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신조 보완 案을 위한 공청회 유감
개혁주의 장로교회의 중요한 특징은 신앙고백에 있다. 우리의 정체성은 신앙고백서에 나타난 믿음의 내용을 함께 고백함으로 보존되고 후대에 전승된다. 개혁주의의 창시자인 요한 칼빈 이후 장로교회는 칼빈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제정된 스위스 신앙고백, 도르트 신경,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그리고 저 유명한 웨스트민스트 신앙고백 등 수려한 신앙고백의 전통을 가지고 있다. 우리 한국 장로교회는 상기 신앙고백 외에 100년 전 독(獨)노회에서 채택한 ‘12신조’라는 빼어난 신앙고백을 유산으로 물려받고 있다. 문제는 이 ‘12신조’가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이 있던 그 해에 처음 제정된 이래 한 번도 재검토되거나 보완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필자는 2년 전 소속교단의 총회 교육부장을 맡아 교단의 교회학교 교육전반을 살펴보던 중 교단 헌법 책 첫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는 ‘12신조’에 대해 교단 차원의 체계적 연구나 교육이 부족함에 눈을 뜨게 되었다. 필자 나름대로 문헌을 조사하여 작은 연구 논문 두 편을 준비했고, 소속 노회를 거쳐 2년 전 가을 총회에 ‘12신조 재검토 및 보완을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청원’을 헌의했고, 7인의 위원으로 구성된 특별위원회가 2년 전에 시작되었다. 동위원회의 주관으로 학계의 저명한 교수들의 연구를 거쳐 금년 봄에는 ‘12신조 재검토 및 보완을 위한 심포지움’을 가졌고, 지난 7월에는 서울과 대구와 광주에서 ‘12신조 보완 안 공청회’를 연이어 개최하여 오는 9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교단 총회에 헌의하기 위한 저변확대를 꾀하였다. 그동안 이 일을 위해 전면에서 고군분투(?) 해온 필자는 여러 가지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첫째는 1907년 평양에 모여 있던 선교사들과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어려운 국가적 사회적 소용돌이 속에서도 장로교회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새로운 신앙고백(12신조)을 작성 제정 공포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둘째는 100년 전의 신조가 어쩌면 이렇게 정확하고 정교하게 작성되었는지 눈을 의심할 정도이다. 이 신조로 인해 한국의 장로교회는 하나 됨을 지켜왔고, 서구의 장로교회들이 급속히 세속주의화 되어갔음에도 우리는 정통신앙을 보수하고 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처럼 중요한 우리의 신조에 대하여 우리 교단 목회자들의 관심이 이처럼 저조하다는 사실을 한 번의 심포지움과 세 번의 공청회를 통해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집회의 참여도는 물론이고 신조의 역사나 내용, 문제점 등에 대한 이해가 몹시 미흡하였다. 어쩌면 우리는 말로만 개혁주의를 외치고, 말로만 말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말로만 신앙고백 공동체를 주장해 온 곳이 아닌가?
문제다. 지금이 어느 때인가? 이 시대는 계시록 13장의 ‘바다에서 올라온 짐승’의 시기이고, 계시록 17, 18장의 음녀의 때가 아닌가? 인본주의와 세속주의, 종교다원주의가 주류 교회 안에 배도(背道)의 기운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때가 아닌가? 세계 개혁 교회의 유명한 지도자들이 로마 카톨릭과 손을 잡고 있고, 조건 멸절설과 같은 교묘한 이론으로 우리의 믿음을 현혹하고 있는 때가 아닌가? 지금은 교계 정치보다는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일이 더욱 긴급하다고 여겨진다. 교회 본질의 회복은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해주는 신앙고백의 회복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이 일을 추진해 오면서 마음속에 여러 번 다짐하게 되었다. “이 일이야말로 목사로서 목숨을 걸고 추진할 만한 과업이다. 우리의 정체성을 찾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이처럼 훌륭한 신앙고백을 제정 보존해 온 선조들의 모습을 본받아 우리도 후손들에게 제대로 된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자. 이 일을 나의 목회 인생에 가장 큰 보람을 주는 일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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