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TV에서 100년 정당을 호언하며 축배를 들고 파안대소하던 우리당 행사를 보면서 말이란 쉽게 해서도 함부로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열린 우리당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의 속성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참여 정부의 핵이며 울타리가 된 열린 우리당의 요즈음 행태를 보면서 고소(苦笑)를 금치 못하는 심정이다. 100년 정당을 외칠 때 철석같은 믿음의 동지애를 외치던 사람들이 요즘 탈당파다, 사수파다 하며 분열하는 현상을 보면서 과연 이들이 이 정부의 중심축이었던 여당이 맞는가 싶은 마음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지심을 느낀다. 그것은 제 1 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마치 올해 대선에서 승리라도 굳힌 듯 오만한 행태가 연출되고 대선후보들의 치졸한 논쟁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분소(忿燒)로 억장이 막히는 기분이다. 왜 이 지경이 되었는가? 조금 깊이 들여다보니 정치적인 이해관계는 접어두고 하나 같이 내 몫 챙기기의 치졸한 모습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에 슬픔을 느낀다. 주는 것이 얻는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그들은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을 불교에서는 자비(慈悲)로 표현한다. 예수가 말씀하신“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행20:35)는 사랑의 원리를 불교에서는 보시(布施)로 표현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보시(布施)에는 세 가지가 있다. 재시(財施) 와 법시(法施)와 무외시(無畏施)다. 불교에서는 남에게 주되 무아보시(無我布施)를 강조한다. 그것은 곧 내가 준다(施者意識), 누구에게 준다(受者意識), 무엇을 준다(施物意識)는 의식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주는 것을 말한다. 이런 수수께끼가 있다. 어느 늙은 아버지가 자기의 유산을 세 아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가 갖고 있던 낙타 18마리를 분배하게 되었다. 그런데 18마리 가운데 평소에 가장 사랑하던 낙타 한 마리는 아버지가 평생 소유하고 싶어서 결국 17마리를 가지고 세 아들에게 분배를 해야만 했다. 아버지는 그 나라의 관습에 따라 큰 아들에게는 유산의 1/2을, 둘째 아들에게는 1/3을, 셋째 아들에게는 1/9을 주어야만 했다. 문제는 17마리의 낙타를 어떻게 나누어 주느냐 하는 것이었다. 한번 계산해 보면 놀라운 나눔의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 17마리를 그 나라 유산 상속 관습에 따라서는 나눌 수가 없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어려움 없이 관습대로 세 아들에게 유산을 골고루 분배하였다. 이 수수께끼의 답은 간단했다. 아버지는 자기가 제일 사랑하는 낙타 한 마리를 제하고 17마리로 분배를 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몫 한 마리를 17마리의 수에 합하여 18마리로 계산하고 분배하여 큰 아들에게는 9마리, 둘째 아들에게는 6마리, 셋째 아들에게는 2마리를 분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도 아버지는 자기 몫 한 마리를 그대로 소유할 수 있었다. 만약 아버지가 자기 몫이라고 먼저 갖고 분배를 했더라면 결국은 싸움이 나고 말았을 것이다. 지혜로운 아버지가 먼저 자기 몫을 내어 놓으므로 모두가 다 불평 없이 유산을 분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오늘을 살아가면서 겪는 크고 작은 문제는 자기 몫을 먼저 찾으려 하고 자기 것을 먼저 고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문제들이 복잡하게 얽혀지고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이다. 교통사고의 원인도, 노사갈등의 문제도, 정치권의 끊임없는 정쟁(政爭)도 자기 유익을 먼저 추구하는데서 기인한다. 희생과 양보가 있는 사회, 손해 볼 줄 아는 마음, 그럼에도 결코 손해가 되지 않고 늦지 않는 가장 확실한 길이 바로 내 것을 주는 것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을 주는 것이 얻는 것이다. 내가 죽는 길이 모두가 사는 길이다. 내가 희생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내가 먼저 섬겨주고, 먼저 용서하고,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고, 내가 먼저 이해하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어디 있겠으며 싸움이 왜 일어나겠는가? 영원히 멸망 받아야 할 죄인을 구원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은 하나님께서 사랑하시고 아끼시는 독생자 예수님을 이 세상에 희생의 제물로 내어 주시는 길 뿐이었다. 오늘 우리의 구원은 예수님의 십자가의 희생과 무조건적인 용서의 결과인 것이다. 예수님은 하늘 보좌를 고집하시지 않았으며, 하나님과 동등 됨을 주장하지도 않으셨다. 하늘 보좌를 버리신 예수님, 인간이 되신 예수님, 그 사랑과 희생 때문에 모든 인류가 구원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놀라운 사실을 먼저 깨달은 그리스도인들이 또 무엇 때문에 먼저 자기의 유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싸우고 갈등해야 하는가? 교회에서나 노회에서나 끊임없이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제가 자기 몫부터 챙기는데 길들여진 사람들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리스도인의 한 사람으로 또 자괴지심에 고개를 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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