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철 목사의 목회자칼럼

배수지진(背水之陣)

한(漢) 나라의 명장 한신(韓信)은 유방의 명에 따라 위(魏) 나라를 쳐부순 다음 조(趙) 나라로 쳐들어갔다. 한신은 1만의 군대를 나누어 강을 등지고 진을 치게 했다. 조 나라 군대는 이것을 보고 병법을 모르는 자라고 크게 웃었다. 병법에서 포진은 ‘우배산릉(右倍山陵), 전좌수택(前左水澤)’라 하여 ‘산을 우로 하여 뒤로 하고, 물을 앞으로 하여 좌로 한다’고 했다. 또 율료자(尉?子)라는 군사학 책에는 ‘물을 뒤로하는 포진은 폐근이 된다’고 했다. 그리하여 이좌거(李左車)는 20만의 군사는 사양하고 3만의 군사만 동원시켰다. 결과는 한신의 대승이었다.
승리하게 된 비결은 무엇인가? 왜 배수지진의 병법을 선택했는가라는 질문에 ‘우리 군사들은 훈련되지 않는 민간인이기에 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훈련되지 않는 군사들이기에 도망갈 곳이 없는 것을 가르쳐주어서 죽기 살기로 싸움에 임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정신력에 있어서 한나라 군사들은 몇 십 배 강했기에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탤런트 안재환이 자살했다. 서울대 미대출신의 엘리트 탤런트이며 잘생긴 얼굴, 서글서글한 인상, 동갑내기 개그우먼과 결혼한 사람. 더구나 신앙생활도 잘 했다고 한다. 이런 그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사업실패로 막대한 빚을 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자살을 택했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에는 크고 작은 굴곡이 있다. 좋은 날도 있지만 정말 심각함 문제에 부딪혀서 절망할 때가 있다. 사업의 실패, 육신의 질병, 가정의 불화, 너무 힘이 들어 인생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경험할 때도 있다. 이럴 때 포기하는 것은 군사학 책에 나와 있는 정도의 전술일지라도 그대로 따르면 안 되는 것이다. 미 해병대의 전설적인 인물이었던 체스티 퓰러(Chesty Puller) 장군은 작전회의 중에 아군이 적군에게 완전히 포위돼 고립됐다는 보고를 받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포위됐다. 덕분에 문제는 간단해졌다! 이제 우리는 모든 방향으로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완전히 포위 되었다’고 ‘이제 죽었다’고 부정적인 마음을 품으면 희망은 없다. 그러나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문제에 부딪혀 보겠다는 결심을 할 때 살길이 보이게 된다. 목숨을 걸고 배수의 진을 치게 될 때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이 열린다. 문제는 우리의 정신력에 달려 있다.
베이징에서 장애인 올림픽이 폐막했다. 팔 하나가 없어도, 다리 하나가 없어도, 생각대로 몸이 말을 듣지 않아도 열심히 달리고 던진다. 참 아름다운 장면이다. 게 중에는 살다가 중간에 장애를 입은 선수도 있다. 얼마나 고통이 컸을까. 죽음의 달콤한 유혹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절망에 심연 속에 가라앉지 않았다. 유대인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 박사는 ‘고난의 최대의 적은 고난 그 자체가 아니라 포기하려는 유혹’이라고 했다. 희망이 그들을 죽음에서 건져냈다. 모든 삶을 던져서 역경에 맞서겠다는 배수지진의 자세가 고통의 삶을 아름다운 삶으로 변화시켰다.
배수지진(背水之陣)은 질 수밖에 없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도망갈 곳이 없기에 전진할 수밖에 없다. 망했다는 것은 성공할 수 있는 길로 달려갈 길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망했을 때 포기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술일지라도 거기에 따를 필요가 없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도 배수의 진을 치고 문제에 부딪히면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 모든 성도들이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품고 앞길을 가로막는 장애물들과 싸워서 하나님이 주시는 큰 승리를 경험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해본다.

2008.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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