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펄젼이 스템보른 교회에서 할아버지와 더불어 살던 여섯 살 무렵 응접실 벽난로 위의 선반에서 사과가 든 유리병을 발견했다. 이상한 것은 병 입구는 두 손 가락이 들어갈까 말까한 정도인데 병 속의 사과는 주먹보다 더 큰 사과였다. 이 불가사의한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궁금 중에 있는 스펄젼 목사님의 할아버지는 다음과 같이 해답을 주었다. 어리고 작은 사과는 나뭇가지에서 자랄 때 유리병을 씌우면 그것은 아주 쉽게 병 속으로 들어간다. 거기에는 벌레와 바람이 적은 안전지대이다. 그러나 햇빛과 공기, 양분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오늘날에도 사과밭이나 배 밭에 가면 농약을 막기 위해 봉지를 씌운 것을 쉽게 본다. 농약 때문에 사과가 좋기는커녕 도리어 중독성 사과가 되고 만다. 그래서 햇빛과 공기와 바람은 통하지만, 농약과 병충해는 통과하지 않는 특수 봉지를 싸 메어 준다. 농약에 노출된 사과가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듯이, 오염되고 병든 교육이 우리들의 자녀들의 생명을 위협하기는 마찬가지다. 왕따, 학내폭력, 집단식중독, 촌지파동, 교사의 구타와 이에 맞서는 학부형의 폭력, 재단의 비리와 학생들의 폭력적인 학내점령, 교수들 간의 이전투구와 학자적 소양부족, 교육환경공해에 시달리고 소외된 학생들의 자살 역시 속출한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학교환경은 우리들의 자녀들을 생명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 교육비에 등이 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학교에 보내는 것조차 무섭다. 이런 일로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의 기회를 가지기 위해 조기 유학, 연수 등 해외에서 교육기회를 찾으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런 일로 일어나는 내부적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다. 기독교가 조선의 문을 열고 위기에 찬 이 나라에 새로운 활기를 일으킨 것은 자타가 공인하는 일이다. 이와 때를 같이 기독교학교를 설립하여 한국민의 의식구조와 변화에 촉진제 역할과 터를 닦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선구적이고 창조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기독교 학교와 교회교육은 이 사회에 새로운 모델이나 대안 구실을 하지 못하는 주변부로 밀려나고 말았다. 그 실증으로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통합)는 커다란 고민과 딜레마에 빠져 있다. 사학법개정 문제와 관련하여 대정부와 대화와 접촉 항의 등의 모든 방법을 동원했지만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긴급 비상 총대회의, 교단장 삭발, 국회 앞 행진, 교단장협의회 연대, 수차례에 걸친 지 교회에 전달된 협조공문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사학법 개정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제 우리는 조용히 우리 기독교 학교와 교회교육의 내면을 돌아보고 새로운 대안적 교육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1. 새로운 교육철학 정립의 요청
흔히들 교육철학을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누고 있다. 하나는 전통적인 교육철학과 진보적 교육철학이다. 전통적인 교육철학은 본질적인 (the certain essentials) 것을 다음 세대에 전승하는 것을 교육철학의 본질로 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진리의 항구성, 영원성, 절대성, 불변성을 존중하고, 그 밖의 시공적(時空的)으로 변화하는 어떤 것도 진리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교육철학이다. 둘째로, 이에 대응하는 진보주의 교육철학으로 진보주의(progressivism)와 재건주의(reconstructionism)적인 입장이다. 사회 현상의 점진적인 진전과 수정을 가하는 점진적인 태도에 대응하여, 경험교육에 역점을 두는 교육철학이다. 현대문명이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낡은 가치관은 쓸모가 없고, 새로운 창조가 요구되는 시대이다. 그러므로 사회위기를 극복하고 새 사회질서를 개조하고 재건하려는 교육철학이다.
2. 이제는 생명교육으로 전환할 때
물론 교육에는 본질적, 항구적, 영구적, 절대적, 불변적인 요소가 있다. 우리는 이런 전통적인 교육철학을 수용한다. 그런 측면에서 자연은 교육의 항구적인 요소다. 자연은 불변의 스승이요, 절대적 진리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역사와 문화가 변해도 땅과 자연은 변하지 않는다. 교육의 문제는 장차 살아가야 할 미래의 시대와 직결되는 문제이다. ‘세대 간의 형평‘(Inter-Generational Equity)이란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교육의 대안도 생명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할 이유다. 뿐만 아니라 진보주의나 재건주의의 교육철학적인 측면에서 생명교육(생태교육)은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다. 카프라는 20세기 말을 문명의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현대는 과학, 기술문명이 극에 달한 상황으로 인류는 총체적인 위기, 극단적으로 인류가 지구라는 위성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한다. 이 전환의 물결 속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존의 사고, 인식, 가치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즉, 인간이 붕괴와 파멸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인간의 상상력, 마음, 창조성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카프라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미국의 생태적소양연구소와 미국의 생태교육실천학교는 현대문명의 위기문제를 생태적 시각에서 해결해 보려는 교육계의 노력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3. 우리 전통에서 본 생명교육의 사례
지금 농촌에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어릴 적 예닐곱 살이 되면 ‘내 논’이라 하여 집에서 짓는 논 한 뙈기 갈라주어 농사짓는 생업 교육을 시켰다. 내 논에서 손수 모를 키워 모를 심고 논물을 대고 피사리를 하고 김을 매고 벼가 익으면 새를 보고 벼를 베었다. 내 논에서 허리 굽혀 김을 맬 때 이편저편 논두렁을 두 번 왕복할 때까지 허리를 펴지 못하게끔 아버지가 교관이 되어 함께 김을 맸다.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아 나도 모르게 허리를 펴면 아버지가 발을 걸어 흙탕물에 쓰러뜨린다. 전통 생업인 벼농사는 인내력이 생명이요 그렇게 교육을 해서 인내심을 터득시켰다. 벼를 벨 때 이삭을 주워 엿을 사먹고자 일부러 이삭을 많이 떨어뜨리게 마련인데 내 논의 이삭은 네 것이 아니라 마을에 어렵게 사는 과부 몫이라 하여 줍지 못하게 했던 것에도 남을 배려하는 인성교육이 깔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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