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길을 건너는 것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공과를 뒤로 하고 우리 모두에게 감격스러운 장면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부인과 발이 맞지 않은 점, 그동안 닫힌 고통의 한을 풀어내고 ‘새 시대와 새 길’을 여는 상징적 퍼포먼스나 메시지도 없는 어색함과 밋밋한 발걸음이다. 천추의 한을 남기는 아쉬운 건넘이었다. 적어도 교황처럼 무릎이라도 꿇고 그 땅에 눈물과 애증이 남긴 평화의 키스라도 한번 했으면 어떨까? 모더니즘의 미학적 반성은 무관심에서 미를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아름다움 뒤에 숨은 아픔, 고통, 추악함을 간과하는 것은 백치의 미학이기 때문이다. 슈스터만은 이러한 무관심으로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것은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것이고 ‘살아 숨쉬는’ 미의 부활이 아니라 박제화 되고 거짓된 죽음의 미라고 주장한다. 살아 있음이란 이 세상의 충돌 및 모순과 부딪치면서 거기서 발견하는 아름다움이며, 그 과정을 통해 우리의 미적 경험은 정점에 달한다는 것이다.살아 숨쉬는 미의 부활, 그것이 생명의 미다. 예수님은 요14:6절에서,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라고 말씀하신다. 여기 절대미학적인 길의 메시지가 있다. 그의 길은 결코 지나가는 길이 아니다. 그의 길은 진리와 생명으로 이어지는 생명미학적 길이다.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이 걸어가야 할 길, 우리 민족이 걸어가야 할 길, 그 길은 생명의 길이다. 거기에 생명윤리의 당위가 있다.
1. 생명윤리의 접근과 방향
생명에 관한 논의는 모든 인간이 함께 걸어가야 할 길의 윤리다. 그 길은 진리요 생명이기 때문이다. 생명에 관한 논의는 일시적인 사회현상이나 문화, 인종, 정치, 이념을 초월한 인간의 근본적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현대사회에 있어서 생명의 문제나 생명윤리는 과학기술의 발달, 진보적 이데올로기와 연관하여 취급하려고 한다. 그러나 과학과 의료기술의 진보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에 관한 동시적 통찰과 생명의 존엄과 지속가능한 삶의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그 중심과제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명윤리는 의료윤리와 환경문제 등을 포괄하는 광의적 개념이다. 의료분야에서 제기되는 문제들뿐만 아니라 환경문제, 나아가 사회병리현상이라 할 수 있는 자살이나 폭력, 제도와 관습, 문화, 정치, 종교의 부분까지, 생명 그리고 생명과 관련된 자연과 인간 그리고 모든 피조물들의 심각한 반성의 주제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그것은 생명의 주되신 하나님의 뜻을 수용미학적으로 받아드리는 겸손이 전제일 것이다.
2. 인간 매매의 슬픈 역사
사자는 살아있는 다른 동물은 먹지만 같은 사자를 먹지 않는다. 그렇지만 하등 동물의 육체가 고등동물의 먹이가 되는 것은 생태계의 법칙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하등동물의 육체 그 자체를 자신의 재물 또는 재산으로 생각하거나 먹거리로서 매매하기도 한다. 이런 생태계의 순환구조를 사람들은 상품화 혹은 재산화의 당연한 귀결로 인정하고 살아왔다. 이런 인식적 사고의 틀은 사람들 자신을 재산 혹은 재물로 생각하거나 상품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지는 않는다. 그러나 결국 이런 인식적인 틀은 인간 스스로의 위기와 환경위기를 동시에 가져옴으로 지구와 인류의 공동의 멸망의 위기에 처하게 만들게 되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시대는 인식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생명윤리의 외마디 소리다.
3. 동산노예제도와 새로운 재산으로 인체와 그 시장의 위험
노예제도는 살아 있는 인간육체를 재산으로 취급하는 고전적 모델이었다. 노예제도 형태 중에서 가장 악랄했던 것이 노예를 짐승처럼 사고팔았던 동산 노예제도(chattel slavery)이다. 노예와 그의 자식은 주인의 소유물이었고, 소유자의 의사에 따라 물건처럼 매매되었다. 농노, 처의 매매와 상속, 아이의 매매, 채무인질, 카스트제도, 소비에트식의 강제노동 등에서 들어난다. 이런 노예제도를 파기하는 데는 700년의 투쟁이 있었고 19세기 들어와 두 개의 국제협약이 체결됨으로 살아지게 되었다. 노예제도, 노예거래 및 유사노예제도의 폐지에 관한 1926년의 협약과 1956년의 보충협약이 그것이다. 슬픈 역사의 상흔이 1세기도 되지 않은 지금, 건강증진과 치료를 위하여 인체의 재산권 문제와 매매 그리고 시장이라는 공급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시작되었다. 과거의 인신매매제도로서 노예제도와 현대적 인신매매제도로서 장기매매를 비교해 보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의 심각한 발전 가능성을 비교해 보는데 효과적이리라. 사체, 장기, 조직 기타 부산물 등 사용가능한 인체조직들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으로 된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다양한 형식의 인간시장 한가운데 서 있으며, 그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얼마든지 인간자신과 신체 및 그 구성부분을 소유권의 대상으로 하는 제도를 만들 수도 있다는 위험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5. 결어
우리의 죄와 심각한 위기는 우리가 지각하기보다 실로 깊고 넓게 온 지구상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는 이 심각한 위기와 대처에 너무나 소홀한 것 같아 실로 안타깝다. 본인은 이런 안타까움에서 서툴고 어쩌면 어리석고 부정확한 지식을 전달한 비판과 허물을 각오하고 그동안 한국기독신문에 게재해 왔다. 그동안 지면을 할애해주신 신문사와 지루한 중에도 글을 읽어주시고 격려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준비가 되는 데로 생명과 윤리, 생명과 노동, 그리고 생태위기에 관한 대책과 그 가능한 비전을 제시해 보려고 한다. 부족한 저와 저희 흙학교를 위해 많은 기도와 충고를 부탁드리며, 이 글을 마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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