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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이민교회에서 목회사역을 하다가 마산제일교회로 부임하여 몇몇 선배 목사님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드린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마침 교회를 은퇴한 어느 원로목사님을 찾아뵈었을 때의 대화 내용이다.
‘자녀들도 같이 귀국했습니까?’, ‘아닙니다. 둘 다 미국 보딩 스쿨에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장학금을 많이 받고 있겠군요.’
처음 만난 자리에서의 대화인지라 많이 놀란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나의 사정을 들었겠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담담하게 말씀하시던 그 목사님의 경우를 전해 듣고서야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었다. 미국 보딩 스쿨의 1년간 학비는 약 4천만 원 정도이므로 두 아이의 학비로 연간 8천만 원 정도를 지원해줄 교회는 없을 것이라고 짐작했다는 것이었다. 또한 교회를 은퇴하기 전에 자녀의 유학문제로 교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어서 그 목사님의 마음을 많이 아프게 했다는 것이었다.
서울 유명대학을 거쳐 외국에서 공부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재원(才媛)이었지만 자신의 자녀에 대해 말하는 것을 거의 금기시 하면서 사역을 해오셨다고 했다. 사실은 대학시절부터 거의 전액 장학금으로 공부했고, 유학비도 포스코 장학재단에서 전액 지급해 주었으므로 교회에서 지불한 자녀학자금은 그리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두어 차례의 항공료 지원과 중등학교 시절에 지급된 자녀학자금을 확대해석하여 말을 만드는 것이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1년에 한 번씩은 교인들에게 장학금 내역을 밝히라”는 충고의 말씀도 덧붙이셨다.
필자가 알고 지내는 몇몇 교회의 목회자 자녀들도 외국에서 유학 중인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을 잘 알지 못한 채 무조건적으로 비방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자신의 집안에 하나님의 소명으로 목회사역을 하는 목사가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미국에 사는 친척이 목회자인 오빠를 돕고 싶어 조카를 초청하여 함께 생활하도록 한 경우도 호화판 조기유학으로, 이것을 침소봉대하고 마음대로 생각해서 “한 달에 학비가 3~4백만 원씩 든다고 하더라”는 소문을 내고 다니는 것은 전혀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다.
‘그 많은 유학비를 교회에서 다 지급한대요.’
하지만 그 목사님이 미국으로 보내는 학비는 아무리 많이 잡더라도 한국에서의 고교생에게 필요한 정도였고, 더구나 교회 돈으로 유학을 시키고 있는 것은 사실무근이지만 풍문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또 다른 목회자의 경우는 미국인 가정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홈스테이 프로그램에 참가하여 크리스천 사립학교에 다니고 있으므로 국내 학비보다 오히려 저렴하거나 비슷한 비용으로 유학을 시키고 있다. 모든 사정이 다 동일하지는 않겠지만, 외국에서 부모와 떨어져서 유학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꿈을 갖고 도전하고 있는 목회자의 자녀들을 품어줄 수는 없을지 생각해 본다. 아울러 목회자들도 자녀가 외국에 유학하고 있는 경우, 모든 것을 좀 더 투명하게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은 아니(고전10:23)”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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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4.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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