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빈 목사(거제 흙학교)
미학은 단순히 미에 대한 학문이 아니라 현실의 미적인 습득에 관한 학문이다. 삶 가운데서 미(美)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누리는 멋스러운 삶, 삶의 아름다움을 현실 안에서 찾아 발견하고 실현하는 모든 미적 가치의 전 영역을 탐구하는 것이 미학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신학은 동시에 미학이며 그리스도인은 미학적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미의 원리란 선과 함께 목적인(目的因)으로서 ‘인식과 운동의 원리’이고, 그 주된 형식이 질서와 균제와 한정(限定)이라고 말한다. 그에 의하면 본질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자연 속에 있다. 그래서 빅토르 위고(Victor Hugo, 1802-1885)는 “건축가를 산으로 보내라. 그로 하여금 거기서, 자연이 아치형 기둥으로 표현하는 것, 원형 지붕으로 표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배우도록 하라“고 한다. 자연의 미에서 질서와 균제(조화)와 한정이라는 통일성과 종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수용미학적 세계를 구성한다. 이를 레오나르도 다빈치(Vinci, 1452-1519)는 회화론(Trattato de pittura)』에서, “눈은 그림으로 그려놓은 아름다움에서도 실제적인 아름다움에서와 마찬가지의 즐거움을 얻는다“고 말한다. 미학이란 그저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것이요, 삶의 운동의 원리로서 생명이다. 그래서 피그말리옹(Pygmalion, Roi et sculpture l?gendaire de Chypre)은, “완전한 예술적 미란 곧 <생명의 미>라는 것을 암시한다”고 말한다.
1. 미의 근원인 자연- 하나님의 동산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최초의 선물은 집이나 아파트가 아니라 정원이었다. 인류 최초의 조상이 살던 첫 번째의 집은 에덴 혹은 파라다이스(paradise)라 불리우는 정원이었다. 오염이나 훼손도 없는 가장 쾌적한 상태의 환경이다. 거기에는 경쟁이나 정복이나 죽음이 없다. 희열과 기쁨만이 존재하는 곳으로 긍극적 행복의 자리였다. 정원을 뜻하는 영어 가든< garden(영), Garten(독), jardin(불)>은 히브리어의 gan과 oden 또는 eden의 합성어이다. gan은 울타리 또는 에워싼다는 뜻을 함축한 보호나 방어의 의미이고, oden이나 eden은 즐거움이나 기쁨이라는 어의를 가지고 있다. 또 ‘paradise’라는 말도 둘러싼다는 의미의 ‘pairi’와 형태를 만든다는 ‘diz’라는 고대 페르시아 말의 합성어다. 우리도 정원을 ‘방외정원’(方外庭園 )과 ‘방내정원’(方內庭園)으로 나누는데 여기서 방(方)은 ‘경계’ 또는 ‘담’을 뜻한다. 그래서 집(家)을 짓고 주변에 정원(園)을 만들어 가정(家庭)이라 불렀다. 그 곳은 하나님-인간-자연이 개별적이고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관계적 틀에 의하여 존재하는 더불어 존재(Mitsein)하며, 더불어 사는( Mitleben) 세계로서 가장 이상적인 생명 공간이다.
2. 미의 주된 형식인 질서와 균제 그리고 한정에 있다.
영화나 연극을 볼 때면 언제나 캄캄한 가운데 시작된다. 캄캄함 거기에는 혼돈(카오스)이 있을 뿐 어떤 아름다움을 인식할 수 없다. 그러나 빛이 비춰지면서 무대는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빛이 창조되고 하나님의 동산은 살아 움직인다. 그분의 무대는 질서와 균제(permit)와 한정(prohibit)된 미적 공간으로 하나님의 일(work-창조,보존,평화)은 계속된다. 그곳은 모든 것이 허용된 땅이다. (창2:16절)그러나 바울은 “모든 것이 내게 가하나 다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내게 가하나 내가 아무에게든지 제재를 받지 아니하리라”(고전 6:12) 아울러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유익한 것이 아니요 모든 것이 가하나 모든 것이 덕을 세우는 것이 아니니 (고전10:23절)라고 말한다. 그런데 고전 10:26절은 시 24:1절에서 차용해 온 것이다. “땅과 거기 충만한 것과 세계에 그 중에 거하는 자가 다 여호와의 것이로되” 그러나 그의 선하심과 영광을 찬양할 수 있는 자는 그의 빛을 받은 자만이 그분의 무대를 직시하고 그의 선하신 일(미)을 믿음으로 받아 드리는 자만이 소유할 수 있는 공간이다. 믿음이란 결국 하나님의 아름다우심과 그의 선물을 받아드리는 수용미학적 아름다움의 행동인 것이다.
2-1) 한정(prohibit)의 미학
동산 중앙의 생명나무는 수평이 수직과의 만남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과의 조우가 생명임을 상징적으로 말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나무는 인류의 생명과 관련한 유효한 위치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과 사람과 관련 안에서 허용과 금지를 전달하고 있다. 인간은 하나님의 동산의 허락(허용-permit)하심에서 벗어 날 수 없는 피조물로서의 한계와 더불어 질서와 균형(permit)과 함께 병행해 가야할 운명임을 직시하고 있다. 모든 생명은 유기적 관계를 통해서만이 그 기능과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인식시킨다. 생명은 모든 것과 관련하며 모든 것을 담아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장 연약한 흙의 질료를 차용하고 의존하는 한계적인 생명이다. 생명은 아니 살아있음은 하나님의 허용하심 안에서 자기 한계를 인식하고 더불어 사는 아름다움을 창출해 낼 때 거기에 미학적 삶이 있다.
3. 미학의 교육학적 이해
창조 이야기에서부터 이스라엘이 땅을 차지하는 구원사는 모두 은총이요 하나님의 선험적인 약속이다. 그러기에 약속의 땅에서 이스라엘이 첫 번째 지켜야 될 수칙은 자연히 “야웨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귀결된다 (신6:4절) 이 은총의 땅은 계약의 땅이다. 토라는 땅의 관리를 위한 좋은 지침서이다. 토라는 땅을 얻은 이스라엘이 은총의 땅에서 계약대로 사는 길을 가르치고 있다. 이러한 토라의 요구는 이스라엘의 땅이 은총으로 인한 것임을 늘 상기시키는 제도적 장치이다. 기독교인의 삶의 양식과 신앙의 형태는 ‘은혜’라는 독특한 스타일을 취하고 있다. 은혜라는 의미 안에는 두 가지 요소를 가진다. 하나는 받아들이는 ‘수용미학’적 의미요, 또 하나는 ‘수용’을 메타포로 한 ‘새로운 미학적 삶(new being)’이라는 요소다.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지각하지만 점차적인 반복적 학습을 통하여 한층 강렬한 생명의 기(氣)로써 미학적 삶을 만든 새로운 삶으로서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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