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석 목사(마산제일교회)
얼마 전 인터넷 검색순위 1위를 달리며 세상을 소란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긴 딸아이와 결혼할 남자를 찾는다는 <데릴사위 공개모집> 광고논란이 바로 그것이었다. 비록 이틀 동안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한국교회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1천억 원대 재산가라는 60대 자영업자가 외국유학과 사회활동 때문에 혼기를 놓친 딸의 신랑감을 구한다는 광고를 결혼업체의 홈페이지에 올리자마자 접속이 폭주하여 결국 이틀 만에 삭제한 사건은 우리 시대의 모습을 뒤돌아보게 하지 않나 싶다. 38세의 대학 강사인 딸을 위해 올린 결혼대상자의 자격에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필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와 그의 딸이 독실한 기독교인이었을 것으로 짐작되기 때문이었다.
그의 데릴사위 즉 그녀의 남편이 될 자격으로는 ‘차남이나 막내여야 하고, 딸에 준하는 학벌과 전문직 종사자’로 제한하는 동시에 딸만 둘인 집안이므로 사윗감은 아들의 역할을 겸하는 데릴사위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피력하였을 뿐만 아니라 ‘기독교 신자였으면 좋겠음’이라는 희망사항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불과 이틀간 게시되었지만 국내외에서 270여명이 원서접수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신부보다 나이가 어린 절반가량이 서류심사에서 탈락하였지만 의사, 변호사, 대학교수, 고급 공무원, 대기업 사원과 괜찮다는 직업을 가진 남성들이 대거 지원하였다. 어느 교회 목사님은 “아무래도 하나님의 뜻인 것 같다”면서 자신의 아들을 추천하였고, 아이가 둘이나 딸린 이혼남도 지원하여 눈길을 끌었다. 연령적으로는 최연소 29세~최고령 48세였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원서가 접수되어 엄청난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그 홈페이지 폐쇄 이후에 대해서는 잘 알 수 없지만 그 집안이 기독교인이라는 점에서 한 번쯤 우리들을 되돌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교회 안에서 목회자, 연세 드신 장로님이나 권사님들이 청년들을 중매(仲媒)해주던 아름다운 전통이 사라져가고 있지 않나 싶다.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의 이혼율이 급속히 증가한 것과도 무관치 않겠지만 다른 성도에 대하여 무관심한 개인주의가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과거에는 주일학교 교사, 청년회 임원, 찬양대원으로 교회를 섬기며 신앙생활을 잘하던 청년들을 눈여겨보고 있다가 친인척들이나 이웃의 적당한 집안에 며느리나 사윗감으로 중매하는 일이 교회마다 비일비재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20여년전만 해도, 미국에서 알고 지내던 필자의 친구는 박사과정 중에 담임목사로부터 “좋은 신부감이 있으므로 들어와서 결혼하라”는 연락을 받고 급거 귀국하여 한 달 만에 결혼식을 올리고 다시 미국에 정착하여 잘 살고 있다. 그 정도로 목회자를 믿고 따라야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오늘날은 많이 달라져 있다. 중매라기보다 소개를 하려고 해도 갖가지 조건이 까다롭고, 용케도 중매하여 결혼에 성공한다고 해도 이혼하지 않고 평생 같이 산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약간은 위험한 그 일’을 자청하지 않는 우리들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
어느 목사님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평생 목회하는 동안 약품이나 병원을 소개하거나 결혼할 배우자를 소개한 적이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잘해야 본전이고, 목회에 큰 어려움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한편으로는 긍정하면서도 주님을 위해서 주말과 주일을 온전히 바치며 헌신하는 청년들을 대할 때마다 중매해주려고 하던 옛날 청년시절의 교회가 그립기만 하다. 적어도 우리교회에서는 결혼 적령기에 있는 청년들에게 맞는 좋은 배우자감이 있으면, 언제든지 나서서 중매해주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이 시대에도 서로 중매해주는 교회가 더 좋은 교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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