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노을이 지는 들녘에서 한 가난한 농부 내외가 고개를 숙인 채 기도를 하고 있다. 캐다가 만 감자가 바닥에 흩어져 있고 멀리 보이는 교회당이 정지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이 그림에는 슬픈 이야기가 숨어있다. 기도하는 농부의 밭 밑에 놓여 있는 바구니에는 사실 감자 씨와 농구(農具)가 아니라 굶주림에 시달리다가 죽은 그들의 아기였다고 한다. 죽은 아기를 위해 마지막으로 부부가 기도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 ‘밀레의 만종‘이다. 왜 그림 속의 아기가 사라졌을까? 이 그림을 보게 된 밀레의 친구가 큰 충격과 우려를 보이며 아기를 넣지 말자고 했다. 고심 끝에 아기 대신 감자를 그려 출품했다. 그 이후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은 채 그저 농촌의 평화로움을 담고 있는 풍경화가 되었다. 언제나 농촌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한 폭의 그림일 뿐이다. 땅, 그들에게 참담한 비극을 가져다 준 자리이지만, 그들은 그저 평화로울 뿐이다. 땅을 치는 통곡도 없고, 사람들의 위로도, 교회마저 숨죽인 듯 고요하다. 사라져가는 저녁노을 속으로 그들의 기도가 내려앉는다. 대지(땅)는 그들의 고백을 바구니에 담고 하나님의 위로의 손길은 땅거미처럼 대지에 내려앉는다. 하나님과 자연 그리고 인간이 땅이라는 캔버스 위에 숭엄한 친교가 초월적인 미학으로 이 그림 속에서 녹아있다.
1. 땅이 우리의 삶을 디자인(Desein)한다.
존재를 표시하기 위해 독일 사람들은 다자인(Desein)이란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 뜻은 “그 곳에 있다” 라는 것이다. ‘그 곳’이란 장소이다. 장소에 의존되어 있지 않는 진정한 존재는 이 세상에 없다. 소르본느의 폴 리퀘르도 그의 저서
2. 땅은 우리를 새로운 관계로 이끈다.
세계가 풀어야 할 가장 심대한 문제 중의 하나는 양극화다. 경제, 정치, 문화, 이념, 인종, 종교, 환경 등 모든 부분이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이런 양극화는 인간 심성의 악화, 분쟁, 테러, 폭력 등을 낳는다. 우리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자. 교회역시 목회자와 장로, 지역주의와 학연, 진보와 보수, 농촌과 도시교회, 교회내의 기득권자와 소외자 등의 양극화는 이제 위험수위를 넘어 치부요 환부가 아니라 교회의 암으로 존립을 위태하게 하고 있다. 관계를 개선하기 위하여 교육, 영성훈련, 경건운동, 친교, 각종 세미나와 연구 등으로 엄청난 재정과 시간과 정열을 쏟아 부었다. 그러나 교회는 점점 더 소란하고 서로 간의 골은 더욱 깊게 파이고 있다. 폰 라트(G. von Rad)가 지적한 바와 같이 창12:1절은 추방의 역사에서 끌어내어 그들로 하여금 새로운 언약의 관계로 역사를 주도하신다고 말한다. 그리스도는 새 땅과 새 하늘을 위한 새 언약의 관계를 선포하신다. 가시와 엉겅퀴(창3:18)로 채워진 쇠퇴하고, 척박하고, 생산적이지 못한 과거의 땅과는 다른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다. 인간 공동체는 하나님이 주시는 선물인 ‘땅과 함께 여호와 함께’ 사는 새로운 관계 영성을 조명할 때이다. 이제 우리는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땅에서 우리의 본질을 깨닫고 거기서 하나님의 창조와 언약적인 삶을 받아드리는 ‘받아드림의 영성’ 을 그리고 땅에서 ‘정화를 배우고’ 생태계에서 ‘관계의 영성’ 을 배워야 한다. 생태계는 상호의존의 구조로 짜여 있다. 구조와 기능은 체계 내에서의 에너지 흐름과 구성요소들 간에 다른 모든 것에 관련되어 있는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상호순환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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