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임중칼럼 - 충언(忠言)

서임중 목사, 초항중앙교회 담임, 경안신학대학원 대학교 총장
사기(史記)와 공자가어(孔子家語)에 나오는 양약고구(良藥苦口)란 말이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뜻인데 충언(忠言)은 귀에 거슬린다는 말이다. 천하를 통일하고 대제국을 건설했던 진(秦)나라 시황제가 죽자 천하가 동요하기 시작했다. 학정에 시달리던 민중들이 각지에서 진나라 타도의 깃발을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유방(劉邦)은 경쟁자인 항우(項羽)보다 한 걸음 앞서 진나라의 도읍 함양에 입성했다. 유방은 3세 황제 자영에게 항복을 받고 왕궁으로 들어갔다. 호화찬란한 궁중에는 온갖 재보(財寶)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고 꽃보다 아름다운 궁녀들이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았다. 원래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유방은 마음이 동하여 그대로 궁중에 머물려고 했다. 그러나 강직한 용장 번쾌가 간했다. “아직 천하는 통일되지 않았나이다. 지금부터가 큰일이오니 지체 없이 왕궁을 물러나 적당한 곳에 진을 치도록 하시옵소서” 유방이 번쾌의 말을 듣지 않게 되자 이번에는 현명한 참모로 이름난 장량(張良)이 나섰다. “당초 진나라가 무도한 폭정을 해서 천하의 원한을 샀기 때문에 전하와 같은 서민이 이처럼 왕국에 드실 수 있었던 것이옵니다. 지금전하의 임무는 천하를 위해 잔적(殘賊)을 소탕하고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이옵니다. 그런데도 입성하시자 재보와 미색(美色)에 현혹되어 포학한 진왕(秦王)의 음락(淫樂)을 배우려 하신다면 악왕(惡王)의 으뜸인 하(夏)나라 걸왕(桀王)과 은(殷)나라 주왕(紂王)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옵니다. 원래 충언(忠言)은 귀에 거슬리나 행실에 이롭고, 독약은 입에 쓰나 병에 이롭다고 하였나이다. 부디 번쾌의 진언을 가납하시옵소서” 이 말에 유방은 불현듯 깨닫고 왕궁을 물러나 패상에 진을 쳤던 것이다. 양약고구란 말은 그래서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명구(名句)가 되었다. 사울이 이스라엘 왕으로 재위할 때는 사무엘의 말을 듣고 백성들을 잘 다스렸으며 하나님 앞에서 겸손한 왕이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왕위가 안정되고 강성해 지면서 사울 왕은 사무엘의 말을 듣지 않기 시작했다. 사무엘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 자기 뜻대로 통치를 하다가 결국 하나님에게 버림을 받았다. 웃시야 역시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를 때는 겸손한 왕이었고 항상 선지자의 말을 잘 들었다. 그러나 그가 강성하여 지면서 곁에서 충언하는 많은 사람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결과는 비참한 나병환자로 일생을 별궁에서 비참하게 생활하다가 그 열조의 품으로 돌아갔다. 아합과 이세벨은 아예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는 선지자들은 모두 죽였다. 그에게는 충언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 결과는 인류 역사에 가장 악한 왕이라는 이름을 남겨야 했다. 오늘날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올바르게 가르쳐 깨우치면 듣기 싫어하고 그러다가 자기 고집을 앞세워 충언(忠言)하는 사람을 뒤돌아서면서 죽이는 세대가 되었다. 결과는 자기 스스로의 패망뿐임을 알지 못하기에 못난 사람들은 그와 같은 삶을 날마다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타인의 충언을 진심으로 경청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그것이 신앙인의 삶이며 행복이다. 요즈음 한나라당 대선후보들의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치졸한 싸움질을 보면서 실타래처럼 얽인 이해관계로 당 지도부에서 조차 진정한 양약고구의 충언을 하지 못하니 장량의 충언에 지혜로운 처신을 한 유방이 새삼 돋보인다. 말을 잘 한다는 것, 그것은 성경 말씀을 통해 교육받고 훈련받는 것 보다 좋은 것은 없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말에 소금을 치는 것’이다.(골로새서4:6) 말에 소금을 치면 말이 부드러워 진다. 말에 소금을 치면 말에 맛이 난다. 말에 소금을 치면 아름다움이 향기처럼 번진다. 말에 소금을 친다는 것은 말을 잘 하는 것인데 말을 잘 한다는 것은 사랑이 담긴 말, 곧 진실과 정직을 바탕으로 한 칭찬과 격려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양약고구(良藥苦口)의 충언을 할 줄 알고, 들을 줄 아는 것이다. 그러나 기억해 둘 것 하나 있는데 그것은 좋은 말도 과격하면 듣는 이의 감정이 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잠언 27:14절에서는 ‘이른 아침에 큰 소리로 이웃을 축복하면 도리어 저주 같이 여기게 되느니라’고 했다. 그러기에 혈기로 말을 하면 말에 가시가 붙게 되고, 독선적인 말은 폭언이 연출된다. 그래서 충언을 하되 말에 소금을 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

200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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