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김홍석 목사

영화 권하는 목사
금년 부활절을 앞두고 개봉되는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주목했으면 한다. 이 영화는 1748년 아프리카에서 흑인 노예들을 싣고 미국으로 항해하던 중 북대서양에서 풍랑을 만나 배가 침몰할 위기에 처하자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 후 살아남은 존 뉴턴(John Newton, 1725-1807)이 지은 찬송가를 제목으로 삼았다. “나 같은 죄인 살리신…”으로 시작되는 이 찬송가를 지은 뉴턴은 그 후 노예매매상을 청산하고 기독교인으로 살기로 결심하였으나, 1755년에 가서야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영국성공회 신부가 되어 은혜로운 많은 찬송가를 남겼다.
이러한 뉴턴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이 바로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 1759-1833)였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엄격한 감리교도인 숙모로부터 신앙교육을 받았다. 14세 때에 노예매매를 반대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하기도 하였으며, 1780년 지역구에 출마하여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1784년 고향에서 재선에 성공한 후 23년 동안 요크셔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법안을 제정하는데 기여하였는데, 특히 노예매매 금지법안 통과를 주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 기독교와 거리가 먼, 영국 중산층 및 상류층에 만연한 위선적인 기독교 체제에 대한 실증적 고찰”을 저술하였다. 감리교회 창시자인 웨슬레가 주로 하층민의 복음화에 기여하였다면 윌버포스는 영국 상류층을 복음화하는 사명을 잘 감당하였던 인물이었다.
영국의 노예제도 폐지 법안 통과 200주년을(2007년) 기념하여 제작된 영화「어메이징 그레이스」는 윌버포스의 일생을 그린 영화이다.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기독교인들이 단체로 관람할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단지 기독교인들뿐만 아니라 사회변혁에 관심이 높은 젊은 세대에게도 권할 수 있는 영화로서,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윌버포스라는 한 그리스도인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참된 기독교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줄 수 있게 될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일일지라도 당시로서는 급진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노예매매 금지법을 주장하고 법률로 제정하는 과정에 보여주는 윌버포스의 끊임없는 도전과 헌신, 인간적 고뇌와 갈등, 그리고 신앙적인 모습은 나약한 오늘의 차세대들에게 기독교적 꿈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신앙은 교회당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행동하는 양심’으로 표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윌버포스는 정치인이었지만 의사당에서 성직자처럼 살았던 인물이었다. 뉴턴이 교회당 안에서 교인들을 향하여 외친 설교자였다고 한다면, 그의 영향을 받은 윌버포스는 의사당에서 국민들을 향해 담대하게 외쳤던 강력한 설교자와도 같았던 것이다.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는 한 사람의 신앙인이 하나님께 헌신했을 때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영웅이 사라져 버린 오늘날, 우리의 차세대가 윌버포스와 같은 영웅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고대하는 마음으로 목회자들이 추천할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영화 권하는 목사가 되었으면 한다.

2008.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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