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석목사(마산제일교회, 사단법인 창원십대선교회 대표)
최근 특허청에서 눈길을 끄는 발표를 한 적이 있었다. 최근 5년간 한국 기업들이 특허청에 출원된 상표를 분석한 결과 가장 선호한 상표 1위는 ‘그린(green)’이 차지하였다고 한다. 그린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상표가 무려 2,737건을 차지하였고, 그 뒤를 이어 ‘내츄럴(natural)’이 2,370건이었다. 또한 하이, 프로, 바이오, 테크, 뉴, 파워, 베스트, 클린, 골드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이 기업들이 상표에까지 사용할 정도로 선호하는 단어는 한 시대를 나타내는 가장 선명한 관심사의 지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린이라는 용어를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아마도 환경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초창기에는 주로 농산물 등의 상표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그 사용범위를 점점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표에 선호하는 단어는 현대인들의 관심사를 나타내는 지표가 되므로 교회들도 유의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교회는 세상이 줄 수 없는 것을 주어야 하겠지만, 현대인들이 수용하기에 적합한 그릇에 담아서 전해주어야 하는 중차대한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체에서의 상표와 동일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교회도 해마다 또는 주기적으로 교회마다 교회표어를 정하는 교회가 많이 있다. 외국에서는 보기 어려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교회표어가 가져다주는 순기능이 적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거의 대부분의 교회가 이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성도들에게 좀 더 많은 설명을 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 사명선언문(mission statement)이나 비전선언문(vision statement) 등과는 달리 대체로 성도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고 이해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므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고 하겠다. 교회는 신령한 가치를 표현할 수 있는 표어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이러한 표어는 한 편의 설교를 대신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큰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 널리 읽히고 있는 「목회와신학」에서는 지난해의 교회표어를 조사하여 발표한 적이 있었다. 담임목회자나 각 교회가 일정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서 선정되는 교회표어는 지역, 담임목사의 목회철학, 교회의 규모 등에 따라서 각각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가장 많은 교회가 ‘부흥’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536교회 중에서 104교회로 15.3%를 차지하였으며, 그 뒤를 이어 83교회가 ‘전도’를 포함하고 있어서 12.2%를 차지하였다. 이렇게 볼 때 한국교회가 가장 소망하는 것은 부흥과 전도라고 할 수 있다. 그 뒤를 이어서 기도 4.6%를 차지하였다. 또한 예배, 성령이 각각 4%였다. 믿음과 제자도, 사랑 등에 관한 교회 표어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갱신, 말씀, 봉사, 비전, 빛과 소금, 사랑, 선교, 성장, 연합, 행복, 회복 등이 2% 이상을 차지한 주제들이었다. 부흥과 전도와 관련된 교회표어는 교회규모와 상관없이 채택되고 있으나 3백 명 이상 회집하는 교회에서는 여러 가지 주제를 고르게 선정하고 있었다. ‘오직 믿음’이나 ‘배가전도’ 등의 단순한 구호성 표어, ‘빛을 발하라’는 익숙한 표어에다 ‘두 날개’ 와 같은 유행성 표어도 있으며, 지나치게 전투적이라고 느껴지는 표어도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목회자의 목회철학과 성경적인 가치관을 충분히 표출할 수 있는 교회표어로 성도들의 마음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다면 좋은 표어가 아닌가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