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될 것으로 보이던 개정 사립학교법이 결국 다음 국회로 넘겨지고 말았다. 원내 제1당으로 부상한 한나라당이 개정 사립학교법의 재개정을 주장하면서 단독으로 소집한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열린우리당 등이 참여하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어 재개정을 낙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벌써 각급 학교법인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로부터 개정 사립학교법에 따른 보고를 기정 사실화하고 있어서 기독교계를 비롯한 종립학교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독교계에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중심으로 개정 사립학교법의 재개정을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진보적 성향을 보여 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와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대사회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개정 사립학교법의 재개정 입장은 불교나 천주교 등의 여러 종교단체들도 거의 입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독교계가 가장 크게 반발하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고, 한기총이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소속 목회자들이 삭발식을 갖는 등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교계 텔레비전에서도 삭발을 한 채 강단에서 설교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고, 일반 언론에서도 이를 대서특필하여 보도하기도 하였다. 통합측은 약 4백여개의 학교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개정 사립학교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타 교단보다는 그 입장이 다소 절박하고 강경해 보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울은 겐그레아에서 머리를 깍은 적이 있었는데(행18:18), 오늘날의 우리들과 같은 현실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우리도 이미 삭발(削髮)한 목회자들처럼 머리를 깍을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목회자들에게 다소 당황스런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개정 사립학교법의 재개정에 적극적인 목회자도 있고, 다소 부정적인 사람들도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당혹스럽기만 할 것이다. 필자의 입장을 먼저 말한다면, 백보양보해서 개정 사립학교법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목회자가 정치적이고 대사회적인 일로 머리를 깍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뜻이라고 강변하지만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도 하나님의 방법으로, 성직자다운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개정 사립학교법을 신앙적 박해로 단정할 수 있느냐 하는 입장과 깊은 연관이 있다. 개정 사립학교법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위헌적이고, 비신앙적인 독소 조항은 보다 더 성숙한 방법으로 입법기관에 전달하는 것이 기독교 단체나 목회자들이 할 일이다. 개정 사립학교법의 재개정을 촉구하는 동시에 우리가 여기에까지 이르게 된 원인을 잘 살펴야 보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독교계에서는 교회성장에만 치중해오는 동안 기독교계 학교에 대하여 무관심한 결과였으며,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한 기독교인 국회의원들, 교회나 기독교 단체 또는 신자들이 운영해오는 학교들이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점을 더욱 자책해야만 한다. 마치 사학법인들이 비리의 온상처럼 여겨져 온 현실을 직시해야만 하지 않겠는가. 이사회를 통한 교육과정 장악을 내세우지만, 교육과정의 편성은 학교장의 권한이지 이사회의 권한은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도외시한 채, 무작정 사학법인들의 입장만을 대변하다가 교회를 등지게 될 젊은이들이 늘어나지 않을지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본다. 개정 사립학교법의 재개정으로 하나님의 뜻이 구현된다고 하더라도, 하늘의 일은 하늘의 방법으로 이루어야 한다. 목회자들이 기독교에 대한 직접적인 박해도 아닌 정치사회적이고, 다분히 이념적인 일에 대하여 목회자가 머리를 깍으면서까지 항거하는 세상적인 방법으로는 모든 성도의 지지를 얻기가 어렵다고 할 수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