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 - 가짜 박사학위 소동

김 홍 석 목사 - 마산제일교회

얼마 전 미술계의 큰 직책을 맡고 있던 어느 대학교수의 박사학위가 거짓으로 밝혀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서울의 유명대학 교수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 사건을 대하는 당사자의 시각을 접하고는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국 뉴욕공항에서 기자들과 마주치면서 남긴 말은 “박사학위 논문이 가짜인 것은 몰라도, 어떻게 나를 고졸로 내몰 수가 있어요?”였다고 한다. 고졸 학력은 결코 부끄럽거나 죄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표절한 가짜 박사학위 논문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데도 말이다.
우리 사회의 학력지상주의의 한 단면을 나타낸 것이다. 뒤이어 터진 몇몇 사람들의 거짓 학력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방송국에서 제법 인기 있는 영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강사도,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영화감독도, 다른 사람들의 학력을 비하하던 유명 연극배우도, 연예인들이나 스포츠맨들도 자신의 학력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진솔하게 고백함으로 말미암아 어떤 사람은 동정을 사기도 하였지만 또 다른 사람들은 시류에 편승하여 진정성이 없는 고백으로 다시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였다.
우리 사회가 실력과 학력 중에서 보다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학력을 고집함으로써 표출된 역기능이 팽배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심지어 학위를 필요로 하지 않는 분야에서 조차도 자신을 포장하고 과시하기 위한 거짓 학력을 내세우는 이유를 짐작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비단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기독교계에도 이러한 풍토가 없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신학대학원 신학박사 학위취득 ×× 인터내셔널 세미나리 목회학박사 취득 감사예배 ×× 대학교 철학박사, ××신학대학원 신학박사 축하연 교단에 따라서 약간씩 다르기는 하나, 한국 목회자들은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받은 후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석사(M.Div.)를 받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물론 그 후에도 더욱 학업에 정진하여 신학석사(Th.M.)나 목회학박사(D.Min.), 철학박사(Ph.D.), 또는 신학박사(Th.D.) 등의 학위를 취득하는 것을 나쁘게 볼 이유는 전혀 없다.
다만 일정한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이름도 모를 외국대학이나 신학교에서 학위를 받았다고 과대포장을 하는 것은 하나님과 성도 앞에서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에서는 별반 어렵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목회학박사 학위조차도, 미국 Westminster신학교나 Southern신학교 등에서 취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달 만에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내세우거나, 단지 몇 차례 미국을 들락거린 후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내세우는 것은 거의 전부가 가짜라고 보면 틀림없다.
심지어 교회를 맡고 있는 목회자가 목회학박사, 신학박사, 철학박사, 문학박사에다가 명예법학박사 학위까지 소지하고 있다는 것은 도무지 믿을 수 없지 않겠는가. 한바탕 가짜 박사학위 소동이 휩쓸고 간 우리 사회를 바라보면서, 우리 기독교계에서도 가짜 학위에 대한 윤색(潤色)과 거짓 학력을 털고 갔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교회가 거짓을 조장하는 면이 없었는지도 한 번쯤 자성했으면 한다.

2007.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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