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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본(關係資本)의 결핍
장성만 목사
전 국회부희장, 전 동서대 총장
학교법인 동서학원 설립자
어린 중학생들이 교복을 입은 채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서서 “우리도 오래 살아야겠다”고 외쳤고 유모차를 몰고 나온 어머니들도 이구동성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일 수는 없다”고 역시 촛불을 들고 나선 바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민들은 쇠고기를 대하면 광우병을 연상하리만큼 되었다. 이것이 2008년 여름의 한국풍경이다. 이렇게 된 데는 정부의 부적절한 협상과 시기를 놓친 대응에도 문제가 있지만 방송매체 특히 모방송의 한 프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한다. 이 방송을 보고 있으면 미국산 쇠고기와 광우병이 동일어로 인식되게끔 불신의 씨를 뿌리게 된 것이다. TV의 위력과 불신의 무서움을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이로 인하여 국민들은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되었고 이 불신의 장벽은 이 나라의 터전이 흔들릴 만큼 관계의 단절을 가져왔다. 다행히 그 방송프로가 오역과 과장이었음을 사과했고, 사장은 방통위의 결정을 수용하면서 재발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가장 으뜸 되는 과제는 이 불신의 늪을 어떻게 제거하느냐 하는 것이다.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이 있고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 제시돼도 <신뢰>를 잃는다면 무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나라가 건전하게 발전하는 데는 물질적인 성장 못지않게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 필요하다. 자본이라고 하면 도로나 철도, 항만이나 공항 같은 사회간접자본을 상상하지만 사실은 도덕성, 신뢰성, 사랑 등 도덕적 자본이 커다란 사회 자본임을 잊을 때가 많다. 아무리 눈부시게 경제적인 발전을 한 나라라도 그 사회의 도덕성이 형편없고 부패와 타락이 만연하다면 그 나라는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 화려했던 소돔과 고모라가 망했고 군사력이 대단했지만 로마도 무너졌고 제정 러시아나 장개석의 중국도 예외 없이 이런 전철을 밟은 것이다.
그런데 사회자본 가운데 관계자본의 결핍 때문에 우리사회가 큰 홍역을 치루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의 촛불시위는 이를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는 물론 정부와 국민사이의 관계가 철저히 파괴되고 있다. 불신의 씨는 공중파 방송을 통하여, 인터넷의 수많은 잘못된 정보 때문에 넓게 뿌려졌다. 이 불신의 씨는 대통령과 국민사이를 갈라놓고 스승과 제자사이를 불신케 하고 있다.
누구의 말도 믿지 못하게 되는 사회는 관계자본의 결핍증을 앓게 되는 것이다. 믿음 없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믿음의 위기’가 낳은 관계자본이 0에 가까운 상태가 되어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관계의 회복’이다. 여기에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으뜸가는 과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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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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