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본부를 둔 제법 규모가 큰 해외 선교단체에 종사하는 사역자로부터 들은 말에 의하면, 그 선교단체에서 선교사를 파송할 때의 적정 생활비(生活費)는 현지 초등학교 교원의 급여수준에 맞춘다고 한다. 한국교회가 목회자들에게 생활비, 사례비 심지어 월급이라는 명목 등으로 지급하고 있지만 일관된 용어나 금액에 대한 통일성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몇 년 전 지방도시에서는 제법 규모가 있을 뿐만 아니라 목회자의 리더십도 탁월한 어느 교회에서 호봉제, 연봉제를 실시하려다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포기한 것만 보더라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우선 목회자의 생활을 위해 교회가 지급하므로 생활비라고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각 교단마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으나 목회자를 청빙할 때의 청빙서에는 “…생활비를 의수(依數)히 지급하고…”라는 고어(古語)체가 아직도 쓰이고 있다. 교회의 형편에 따라서 마음대로 지급하는 사례비도 아니고, 직무의 난이도나 경력 등에 따라서 지급하는 월급도 아니고 목회자 가족이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지급하는 생활비인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전임 사역자가 아닌 교역자는 사례비, 교회 직원들은 월급이라고 부르는 편이 타당할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에서 한인이민교회를 맡아 목회할 때의 일이다. 연초에 개최될 결산 및 예산심의를 위한 공동의회를 앞두고 예결산위원회가 모여서 새해 예산안을 편성하다가 목회자의 생활비를 정하지 못하고 정회를 했었다. 지금까지 ‘샐러리(salary)‘가 너무 적었기 때문에, 이제 자립교회로서의 면모를 갖추었으므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측과 그저 물가상승률 정도로 반영하자는 측으로 나뉘어 토론하다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주일로 연기를 하면서 담임목사와 회계집사에게 위임하기로 하여 필자에게 물으러 온 적이 있었다. 「목사님, 생활비를 얼마 정도로 하면 될까요?」 「생활비니까 생활할 만큼만 하면 됩니다.」「그게 얼마입니까?」「그거야, 아내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래서 그해의 생활비는 동결되었다. 왜냐하면 아내가 현재의 생활비로도 쓰고도 남는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모자란다고 말했더라면 인상되었을 것이다.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하지만 목회자의 생활비는 그야말로 생활이 될 정도면 되기 때문에 교회가 위치한 지역이나, 목회자 가족의 형편이나, 교회의 사정 등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모든 교회나 모든 목회자에게 준용할 수 있는 일정한 기준은 있을 수 없을듯하다. 어떤 해에는 예결산위원회에서 책정한 생활비에서 360여만 원을 스스로 내리기도 하고, 인상해 준 것에 감사하면서 그 금액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금년처럼 동결하기도 하면서 나름대로의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담임목사로서 집행하는 각종 사역비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활비는 선임 부목사의 2배가 되지 않도록 하고, 가장 막내(?) 교역자의 3배는 되지 않도록 하고 싶다. 또한 필자는 중등학교에서 10여년 정도 교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교회의 목회자 생활비는 앞에서 언급한 선교단체의 경우처럼 초등학교 교원의 급여수준보다 약간 적은 금액으로 하면 어떨까 싶다. 필자가 계속해서 지금까지 학교에 근무했을 경우에 해당하는 초중등 교원 32호봉의 금년도 급여는 2,641,700원이므로, 이보다는 약간 적은 생활비가 훨씬 마음 편하게 느껴질 것 같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