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칼럼】 바람난 돈

한 경찰관이 외국인 강도를 붙잡았다. “너 한국말 할 줄 아나?” “한 마디 밖에 못합니다.” “뭔데, 말해 봐.” 그러자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KBS TV ‘시청자 칼럼’이라는 코너에 보면, 우리 사회의 준법정신이나 공직수행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실망을 금치 못한다. 한심하다 못해 분노가 치민다. 부실공사의 천국이 바로 이 나라요, 공직자들의 실수나 공공기관이 저지른 실수는 도무지 수정이 안 되고 있는 억지 사회이다. 부정한 돈이 만사를 해결하는 수단이 되고 있고 모두가 돈에 미쳐 있고 바람난 돈들이 온통 세상을 휩쓸고 있다. 돈 때문에 얽힌 사건사고는 봇물처럼 발생하고 있고 경제사범소송 건은 법원에 넘쳐나고 있다. 돈을 빌려간 사람은 도무지 갚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아예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고 의도적으로 접근하기도 한다. 그래서 해결사를 고용하여 폭력을 휘둘러 살인까지 빚고 있다. 이런 풍자유머가 있다. 용득이가 만득이의 돈을 20만원 빌렸다. 곧 갚는다면서 3년이 지나도 갚질 않는다. 어느 날 두 사람이 은행에 볼 일이 있어 함께 갔는데 마침 강도가 들어 은행 안에 있는 사람의 돈을 다 털기 시작했다. 그때 용득이가 만득이의 허리를 쿡 찌른다. 만득이는 가츠총을 주는 줄 알고는 “얘, 네가 쏘아 강도를 잡아!” “야, 총이 아니야, 이것 받아.” “뭔데?” “전에 빌려갔던 돈 20만원이야. 지금 받아.” 하더란다. 돈은 생활의 도구요 수단이다. 돈은 편리하고 이익을 주는 수단이지만 양화가 있고 악화가 있다. 돈 자체가 선하거나 악하지는 않지만 그 돈을 부리는 인간의 정신에 따라 양화가 되기도 하고 악화가 되기도 한다. 어린 소년이 만원 짜리 한 장을 들고 집에 와서 자랑을 하다. “나도 돈 있어. 길에서 주웠다고.” “너 정말 주운 거니?” “정말이고 말고요. 내가 줍고 난 뒤 어떤 남자가 두리번거리며 돈을 찾고 있더라구요.” 하더란다. 돈이란 어떤 동기로 취했는가에 따라 돈의 성격과 도덕성이 결정된다. 부정하게 얻은 돈은 결코 의롭게 쓸 수 없다. 또 정당하게 번 돈이라 해도 돈에 대한 인식이 바르지 못하면 가치를 나타낼 수 없다. 미국 UCLA에 유학중인 중동 석유재벌 아들이 본국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아버지, 저 낙제했어요. 어떡하죠?” “얘, 아무 걱정 말고 그 학교 얼마면 살 수 있는지 알아나 봐라.”고 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바람이 많다. 바람난 아파트, 바람난 증권시장, 바람난 금융기관들 모두가 불쾌한 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바람난 돈은 추하고 더러운 돈이다. 돈 자체는 조금도 더럽지 않다. 그 돈을 다루는 사람이 더럽고, 그 마음가짐이 추하기 때문에 더럽고 바람난 돈이 되고 만다. 선거철에는 더러운 돈 바람이 거세게 몰아친다. 포근하고 향내 나는 봄바람이 불 계절에 돈바람이 뿜어내는 악취들 때문에 질식할 지경이다. 적어도 돈 때문에 남과 사회에 누를 끼치지는 말자. 믿음으로 돈을 벌고 믿음으로 돈을 쓸 줄 알자.

2007.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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