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빈 목사 거제 흙학교
나는 지금 계시의 섬 밧모섬의 에게해의 바닷가에 누워있다. 진주알처럼 맑은 바닷물은 요한의 영혼처럼 승화되어 붉게 내려앉는 노을을 맞고 있었다. 활화산 같았을 그의 기도의 눈물방울처럼 둥굴고 붉은 바닷가의 모래는 지친 내 영혼을 잔잔한 감동과 기쁨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했다. “또 네가 참고 내 이름을 위하여 견디고 게으르지 아니한 것을 아노라 그러나 너를 책망할 것이 있나니 너의 처음 사랑을 버렸느니라” 우리가 건너온 쿠사다스 항 저편에 있는 에베소에서 들리는 음성이다. 역사가 스트라보에 의하면, 에베소라는 이름은 ‘아빠소스’라는 아마존 족의 여왕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아마존어로 ‘아빠소스’는 ‘꿀벌’이란 뜻이다. 그러나 지금 에베소는 꿀벌이라는 닉네임을 잃은 지 오래다. 지금 미국에서 꿀벌이 떼죽음을 하고 있다. 꿀벌의 25%가 죽었다고 한다. 유럽, 남미에서도 동시 다발로 이런 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기생충 탓이라거나 바이러스, 유전자 변형 농작물 탓이라는 갖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휴대폰 전자파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국내에서도 과수원 같은 곳에서 꿀벌들이 농약의 중독으로 죽어버리는 일이 많다. 그래서 붓으로 일일이 꽃가루를 암술에 칠해주는 농가도 생겨났다. 벌이 사라지면 식물들이 큰일이다. 번식할 수가 없다. 미국 농작물의 3분의 1이 꿀벌이 없으면 수정을 못한다고 한다. 고생물리학자 스티분 제이 고울드(Stephen Jay Gould)는 인간의 생애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 한 희귀한 물고기 떼가 다리로 변형될 수 있는 특별한 지느러미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지구가 빙하 시대 동안 완전히 얼지 않았기 때문에, 또한 25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생겨난 작고 빈약한 생물들이 살아남아 이럭저럭 지내왔기 때문에, 우리가 있다. 우리는 더 고상한 대답을 원하지만 그런 대답은 없다.” 고 말한다. 꿀벌이나 개구리 나 지렁이처럼 하찮게 여겼던 것들이나 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작은 미생물 덕분에 내가 살아있음을 알아야 한다. 1. 목적보다 수단이 강조되는 현대 영국의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 경(1642-1727년)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했을 때, 우주는 더 이상 하나님의 간섭을 받는 곳으로 여기지 않았고, 단지 합리적이고 경험적으로 분별할 수 있는 법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 후 200년이 지난 후 아인슈타인은 “우리 시대의 특징은 최고의 수단과 목적의 혼돈이다”고 말했다. 즉 수단이 목적을 이기는 시대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프레드릭 부쉬너의 소설 Son of Laughter (웃는자의 아들) 에서, 야곱이 이렇게 묻는다. “잎사귀를 떨게 하는 공기가 없을 때 잎사귀를 떨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젖이 있다는 것을 알기도 전에 송아지가 젖을 찾도록 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누가 알랴? 여인이 월경을 하고 남자들의 성기가 저절로 일어났다가, 부끄럽게도 저절로 주저 앉아 버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누가 말할 수 있으리요, 누가 꿈에 대해 알겠는가?” 그러나 오늘날 누구도 족장시대에 묻던 이런 질문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교회가 생명이 가지는 신비보다 성장을 강조하는 것은 생명을 위장한 수단의 강화에 불과하다. 성장은 더 많은 지배를 가능케 하고 지배는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거나 가능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수단과 지배의 역사는 생명을 빼앗고 몰락으로 죽음으로 치닫는다. 그래서 성령은 수단과 지배에 의해 고사되어 가는 자연과 모든 피조물의 허무함과 굴종에 대하여 탄식하신다. 그러나 성령은 이런 세상에 새 생명을 불어 넣으시는 분이시고 또 생명을 회복하고 살리시는 일에 역사 하신다. 2. 성령은 모든 피조물의 구원하려 하신다 몰트만(J. Moltmann)은 1991년 생명의 영(Der des Lebens)이라는 성령론과 1997년에는 생명의 샘(Die Quelle des Lebens)이라는 성령론을 저술했다. 몰트만은 위의 두 책에서 성령을 삶과 생명의 원천으로서 설명하고 있다. 성령은 육체의 문제, 세상의 문제, 피조세계와 영생의 문제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성령은 피조물의 탄식과 하나님의 자녀들의 탄식을 동시에 들으실 뿐만 아니라 자신까지도 탄식하신다. (롬8:20-23) 몰트만에 의하면 피조물들이 하나님의 자녀와 같은 영광의 자유를 갈망하고 있으며 하나님의 구원역시 인간과 더불어 모든 피조물세계에도 동등하게 만드실 것을 약속하고 계시다. 골1:20절에서 “그의 십자가의 화평을 이루사 만물 곧 땅에 있는 것들이나 하늘에 있는 것들을 그로 말미암아 자기와 화목케 되기를 기뻐하심이라”라고 말씀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교회의 구원사역의 과제는 인간에게만 제한시키면 안된다. 구원사역은 인간과 더불어 전체 창조세계가 대상이다. 이제 에베소는 더 이상 꿀을 만들지 못한다. 그녀는 역사의 파편과 흩어진 돌들로 뼈만 앙상한 유령처럼 서 있다. 자신의 페허의 가슴을 열고 심판과 치부의 역사를 팔고 있다. 아, 나와 내가 속한 한국교회도 에베소교회처럼 게으르지 않고 분주하며 참고 인내로 성장에 부심하고 있지만 더 이상 꿀을 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나를 엄습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쇠퇴와 하강의 생애를 걸어갈 때 “싸움은 만물의 아버지”라는 이오니아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투스의 격언이 진리임을 에베소는 증언하고 있지 않는가? 찬란한 석조기둥과 건물들은 형식과 수단의 위대함과 지배의 역사를 말한다. 그러나 생명 없는 에베소교회의 흔적은 없다. 이제 한국교회는 성령의 탄식을 들어야 한다. 그리스도가 세상의 생명이듯이 성령역시 모든 피조물의 회복을 위해 오늘도 탄식하며 기도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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