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칼럼-“What a waste !” (이 얼마나 낭비인가)

김홍석 목사(마산제일교회)
미국에 유학중인 한인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7월초 휘튼대학 캠퍼스에서 개최되는 코스타(KOSTA) 강사로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지만 대학본부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는 브랜차드홀 벽면에 동판으로 만들어진 졸업생 명단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그 대학의 졸업생 명단을 동판으로 부조(浮彫)하여 둔다는 것은 어느 대학이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세계적 부흥사인 빌리 그래함 목사 등을 배출한 기독교 대학인 휘튼의 졸업생 가운데 순교한 동문들의 이름 앞에 별표를 하여 그들을 기리고 있었다. 별 모양의 표시가 되어 있는 순교자의 이름 중에는 짐 엘리엇도 있었다. 그는 휘튼을 수석으로 졸업한 후 가족, 친지, 동료 등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1956년 남미 에콰도르로 출발하였다. 하지만 함께 파송된 5명의 선교사들은 에콰도르의 부족들에게 도착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원주민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되고 말았다. 한국보다는 기독교인들의 수가 월등히 많았던 미국에서도 각종 언론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타임지 등에서는 “What a waste!”라는 제목으로 대서특필하면서, 철없는 젊은이들의 무모하고도 공격적인 선교의 희생물로만 몰아붙였다. 한 마디로 그들의 희생을 쓸데없는 낭비로만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남미에서 살해된 그들의 가족들과 인터뷰를 하던 중에 짐 엘리엇의 아내는 “낭비라고요? 저의 남편은 이때를 위하여 준비된 사람입니다.”라고 하여 독자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멀리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조선선교를 위해서 목숨을 내어 놓았던 사람들도 얼마든지 있다. 양화진 외국인묘지에 잠들어 있는 어느 선교사는 묘비에 “남에게 줄 수 있는 1천개의 생명이 있다면, 조선에 바치겠다.”는 말을 남긴 사람도 있고, 헨리 데이비드는 조선선교를 위해 부산에 도착한 지 며칠이 지나지 않아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지만 이 소식을 전해들은 호주교회가 조선에 선교사를 대거 파송하는 동기를 제공하였던 것이다. 한 알의 밀알로 살다가 간 사람들이었다. 짐 엘리엇을 비롯한 5명의 청년 선교사들이 순교한 후 그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이루기 위해 특별선교팀이 조직되어 파송되었는데, 나중에 그 부족은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 그 부족출신 목회자가 배출되었다고 한다. 오히려 다른 나라로 선교사를 파송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결코 헛된 낭비가 아니었다는 것이 후일에 증명된 셈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배형규 목사를 비롯한 희생자가 나온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그들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을 굳게 믿는다. 인간은 때때로 하나님의 섭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하늘을 향하여 소리쳐 보기도 하지만 언제나 당신의 뜻을 이루어 가시는 것을 믿어야 하겠다. 혹시라도 남을 위해서 봉사는 한 가닥조차 해보지 않은 채 이들의 죽음을 무모한 것으로 돌려버린다면 짐 엘리엇이 순교했을 당시 “이것은 낭비다.”라던 미국 언론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선교에는 결코 낭비가 없다. 다만 우리의 몰이해가 있을 뿐이다.

200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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