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김 홍 석 목사

아미쉬에서 배운다
미국에서 교회를 개척하며 생활할 때 겪었던 일이다. 미국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자동차를 운전하여 큰 도로에 나왔을 때의 곤혹스러웠던 장면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과는 많이 다른 도로환경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운전해가고 있을 때 나타난 일군(一群)의 마차행렬 때문에 무척이나 당황했던 적이 있었다. 그들을 뒤따라가자니 시속 10Km도 채 되지 않는 듯하였고, 앞지르기를 하려고 해도 그 긴 행렬을 무사히 통과하기가 쉽지 않을 것만 같아 매우 당혹스러웠다. 마차를 몰던 남자들은 긴 수염을 기른 채 모자를 쓰고 있었고, 여자들은 검은색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에는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아이들의 복장도 생소한 모습이었다.
나중에 안 일이었지만 그들은 아미쉬(Amish)였다. 그들은 필자가 교회를 개척하여 약 7년간 사역했던 펜실바니아 주를 중심으로 미국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성경의 문자적 해석을 강조하고, 자녀들을 세속 학교에 맡기지 않은 채 공동체 안에서 교육하고, 교회보다는 각 가정에서 예배하며, 무저항주의에다가 세족식 등을 중요한 교리로 받아들인다. 아미쉬의 생활은 단순한 것을 특징으로 한다. 영화 를 통해서 어느 정도는 우리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지만, 숨 가쁘도록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몇 가지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18세기 스타일의 농업에 종사하는데, 상업적인 화학제품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유기농으로만 재배한다. 또한 휘발유로 달리는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편리성이 가져다주는 익명성 뒤의 타락을 염두에 둔 것이며,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그보다 더 간단한 이유에서였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잠자는 것이 하나님의 창조원리에 더 부합하다는 주장이었다. 아미쉬 남자들은 검은 옷에 모자, 여자들은 케이프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전형적인 과거의 차림새를 하는데 옷에는 옷핀을 사용하여 단추를 사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급자족, 청빈, 근면을 삶의 기쁨으로 여기면서 소박하게 사는 아미쉬들의 생활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성적인 자극을 피할 수 있는 옷감을 사용하고, 화려한 색깔을 거부하는 동시에 여자들은 보석으로 자신을 장식하지 않는다(딤전2:9). 성경적인 원리를 따라, 영화 ‘증인’에서 볼 수 있듯이 철저한 무저항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최근 MBC ‘뉴스 후’에서 교회에 대한 몇 차례의 보도가 있었다. 그 프로그램을 본 기독교인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하기도 하고,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생각도 들고, 침소봉대했다는 느낌도 있고, 의도적으로 왜곡한 내용도 있었다고 볼 수 있지만 아미쉬들의 무저항주의를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한다. 무저항도 힘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200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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