽이고 관중은 제나라로 끌고 와서 죽이려 하였다.
이를 알게 된 포숙아는 소백을 설득한다. 제나라를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해서는 관중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숙아의 진언을 받아들인 소백은 관중을 대부(大夫)로 중용하였다. 그리고 관중은 역량을 발휘하여 경제를 안정시키고 제나라를 강대국으로 변모시켰다.
훗날 관중은 포숙아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나는 젊어서 가난했기 때문에 포숙아와 함께 장사를 했었는데 늘 이익금을 내가 더 많이 차지했으나 그는 나를 욕심쟁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것은 내가 가난하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나는 일찍이 세 번씩이나 벼슬하였는데 그때마다 쫓겨났다. 그러나 포숙아는 나를 보고 못났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아직 때를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또 나는 세 번 싸워서 세 번 도망친 일이 있었다. 그러나 포숙아는 나를 비겁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나에게는 늙으신 어머님이 계시는 것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 주신 것은 부모님이지만 나를 알아 준 사람은 포숙아였다’(生俄者父母 知我者鮑叔牙)”
관중과 포숙아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부러운 생각이 든다. 관중과 포숙아는 서로를 마음 깊이 이해하고 서로를 세워주는 ‘진짜 친구’다. 우리도 힘든 세상살이 가운데 지치고 넘어질 때가 있다. 누군가 마음 편히 어깨를 기대고 위로 얻을 사람을 찾아보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런 친구는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리를 사랑하는 분이 계신다. 예수님이다. 예수님은 우리를 ‘친구’라 부르셨다(요15:15). 우리는 예수님께 얼마만큼 소중한 친구일까? 하나님의 아들인 예수님은 죄인인 우리를 당신의 목숨보다 더 사랑하셨다.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말씀하시고 이 말씀을 십자가에서 몸소 실천하셨다.
우리를 친구 삼아주시고 목숨까지 내어주실 만큼 우리를 사랑하신 예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해야한다’고 말씀하신다. 말이 아니라 ‘행함과 진심함으로 사랑하라’ 하신다. 관중과 포숙아처럼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배려하라’고 하신다. 우리 도움이 필요한 자들을 찾아가서 ‘네 가진 것을 그들과 함께 나누라’고 하신다. ‘진짜 친구’가 되라고 하신다.
이 사랑의 물줄기를 교회 안에만 머물지 말고 ‘세상을 향해 흘려 보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세상에는 구원의 길을 알지 못한 채 죽음의 그늘에 앉아 울고 있는 자들이 있다. 예수님을 모르고 지옥을 향해 달려가는 자들이 있다. 예수님은 ‘이들을 구원하라’ 하신다. 세상에서 ‘예수님의 구원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랑의 확성기가 되라’고 하신다.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전도하여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이 구원하라’고 하신다. 그들의 ‘진짜 친구’가 되라고 말씀하신다.
함석헌 목사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가 있다.

만 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마음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시인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너는 ‘그 사람을 가졌는가?’ ‘너의 진짜 친구가 있느냐?’ 그때 예수님의 음성이 들린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다”, “내가 너의 진짜 친구다” 그리고 예수님은 계속 말씀하신다. “너희도 그 사람이 되어라!” “믿음의 형제들을 섬기고 불신자에게 복음을 전하는 ‘진짜 친구’가 되라”
세상살이는 점점 더 힘들어져가고 우리에게는 진짜 친구가 필요하다. 가만히 눈을 들어 그런 친구가 있는지 주위를 둘러본다 ........ 무엇을 하든, 세상 어디에 있든 ‘진짜 친구’가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천국이 아닐까?

2008.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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