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공부할 때 팜 스프링에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L.A. 에서 10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62번 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진입하다 보면 “예수아 트리 팍”(Joshua Tree national Park)이라는 안내 표지판이 나온다. 여호수아라는 이름만으로도 목사인 나의 흥미를 자극하고도 남을 만 했다. 공원에 들어가자 곧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공원에는 아카시아와 선인장을 합해 놓은 듯한 볼품없는 여호수아 나무만 그득했다. 무슨 공원이 이럴까하는 생각이 들어 한참을 돌다가 언덕위에 한 표지판을 발견했다. 이 공원은 1919년에 세워진 것이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3.1운동이 일어나던 바로 그 때 세워진 생태공원이었다. 여호수아 나무는 대기를 정화하는 정화식물이었다. 이 공원이 조성되고 난 후 이곳의 대기 시야 거리가 2.5배가 좋아졌다는 기록이다. 나는 미국이 자신들의 땅과 미래를 위하여 철두철미한 준비에 놀랐다.
1. 21C 는 정화의 영성이 패러다임이다.
환경을 크게 나누어 자연환경(the natural environment)과 인간환경(man and the environment)으로 구분한다. 인간은 수만 종의 동물종의 하나로 자연환경 즉 생태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원래 인간은 환경에 거의 위협을 주지 않는 존재로 생겨났다. 그러나 최근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대량생산과 소비를 동반하여 비효용적인 부산물 즉 오염물이나 폐기물 등의 대량배출로 인하여 환경오염이 발생되었다. 생태계 안에서 역할에 따라 분류해 보면 생산자(producers), 소비자(Consumers), 분해자(decomposers)의 세 범주로 구분된다. 작년 여름 200만 명이 찾은 부산지역 6개 해수욕장에서 발생한 쓰레기는 3천t이었으며, 폭우 때 발생하는 낙동강의 하류의 다대포 해수욕장은 1천500t의 쓰레기를 수거해야만 했다고 한다. 지금 지구촌 전체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다. 우리는 생산자와 소비자에만 열을 올리며 소비를 미덕으로 알고 살았다. 그러나 이런 잘못된 사고는 대기, 수질, 토양, 폐기물, 소음과 진동, 악취, 방사능, 환경호르몬 오염으로 생존에 커다란 위협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는 분해자(정화자)에 초점을 맞추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즉 정화의 영성의 시대가 도래 했다는 말이다. 21C 들어와 뜻있는 지식인들은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문제를 ‘ 정화의 문제’ 로 꼽고 있다. 정화의 문제는 단순히 환경문제를 넘어서 생존의 문제로,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의 문제로 다가 오고 있다. 이제 정화의 문제는 ‘ 살 수 있느냐 죽을 것이냐 ’의 양자택일의 갈림길 선상에 서 있다.
2. 기독교의 영성의 본질은 정화의 영성이다.
칼빈에게 있어서 영성의 원천은 하나님을 아는 것과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었다. 우리가 소유한 것의 모든 지식, 곧 참되고 건전한 지혜는 두 부분 즉 하나님에 대한 지식과 우리 자신에 대한 지식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땅)을 명상함으로 하나님을 알고 경건에 이를 수 있다. 그래서 칼빈은 “이 우주의 정교한 질서는 우리에게 달리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명상할 수 있는 일종의 거울이다.” 라고 말하고 있다. 흙은 하나님과 나를 볼 수 있는 거울이다. 흙에서 하나님의 창조와 생명사랑을 그의 거룩하신 섭리와 통치를 통하여 자기 정화를 실현하고 나아가 세상을 정화시키는 정화자(작은 예수 그리스도 -구원자)로써 책임적 자아로 서야 한다. 지금까지 기독교회는 ‘정화의 영성’을 수도원 운동이나 금욕주의 혹은 신비영성에서 찾으려 했다. 수도원 운동이나 금욕자체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었다는 점, 거룩의 진정한 영역인 사회생활을 제거하고 자기만의 영역으로 축소했다는 점, 보통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거룩을 왜곡시키고 감소했다는 점, 마땅히 복음으로 발효시켜야 할 세상에 버려두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신비주의는 신앙의 열정을 불러일으키기는 했지만 영적인 삶에 치중함으로 현실을 도외시하고 내세적인 삶을 강화하는 우를 범하였다. 성서에 있어서 정화(거룩)은 자연과 역사와 세계, 인간의 체험과 행동의 영역, 이스라엘의 선택과 계약, 예배, 그리고 멸망과 심판과 관련되어 있다. 정화의 문제는 전 인류 역사의 내면이기도 하다. 거룩(정화)의 영향력은 온갖 영역에서 느껴지는 것이다. 거룩(정화)은 모든 에너지의 근원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거룩(정화)은 또한 심판, 구속 그리고 은혜의 작인(作因 , energy)이 되기도 한다.
3. 그리스도인은 세상을 정화시키는 자가 되어야 한다.
정화자(분해자)는 미생물과 곰팡이로써 유기폐기물을 썩게 하고 분해하여 영양물질을 환경에 되돌려 준다. 정화자(분해자)의 특징은 한 생태계가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하는 방향에서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런 전 과정은 흙에서 일어난다. 흙의 특수한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흙은 두 개 이상의 산화 미네랄 층이 평행하게 늘어서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런 구조는 다른 분자를 끌어당기기에 유리하다. 어떤 종류는 다른 분자를 자신의 구조와 맞물리도록 하며 어떤 종류는 다른 분자를 자신의 구조 안으로 흡수한다. 체내에서 독소는 흙의 분자에 흡착되어 배설됨으로써 독성을 발휘하지 못한다. 흙은 진균독, 내독소, 인공 유독성 화학물질, 세균 등을 흡착해 독성을 없앤다. 교회나 신자들이 정화자(분해자)로서 오염된 세상을 정화시키고 항상성을(homeostasis) 유지하게 하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책임이다. 이제 교회는 생명살리기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흙에서 자신의 정화를 시작하고 나아가서 세상을 정화시키는 정화자의 영성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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