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가 그립습니다
요즈음 극장가에 훈훈한 마음을 선사하는 영화 한 편이 상영되고 있다. 김정권 감독이 강풀 선생님의 순정만화 ‘바보’를 영화화 한 <바보>라는 영화다. 아내와 함께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바보>를 관람하면서 머릿속에는 온통 예수님의 모습만 떠올랐고 예수님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자꾸만 자꾸만 예수님이 보고 싶었다.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 바보 승룡은 토스트를 만들어 팔며 아무리 힘들고 외롭고 슬퍼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추레한 외모로 더듬더듬 말하고 신발도 제대로 갖춰 신지 못 하고 아이들에게 놀림 받는 바보 승룡이지만 사람들은 그런 승룡을 보며 마음의 위안을 찾는다. 피아니스트 지호도, 술집 지배인 상수도, 승룡의 순수한 모습을 보며 고단한 삶의 시름을 잊는다. <바보>는 잊고 지내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메마른 마음 한구석을 건드리는 착한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자꾸만 엄마가 생각났다. 자꾸만 예수님이 생각났다. 그리고 바보가 그리워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그리곤 깊은 생각을 했다. “나도 바보가 되어야지…” ‘바보…’ 언제나 놀림 받고, 속고, 손해 보면서도 남을 미워할 줄 모르고 밝게 웃는 사람을 우리는 ‘바보’라고 부른다. 속일 줄 모르고, 거짓말 할 줄 모르고, 남을 해롭게 하지 못하고, 항상 사람들의 시야에서 한 발짝 떨어져 살아가는 사람을 우리는 ‘바보’라고 한다. 자기는 아파하면서 남의아픔을 보고 울어 주는 사람, 자기는 손해 보면서 손해 본 사람들을 안타까워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 자기는 억울함 당해 모진 고통을 겪으면서도 억울함 당한 사람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을 우리는 ‘바보’라고 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주변에 이런 바보가 있는가? 우리의 삶의 현장에 이런 바보가 있는가? 언제 부터인가 우리의 삶에서는 이런 바보를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 남의 아픔위에서 춤을 추고, 자기의 영광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고통하게 하는 사람들, 자신의 기쁨을 위해 끊임없이 상대방을 슬프게 하는 사람들로 뒤엉킨 오늘을 우리는 살아간다. 그래서 바보가 그립다. 눈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아도 이 바보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다가 갑자기 성경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머리에서 펼쳐졌다. 그리고는 숨이 멎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바보’를 보았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 그분이다. 그분이 ‘바보’였다. 이사야 53:2~9절까지만 보아도 예수님의 모습을 ‘바보’로 그림처럼 그려놓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마태복음 5장에서는 바보 예수님의 가르침이 기록되어 있다.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라.”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라.”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라.”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 “원수를 사랑하라.”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이와 같은 삶은 바보가 아니면 불가능한 내용이다. 바보 예수는 그렇게 가르쳤고 그렇게 살았다. 예루살렘 성으로 입성하신 후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 짊어지고 운명하신 그 시간까지의 여정은 바보의 결정판이었다. 제자의 배반의 입맞춤에도, 얼굴에 침 뱉음을 당해도, 주먹으로 후려침을 당해도, 욕을 하고 조롱을 해도, 옷을 벗기우고 매질을 당해도, 십자가를 지워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기막힌 상황에서도 바보 예수는 누구를 원망할 줄도, 욕 할 줄도 모르고 그냥 묵묵히 당하기만 하셨다. 그리고 숨이 넘어가는 순간에 천지가 찢어지는 한 마디만 하셨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아빠 아빠, 왜 나를 버리시나요?” 눈이라도 한 번 흘길 수 있었는데, 바보 예수님은 그냥 당하셨다. 왜? 무엇 때문에? 나를, 우리를 살리기 위하여서였다. 이것이 바보 예수님의 사랑이다.
하나님은 하늘에서 우셨다. 바보 아들을 그렇게 십자가에 죽이셔야 했던 아버지 하나님의 눈물이 비가 되어 골고다 언덕에 쏟아졌다. 인간의 사악함을 그렇게 아들의 죽음으로 대신하신 하나님의 마음이 성전 휘장이 찢어짐으로 표현되었다. 그렇게 바보 예수가 죽음으로 사람들이 웃게 되었고, 행복하게 되었고, 자유하게 되었고, 생명있게 되었다.
왜? 무엇 때문에? 나를, 우리를 살리기 위하여서였다. 이것이 바보 예수님의 사랑이다.
부활의 은총이 온 누리에 충만한 이때에 이상하게도 자꾸만 바보가 그립기만 하다. 단순히 그립기만 하다면 그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우리도 바보처럼 살아야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깨닫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바보처럼 살아가는 것, 그것은 손해 보면서 예수 믿어야 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잘난 사람들뿐인데 바보처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그래도 우리는 바보처럼 살아야 한다. 부활신앙이 무엇인가? 바보 예수의 삶이 오늘에 재현되는 것이다. 그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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