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빈 목사, 거제흙학교
명절(축제)은 도대체 왜 있는가? 그리고 꼭 지켜만 하는가? 특히 목회자들은 설이나 추석 같은 명절에 커다란 부담을 가진다. 고향을 찾아오는 옛 성도들이나 교우들의 자녀들의 모 교회 방문을 외면 할 수 없기에 고향 길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이런 일로 늘 친척으로부터 죄인취급을 당해야하는 것도 고통스럽고, 명절이 되면 그동안 양육해 오던 성도들의 신앙이 모두 허물어 지는듯한 기분에 또 한 면의 가슴앓음을 가지고 있다.
목회자뿐만 아니라 명절증후군 (culture-bound syndrome)이라는 병이 이제 전체국민의 50%에 육박한다고 한다.
이제 우리의 추석은 ‘더도 말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우리 명절은 기쁨이 아니라 이제는 ‘명절증후군’의 병리현상을 낳고 있다.
1. 축제(명절)란 무엇인가 ?
축제는 ‘경사스러운 날 과 제사 드리는 날’의 합성어다. 이를 한자로 풀어 보면, 사람(人)이 말(口)로 신에게 비는(示) 축(祝)과 제물(肉)을 손(手)으로 제상(示)에 올려놓고 제사지내는 제(祭)가 합쳐진 낱말이 축제다. 영어로 축제라는 말을 페스티발(festival)이라고 한다. 이 말은 라틴어 ‘페리에’(feriae)로 ‘일을 하지 않는 날’ 혹은 페스투스(festus)로서 종교의식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사회를 구성하여 사는 모든 곳에는 축제가 존재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 또는 우주에 대한 경외감과 인간의 본능적 욕구 즉, 유희본능이 복합적으로 작동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축제다.
그래서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J. 하위징아는 ‘호모 루덴스’, 즉 ‘유희하는 인간’의 본성과 연결하여 축제를 설명하고 있으며, 하비 콕스(Harvey Cox)는 축제하는 존재(Homo Festivus)로 그 본질성을 말한다. 지금까지 축제는 ‘기존질서의 긍정적인 고양’이라는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공동체를 결속하려는 측면과 ‘규범 파괴적인 과잉’ 이라는 일탈과 자유, 쾌락, 술취함 등이라는 양 극단으로 이해해 왔다.
그러나 이런 이해와는 달리 축제를 이제 경계현상으로 새롭게 규정하고 있다. ‘경계현상’이란 일상에서 축제로 넘어가고 축제에서 다시 일상으로 들어오는 시공간적 넘나들기다. 축제는 이제 생명문화로 들숨과 날숨으로 그리고 사회문화적으로 통합과 해체를 위한 ‘풀고 조임’의 생명문화현상으로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축제는 ‘삶의 혁명’이다. 그래서 어느 학자는 ‘축제가 없는 민족은 살아서도 산목숨이 아니고 죽어서도 고이 잠들 수 없다‘고 한다.
2. 성서속의 축제에 관하여
우리의 추석명절에 해당하는 초막절(레 23: 33-43)을 살펴보면 36절에 ‘이는 거룩한 대회라’ 37절에는 ‘이것들은 여호와의 절기라’고 말씀하고 계시다. 하나님 자신이 축제를 만드시고 축제의 주인이시며 직접 축제를 진행하신다.
하나님은 안식일, 안식년, 희년, 그리고 절기와 하나님의 위대한 행동을 기념하는 축제를 만드시고 반드시 지키라고 명하신다.
하나님의 축제는 창조의 빛에서 땅과 관련하여 자유와 해방을 이루시는 여호와 샬롬이다.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첫 기적인 가나의 혼인 잔치(요2장)나 최후의 만찬은 메시아 잔치(축제)의 약속이며 선취이다. 기독교회의 축제는 장차 성취될 하나님의 나라의 선취이며, 새 하늘과 새땅을 이루는 기구다. 그럼으로 기독교는 축제의 종교이다.
구약 에스더서에 의하면 페르시아의 아하수에로 왕은 180일동안 축제를 행한다. 자신의 영화로움과 나라의 부요함과 위엄의 혁혁함을 나타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축제는 한 민족의 몰살하려는 음모로 변질된 축제로 치닫는다.
하나님은 에스더와 모르드게를 통하여 (4:14절)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아가는 부림절의 축제를 성취하신다. 축제는 생명의 환희요 살아 있음의 감격이다.
3. 왜 우리의 축제는 명절증후군이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가?
우리나라의 농가인구는 1994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는데 2004년 124만 가구, 전체 인구에서 8%를 차지하던 농가인구는 현재는 7% 가량으로 줄어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전체국민 중 추석명절의 직접적 경험을 가지는 인구는 7%밖에 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식량자급률(2005년 기준)은 곡류 29.3%, 콩 9.8%, 유지류 2.8% 수준이다.
자급하는 품목은 계란류와 해조류뿐이다. 나머지는 세계 각국에서 수입한 식재료와 식품으로 충당하고 있다. 그러니까 추석명절이라고 해도 사실은 30%만 우리 땅에서 거두고 수확한 것을 먹고 즐긴 것이고 나머지는 모두 수입품이었다. 그나마 2004년 주식용 곡물 기준은 65.3%인데, 그렇다 해도 하루 세끼 중 한 끼 이상은 수입곡물에 의존하고 있음을 수치에서 볼 수 있다.
4. 생명문화의 축제로 우리의 축제를 다듬어야 한다.
민속명절은 민중문화와 민족문화의 전형의 명맥을 유지하기는 하지만 이제 기능이 현저히 변화되어 가족휴가와 놀이중심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우리 문화명절은 땅과 자연의 일치에서 생명공존과 나눔의 축제였다. 풍물과 민요가 실제로 모의 성장을 촉진하는 구실을 했다. 농작물의 생명력을 부추기는 과학적 근거를 지닌 생명활동으로 해석해야 할 뿐 아니라 식물과 인간, 자연과 사람이 깊은 교감을 이루고 공생적 세계관의 인식을 회복하는 축제 였다.
그러나 농촌인구의 격감과 농촌의존에서 탈피한 산업사회로 말미암아 민속명절은 ‘생명모순’을 해결하는 일과 두래의 형태로 역사와 현제와 미래 그리고 이웃과 민족을 하나로 어우르는 축제의 본연에서 소외되어 있다. 이제 명절증후군이라는 축제의 병리현상만 남아 있는 앙상한 전통만 남아 있는 축제가 되었다.
민속문화에서 생명모순을 해결하고 해방과 자유를 찾는 대안문화적 축제인 생태적축제로 기독교는 리모델링해야 한다.
생명모순을 해결하려는 생명운동은 전 지구적 생존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한층 큰 변혁이다. 교회는 민속명절의 축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이제 생태학적 대안문화로 축제의 장을 열고, 이 축제를 공생적 생명축제로 재창조해 나가는 것은 또 하나의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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