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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유능한 도둑이 붙잡혔다. 경찰관에게 취조를 받으면서 역설한 망상적인 도둑론은 구제불능의 논리이다.
“왜 도둑질을 하나?”
“빈부 차이를 없애려고 밤낮으로 노력하는 사회운동이지요.“
“넌 꼭 혼자 하는데 짝은 없나?”
“세상에 믿을 놈이 있어야지요.“
“마누라도 도망갔다는데?”
“그거야 또 훔쳐오면 돼죠.“
“도둑도 휴가 가나?”
“잡히는 날이 휴가죠.“
정말 뻔뻔스러운 도둑론이다. 경찰관의 취조가 계속된다.
“이봐, 아들 학적부에 아버지 직업은 뭐라고 적나?”
“귀금속 이동센터 운영이라고 적지요.“
“가장 슬펐던 일은?”
“내가 훔친 시계를 마누라가 팔러 갔다가 날치기 당했을 때죠.“
“그 때 마누라가 뭐라 하던가?”
“본전에 팔았다고 하대요.“
“너 그래 가지고 자녀 교육은 어떻게 시키나?”
“절대 들키지 않도록 현장에 다니면서 특별과외를 시키고 있죠.“
‘처녀가 아이를 낳아도 제 할 말이 있다’는 속담처럼 도둑도 뻔뻔스럽게도 제 할 말이 있나 보다. 인간의 도벽성은 타고나는 기질이며 인격 안에서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꾸만 커가는 나쁜 기질이 되고 만다.
[오 하나님]이라는 희극이 있다. 하나님께서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시고 옷을 주지 않았던 이유를 이렇게 풍자한다.
“인간들은 옷을 받자마자 주머니가 달려 있어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고 주머니를 달아 주면 돈으로 채워야 한다고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돈을 채워주는 순간부터 모든 사고가 시작될 것이다.“ 매우 재미있는 묘사이다.
사람에게는 욕심이나 의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용기로 나타난다.
일제시대에 한 노인에 대한 일화가 알려져 있다. 일본 청년이 열차 삼등실에 탔다.
그는 한국인과 함께 타고 가는 것을 불만스러워 했다. 점심때쯤 한국인들은 가난하여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데 그 일본 청년이 근사한 도시락을 사서 몇 숟갈 먹더니 옆에 앉은 노인에게 먹으라고 주었다.
노인은 태연히 그 도시락을 받아서 먹고 있는데 한국인들이 그 모습을 보고 분개했다. ‘자존심도 없는 영감이구만!’ 드디어 노인이 다 먹고는 그만 남은 찌꺼기를 그대로 일본 청년 얼굴에다 척 붙여서 비벼 버렸다. 통쾌한 듯이 트림까지 했다.
인간의 의분은 가장 강한 힘이다. 인간을 행동하게 한다.
인간 욕구의 끝은 어디인가? 살아있는 동안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곧 죽음 앞에서 끝이 난다. 그러므로 죽기 전에는 욕구를 다스리는 길밖에 없다. 욕구란 살아 있다는 증거 가운데 가장 강렬한 표현이다.
그것은 생명의 에너지로서 분출되는 힘이다. 그 힘이 나쁘게 발동할 때는 해독을 주지만 좋은 방향으로 발휘될 때는 생산적인 일을 일구어 낸다.
흔히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욕심을 노탐이라고 말한다. 사실 노인이 욕심을 부리는 힘이 있어야 한다.
다만 이기적이 아닌 남을 배려한 욕심일 때 큰 덕망을 얻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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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1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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