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나없이 마음을 높은 곳에 둔다. 그런데 그것이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는 희망이며 긍지가 되어 좋다. 그러나 그것이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매우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은 자칫 그것이 관계에서 교만이 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경은 항상 마음을 낮추라고 권고한다. 그것은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에서 교훈하는 삶의 지혜로운 메시지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프라이드(pride)가 있다. 그 프라이드는 자기 자신에게 있어서는 대단히 소중한 것이다. 사람이 자존심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무의미하고 바보스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라이드가 타인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매우 조심스럽게 표출되어야 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나보다 낫다고 생각될 때 내 안의 프라이드는 질투로 변질되기 쉽고 다른 사람이 나보다 낮다고 생각될 때 내 안의 프라이드는 교만으로 변질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것이 관계개념이다. 나는 40의 나이에 목사가 되었다. 나이 많은 전도사로서 사역할 때 나이 젊은 목사로부터 낭패스러운 일을 겪은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도 고소(苦笑)를 금치 못한다. 어느 날 식당에서 목회자들이 식사를 하게 되었다. 무의식적으로 방안에서 목사님들과 한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려고 할 때 한 목사님이 언짢은 표정으로 내게 한마디 건넸다. “어떻게 전도사가 목사님들이 있는 식탁에서 식사를 하느냐? 밖으로 나가서 식사를 하라.”는 훈계였다. 순간 얼굴에 불을 담듯 했고 등에는 한 겨울인데도 식은땀이 흘렀다. 몇 분 목사님들이 그렇게 말씀하신 목사님을 핀잔하면서 괜찮다고 하는 말씀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와 식사를 했던 때가 있었다. 그 사건은 내가 목사가 된 이후에 낮은 마음으로 인간관계를 할 수 있게 된 아주 좋은 교훈이며 결단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그 목사님은 우리교회가 후원하는 선교비를 중단하지 말아 달라고 해 마다 당부의 전화와 함께 편지를 보내고 계시는데, 물론, 더욱 기도하는 마음으로 챙겨 드리고 다양하게 후원을 해 드리고 있다. 이 같은 일들을 많이 경험하였기에 오늘도 나는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교훈을 마음에 담고 내가 어디에 이르렀든지 대인관계에 있어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의 법칙을 마음에 담고 내 마음을 낮은 곳에 두는 훈련이 되어 그 분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목회를 하고 있다.
개미 한 마리가 갈증을 풀려고 샘터 곁으로 갔다가 굴러 떨어져 익사하게 되었다. 그런데 때마침 옆의 나무에 앉아 있던 비둘기가 개미의 위험함을 보고, 나뭇잎 하나를 따서 그것을 개미 앞에 떨어뜨려 주었고, 개미는 그 위에 올라타고 무사히 기슭에 닿았다. 마침 그때 새를 잡는 사나이가 그물을 펼쳐 비둘기를 잡으려고 하는 중이었는데, 개미가 그 사나이의 목적을 알아차리고 그의 발을 깨물었다. 그 사나이는 놀라서 그물을 떨어뜨렸고, 비둘기는 무사히 날아가 버렸다. 하나의 선행은 또 하나의 선행에 의해 보답 받을 가치가 있다는 교훈이다.
아무리 힘 있는 자라도 그것이 영원한 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는 약하면서도 강자에게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네 가지가 있는데, 모기는 사자에게 공포감을 주고, 거머리는 코끼리에 공포감을 주고, 파리는 전갈에게 공포감을 주고, 거미는 매에게 공포감을 느끼게 한다고 했다. 아무리 크고 힘이 센 자라도, 항상 막강한 것은 아니다. 또 아무리 약한 것이라도, 어떤 조건만 갖추어지면 강한 자를 이길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낮은 마음이 높은 마음보다 좋다. 나는 어릴 때 한학(漢學)을 배웠다. 명심보감의 첫 문장은 “爲善者는 天報之以福하고 爲不善者는 天報之以禍니라.”고 시작한다. “착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복을 내려 보답하고 악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하늘이 화를 내려 보답한다.” 아버님은 그 “착한 일”에 관해 세 가지를 가르쳐 주셨다. “첫째는 하늘을 향해 부끄럼이 없는 것이며, 둘째는 사람에게 부끄럼이 없는 것이며, 셋째는 자신에게 부끄럼이 없어야 한다. 그보다 더 착한 일은 없는 법이다.”는 것이다. 이 말씀은 어릴 때부터 내 마음의 거울이 되었고, 그 ‘善’에 관해 헤밍웨이가 갈파한 대로 “뒷맛이 좋은 삶”이 지고(至高)한 善임을 깨달아 그렇게 살아가려고 힘쓰면서 세운 목회 철학이 ‘言行一致’ ‘學行一致’ ‘信行一致’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명심보감의 시작은 뒷맛 좋은 삶의 원리로 ‘爲善者’(선을 행하는 자)로 가르쳤는데 마무리를 “荀子曰 不積?步면 無以至千里요 不積小流면 無以成江河니라.”고 했다. “반걸음이 쌓이지 아니하면 천리에 이르지 못하고 작은 시내가 흐르지 않으면 강하를 이룰 수 없다.” 그렇다. 뒷맛 좋은 삶, 곧 선행은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그것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처럼 마음을 낮은 곳에 두는 사람에게서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삶의 공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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